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의 ‘공정과 협치’ 다짐, 부메랑 돼 돌아오나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6.2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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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와 공정 위해 선거 이겨야”…“민주당과 협치할 것”
취임 초기 ‘사적 채용’ ‘보복 수사’ 논란 일자 “文정부는?“

“이번 대선은 정의와 공정, 자유 민주주의 가치로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는 선거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2월14일 당 의원총회에서 20대 대선의 성격을 이같이 규정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이 위임한 권력으로 국민을 위해 일하지 않을 때 얼마나 무서운 결과가 따르는지 알고 있다”며 정권 교체를 다짐했다.

‘공정’과 ‘상식의 회복’ 등을 내세웠던 윤 대통령은 숱한 위기를 딛고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 그러나 대통령 취임 후 한 달, 윤 대통령은 위기에 봉착한 모양새다. 그가 공언했던 ‘공정과 정의’가 부메랑이 돼 돌아온 탓이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지인 사적 채용’ 논란과 ‘보복 수사’ 의혹 등이 일며 여야가 정쟁을 거듭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해명이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잔디광장에서 열린 대통령실 이전 기념 주민 초대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잔디광장에서 열린 대통령실 이전 기념 주민 초대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칙’ 배척하고 ‘협치’ 다짐했던 후보 시절 尹

‘정치 초보’였던 윤 대통령이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실정(失政)이 꼽힌다. 이른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내로남불’ 논란이 2030세대를 등 돌리게 만들었고, 이 과정에서 ‘대장동 비리 의혹’과 부동산 가격 폭등까지 겹치며 민심 이반을 낳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윤 대통령 역시 대선 후보 시절 이 지점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변화된 정치’를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2월25일 방송된 TV 연설에서 “지난 5년 동안 민주당은 특권과 반칙, 부정과 부패를 일삼았다”며 “말로는 서민을 위한다고 하지만 무능과 부패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그리고 집 없는 서민들을 절망에 몰아넣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을 속이는 민주당은 반드시 심판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민주당과의 협치를 다짐하기도 했다. 그는 “부정부패한 사회는 성장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부정부패는 정치보복의 문제가 아니다. 바로 민생의 문제”라면서 “윤석열의 사전에 민생은 있어도, 정치보복은 없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모두가 공감하는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를 ‘부도덕한 집단’으로 낙인찍었다. 그는 2월8일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세월이 지나면서 문 대통령을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집단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정말 ’내로남불’의 전형을 봤다”며 “아주 부도덕하고 정말 퇴출돼야 할 집단들이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이른바 ‘측근 정치’의 폐해를 지적하며 기득권 개혁을 공언하기도 했다. 그는 2월15일 청계광장에서 열린 출정식에서 “이번 대선은 부패와 무능을 심판하는 선거”라며 “저는 정치 신인이라 기득권에 맞선 과감한 개혁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대장동 비리 의혹’을 짚으며 “제 주변과 측근의 부정부패도 단호하게 읍참마속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대선 경선 기간이던 지난해 10월 차량 보조석에서 윤석열 당시 후보를 수행하는 황씨. 뒷좌석에서 윤 후보가 내리고 있다. ⓒ시사저널 이원석
대선 경선 기간이던 지난해 10월 차량 보조석에서 윤석열 당시 후보를 수행하는 황씨. 뒷좌석에서 윤 후보가 내리고 있다. ⓒ시사저널 이원석

공정 약속했는데…취임 동시에 불거진 ‘채용 논란’

그러나 취임 후 한 달, 윤 대통령의 포부가 부메랑이 돼 돌아온 모양새다. 윤 대통령이 지인 아들을 ‘인맥’을 토대로 대통령실에 채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17일 시사저널의 단독 보도(▲사적 채용 또 있다… ‘비선 논란’ 황씨도 대통령실 근무)를 통해 처음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논란이 된 윤 대통령 부부 지인의 아들인 황아무개씨는 현재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으로 근무 중이며 청년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황씨는 윤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캠프에서 활동하며 비공식적으로 대외일정 수행을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황씨의 부친 황아무개 사장은 윤 대통령과 김 여사와 각별한 사이로 알려졌다. 능력이 아닌 친분이 황씨 채용에 영향을 끼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부인 김건희 여사와 봉하마을에 동행했던 코바나컨텐츠 직원 2명도 대통령실 채용 절차를 밟는 것으로 확인됐다. 야권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 명분으로 내세웠던 '공정과 상식'을 스스로 무너뜨렸다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15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친구 아들을 행정관으로 채용한 것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황씨의 부친이 삼부토건과 윤 대통령의 연결고리라는 의혹을 가진 ‘황 사장’이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윤석열 정부의 등용 기준은 무엇이냐. 사적 친분만 있으면 논란이든 주변 우려든 아무 상관 없는 게 아닌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文정부는 당당한가”…도마에 오른 ‘반문 해명’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해명이 논란을 더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각종 논란이 일 때마다 ‘민주당 때는 안 그랬나’는 식의 반문(反問)을 거듭하면서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선 ‘정권 교체의 의미를 잃은 태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실은 황씨의 채용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황씨는) 능력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아왔고 업무상 필요에 의해 채용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모든 대통령 비서실은 참모 상당수를 대통령과 직간접적으로 일해 본 사람들로 충원한다. ‘사적 채용’이란 용어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문재인 정부 청와대는 공개 채용이라도 했단 말이냐”고 반문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민주당에서는 전임 문재인 정부와 이재명 의원 관련 수사가 정치보복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는 물음에 “과거 일부터 수사가 이뤄지고 좀 지나면 현 정부 일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고 하는 것이지, 민주당 정부 때는 (과거정부 수사를) 안 했습니까”라고 되물었다.

윤 대통령은 8일 용산 청사 출근길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임명을 비롯한 검찰 출신 인사 편중 우려에 대해서는 “과거에 민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출신들이 아주 도배를 하지 않았는가”라며 문재인 정부에서 민변 출신을 대거 중용한 전례를 부각하기도 했다. 이에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8일 페이스북을 통해 “과거(문재인 정부)에 그랬다고 해서 지금(윤석열 정부)도 그렇게 한다면 왜 정권교체를 했나”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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