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업무를 지인 아들에…‘내로남불’ 역풍 마주한 尹정부
  • 이혜영 디지털팀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2.06.18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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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근 아들 대통령실 행정관 채용 둘러싼 파장 확산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6월17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국가유공자ㆍ보훈가족 초청 오찬에 앞서 전사자 명비 앞을 지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6월17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국가유공자ㆍ보훈가족 초청 오찬에 앞서 전사자 명비 앞을 지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 참여 명분으로 내세웠던 '공정과 상식'이 흔들리고 있다. 잇딴 대선 공약 파기 논란과 부인 김건희 여사의 행보를 둘러싼 잡음이 채 가라앉기 전에 이번엔 지인 아들을 대통령실에 채용한 사실이 확인되면서다. 대통령실은 즉각 해명에 나섰지만 파장은 오히려 확산하는 모양새다. 취임 초반 지지율 하락세를 마주한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동력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8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논란이 된 윤 대통령 부부 지인의 아들인 황아무개씨는 현재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으로 근무 중이며 청년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전날 시사저널의 단독 보도 (▶사적 채용 또 있다… ‘비선 논란’ 황씨도 대통령실 근무)를 통해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황씨의 채용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사적 채용'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강하게 반발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시민사회수석실에는 윤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던 인사들이 (황씨 외에도) 여럿"이라면서 "(황씨는) 능력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아왔고 업무상 필요에 의해 채용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야당의 비판에 대해 "대통령 부부와 대통령실 직원 간의 인연을 들어 '사적 채용'이라는 민주당의 비판은 악의적 정치 공세"라며 "대통령 비서실이라는 공적 조직에서 일하는 이들을 두고 '비선' 운운하는 것은 더욱 악의적"이라고 반박했다. 

또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모든 대통령 비서실은 참모 상당수를 대통령과 직간접적으로 일해 본 사람들로 충원한다. '사적 채용'이란 용어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문재인 정부 청와대는 공개 채용이라도 했단 말이냐"고 전임 정부를 언급하며 날 선 반응을 보였다. 

대통령실의 해명이 나온 뒤에도 의구심은 가라앉지 않았다. 청년 정책 업무를 담당하는 황씨가 어떤 전문성을 인정받아 대통령실 행정관으로 일하게 된 것인지는 여전히 안갯속이기 때문이다. 

황씨는 윤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캠프에서 활동하며 비공식적으로 대외일정 수행을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전 대통령 측근인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의 수행·운전 담당 인턴 직원이기도 했던 사실이 지난 2월 경향신문 보도로 알려지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15일 출근하며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15일 출근하며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청년 업무 전문성 있나…해명에도 의구심 더 커져

그러나 이같은 황씨의 이력만으로는 '왜, 어떻게' 청년 업무를 담당하는 대통령실 행정관이 됐는지 납득되지 않는다. 청와대 행정관을 비공개 채용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다만 정책이나 업무 관련 전문성이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인물을, 그것도 지인의 자녀를 채용했다는 점에서 의혹을 낳고 있다. 

황씨의 부친 황아무개 사장은 윤 대통령과 김 여사와 각별한 사이로 알려졌다. 친분이 황씨 채용에 영향을 끼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 여사와 봉하마을에 동행했던 코바나컨텐츠 직원 2명도 대통령실 채용 절차를 밟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비선을 통한 국정운영' 우려는 한층 더 커진 상황이 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 명분으로 내세웠던 '공정과 상식'을 스스로 무너뜨렸다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무너진 '공정과 상식'을 제대로 세우겠다던 윤 대통령이 정작 사적 채용 논란 등으로 청년 세대의 박탈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는 비판도 쏟아진다. 

특히 윤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씨의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하고, 검찰총장 재직 당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가족 입시비리 의혹 등을 수사 지휘한 인물이기에 '내로남불' 역풍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허니문 효과' 없이 흔들리는 지지율도 비상이 걸렸다. 취임 한달 만에 국정수행 긍정 평가가 50%를 밑돈다는 여론조사가 최근 나온 데다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공통적으로 취임 초에 비해 지지율이 큰 폭으로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대통령실 채용을 둘러싼 논란이 거듭 여론의 피로도를 끌어올리면서 지지율이 더욱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 부부가 박근혜 정부의 '비선' '국정농단' 악몽을 불러들이는 악수를 둔다는 평가도 이어진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번 논란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 내외는 공사 구분이 없는 것 같다"며 "대통령실도 지인으로 채우려는 건가. 사적 채용 논란은 사적인 경로로 국정이 운영되고 있다는 의심만 키울 것"이라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사실관계를 밝히고 정리해야 하며, 계속 버틴다면 대통령실에 정말 비선이 활개치고 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친구 아들을 행정관으로 채용한 것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황씨의 부친이 삼부토건과 윤 대통령의 연결고리라는 의혹을 가진 '황 사장'이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윤석열 정부의 등용 기준은 무엇이냐. 사적 친분만 있으면 논란이든 주변 우려든 아무 상관 없는 게 아닌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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