‘안전운임제’ 화물연대-정부의 불안한 합의…국회서 지켜질까?
  • 박나영 기자 (bohena@sisajournal.com)
  • 승인 2022.06.15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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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 합의” VS 국토부 “일몰제 연장 합의”
공 넘겨받은 국회서 갈등 재현될듯
화물연대의 총파업 8일째인 14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열린 5차 실무교섭에서 협상이 타결된 후 화물연대 관계자들이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화물연대의 총파업 8일째인 14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열린 5차 실무교섭에서 협상이 타결된 후 화물연대 관계자들이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화물연대와 국토부가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에 극적으로 합의하며 8일째 이어진 화물연대 총파업이 마무리됐다. 하지만 양측이 발표한 합의안 문구에 차이가 있어 갈등의 불씨가 여전하다. 일몰제 폐지나 연장에 대한 세부적인 합의가 없는 미봉책에 그쳤다는 평가도 있다. 공을 넘겨받은 국회가 관련 논의를 이어가면서 또 한번 줄다리기가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국토교통부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는 15일 열린 5차 교섭에서 현재 시행 중인 컨테이너·시멘트 품목의 안전운임제를 지속 추진하고, 적용 품목 확대를 논의하는 내용으로 최종 합의에 이르렀다. 이에 지난 7일 0시부터 시작된 화물연대 총파업도 8일 만에 중단됐다. 그러나 교섭 타결 후 나온 화물연대와 국토부의 발표문에서 합의내용의 차이가 발견됐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를 없애는데 합의했다고 밝힌 반면 국토부는 일몰제를 일시 연장하는 데 합의했다는 것이다. 

안전운임제는 화물 운전자에게 교통안전에 필요한 최소한의 운임인 안전운임보다 낮은 운임을 지급하는 화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도로, 2020년 3년 일몰제로 도입돼 올해 12월 말 종료될 예정이었다. 이에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를 폐지해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대상 품목도 현행 컨테이너와 시멘트 2개 품목에서 전(全) 품목으로 확대할 것으로 요구해 왔다. 협상 타결 후 화물연대는 보도자료를 내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에 대해 합의했다"며 "더불어 안전운임 적용 품목 확대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국토부의 발표내용은 달랐다. 국토부의 보도자료에는 '현재 운영 중인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컨테이너, 시멘트)를 연장 등 지속 추진하고 품목 확대 등을 논의한다'고 돼있다. 일몰제 폐지보다는 기한 연장에 무게를 둔 합의였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국토부는 화물연대와의 협상이 타결됨에 따라 일단 지난 3년 동안 안전운임제의 시행 결과를 국회에 보고하고 국회에서 안전운임제 관련 논의가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국회는 2018년 안전운임제를 도입하면서 추후 제도의 효과성을 따져 제도의 향방을 결정하기로 했다. 따라서 국토부가 안전운임제 시행 성과를 국회에 보고해야만 법 개정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 

화물연대의 총파업 8일째인 14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열린 5차 실무교섭에서 협상이 타결된 후 국토교통부 관계자들이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화물연대의 총파업 8일째인 14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열린 5차 실무교섭에서 협상이 타결된 후 국토교통부 관계자들이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단은 국토부와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를 올해 말로 종료하지 않고 이어나간다는 데 합의한 채 공을 국회로 넘긴 모양새다. 안전운임제가 규정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을 개정해 일몰제를 폐지하고 계속 시행할지, 일몰제를 일정 기간 연장할지, 얼마나 더 많은 업종에 확대 적용할지 등 세부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향후 국회가 주무를 맡아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안전운임제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보여온 만큼 국회에서도 쉽사리 합의점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앞서 화물연대와 같은 입장임을 밝혔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경제에 악영향을 준다며 화물연대에 파업 중단을 요구하면서도 '당사자도 중재자도 아니다'라며 안전운임제와 관련해서는 입장을 유보했다. 협상 타결 후 김형동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화물연대와 국토부 간 5차 실무대화 결과, 안전운임제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내용 등으로 최종 협상이 타결됐다"며 "국민의힘도 이 합의를 존중하며, 화주와 화물연대 노동자들이 상생할 수 있는 국회 차원의 대안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한 발 물러선 태도를 보여온 국민의힘이 국회 논의에서 반대의견을 낼 가능성도 제기된다. 2018년 안전운임제 도입 당시에도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반대의견을 낸 바 있다. 

당초 국토부가 안전운임제 일몰 1년 전까지 운영 성과를 평가해 국회에 보고하고 이를 바탕으로 제도를 지속할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어야 했다. 그러나 대선과 지방선거 등으로 국회가 공전하는 바람에 지난달에서야 화주, 운송사업자, 차주가 모이는 토론회가 개최되는 등 절차가 전체적으로 늦어진 탓에 총파업 사태까지 맞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전운임제를 본격 논의할 21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도 늦어지면서,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문제 해결을 위한 원 포인트 원 구성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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