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부터 징계까지’ 경찰 통제 본격화…‘정치 경찰’ 우려 수면 위로
  • 박나영 기자 (bohena@sisajournal.com)
  • 승인 2022.06.22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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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 내 경찰청장 등 고위직 후보추천위원회 설치
행안부 장관에 경찰 고위직 징계요구권 부여
2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청사의 모습. ⓒ연합뉴스
2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청사의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신설된 행정안전부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자문위)가 '행안부 내 경찰 지원조직 신설' 등이 담긴 권고안을 내놓으면서 정부의 경찰 통제가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찰 고위직 인사권, 경찰에 대한 징계권 등을 행안부 장관이 틀어쥐면서 경찰의 정치 예속화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자문위가 21일 발표한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찰 통제 방안 권고안에는 행안부 내에 과거 내무부 시절의 경찰국처럼 경찰을 통제하기 위한 조직을 신설하는 방안이 담겼다. 또 행안부 장관의 경찰청장에 대한 지휘 규칙 제정, 고위직 경찰공무원에 대한 후보추천위원회 설치, 대통령 직속 경찰개혁위원회 설치 등의 방안도 있다. 고위직 경찰 공무원의 징계요구권을 행안부 장관에게 부여하는 안도 포함됐다. 

'경찰 지원조직'은 사실상 31년 만의 '경찰국' 부활이라는 평가다. 경찰국 논란에 대해 한창섭 행안부 차관은 "경찰 관련 행안부 장관의 소관 사무가 개별 법률에 분산돼 있고 그 소관 사무를 행안부 장관이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 행안부 하부 조직을 설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헌법, 정부조직법, 경찰법, 형사소송법 등 관련 법에 따라 행안부 장관은 경찰청과 관련해 법령 발의·제안, 소속청장 지휘, 인사제청, 국가경찰위원회 안건 부의, 수사 규정 개정 협의 등 역할을 수행해야 하지만 현재 행안부 내에 관련 업무를 지원하는 조직이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행안부의 전신인 내무부의 치안본부가 민주화 이후 1991년 외청인 경찰청으로 독립한 지 31년 만에 '경찰국'을 되살리는 데 대한 우려가 크다. 당시 국회가 정부조직법을 개정하면서 내무부장관의 사무에서 '치안'을 삭제하고 치안 사무를 관장할 경찰청을 신설한 입법 정신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핵심은 인사권이다. 행안부가 경찰청장과 국가수사본부장에 대한 후보 추천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은 법무부 내 검찰국이 검찰을 통제하고 검찰총장추천위원회가 검찰총장 후보를 추천하는 시스템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이 경창청장 등 경찰 고위직을 1차 검증하고 행안부 장관이 제청권을 행사하게 되는데, 이 구조대로라면 인사권을 가진 행안부의 경찰 직접 통제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행안부 주체의 경찰 감찰·징계도 경찰을 틀어쥐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자문위는 경찰 자체 감찰을 우선으로 하되, 보충적으로 감사원 등의 외부 감사 및 감찰을 실질화한다는 방안을 내놨다. 또 경찰청장을 포함한 일정직급 이상의 고위직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는 행안부 장관에게 징계요구권을 부여할 것을 권고했다. 경찰청장 징계는 청장이 스스로 자신의 징계를 요구해야 징계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2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 걸린 경찰국 신설 반대 현수막.
2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 걸린 경찰국 신설 반대 현수막. ⓒ연합뉴스  

행안부가 경찰 인사·징계권을 틀어쥐면 경찰 간부들이 정부와 정치권 눈치 보기에 치중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국민의힘 유정복 인천시장 당선인은 21일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상식적으로 볼 때 장관 휘하에 경찰국이 신설되면 경찰이 장관 눈치를 많이 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그는 또 "행안부가 과거 내무부였던 시절을 보면 조직 내에 치안국을 뒀다가 치안본부 체제로 변경하고 이후 경찰청으로 독립시켰다"며 "이같은 변화는 경찰이 보다 민주적이고 오직 국민을 위해 해야할 일을 충실하라는 취지였는데, 이제와서 다시 행안부 산하 조직으로 둔다는 게 시대 흐름에 맞는건지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을 파기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 출신인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22일 YTN 라디오에서 경찰국 설치 움직임에 대해 "(경찰이) 완전하게 독립성을 갖춘 조직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고 하면서 독립성을 아예 무위로 돌리는 해결 방식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행안부 장관이 곧 경찰청장이 된다고 하면, 우리 정부 직제상 윤석열 대통령에게 경찰의 소관 업무에 대한 핫라인이 들어가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윤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경찰청장의 장관급 격상'을 약속했었다"면서 "이는 경찰의 독립성을 강화하겠다는 공약인데 행안부에 경찰국을 둠으로써 경찰청장을 행안부의 국장으로 격하해 버린 결과가 초래됐다"고 했다.

시행령 개정을 통한 경찰 통제가 위법이라는 지적도 있다.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행안부 장관이 경찰국을 통해 경찰청을 관리하는 것은 지금의 정부조직법·경찰법에 위배되는 사항으로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발상"이라며 "행안부 장관 탄핵 사유"라고 비판했다. 그는 "행안부 장관의 머릿속에는 법무부-검찰국의 관계를 행안부-경찰청의 관계에 적용시켜보려는 것 같은데 큰 착각"이라며 "법무부의 업무는 대부분 검찰에서 오고, 법률에 검찰 사무의 최고 감독권자는 법무부 장관으로 규정돼 있지만 행안부 장관의 사무에는 치안에 관한 사무가 없다"고 했다. 

그는 "만약 법무부가 검찰을 관리하듯이 행안부 장관이 경찰국을 통해 경찰을 관리하고 싶으면 우선 정부조직법부터 바꿔야 한다"며 "그러지 않는 이상은 위법한 경찰 관리 방식이 된다"고 꼬집었다. 또 '경찰도 민주적 통제를 받아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당연히 통제받아야 하지만 통제의 방식, 주체가 문제"라며 "경찰 내의 경찰위원회, 인권위, 집회·시위 자문위, 수사심의위, 시민감찰위 등 시민적 통제기구를 적극 활용하고 실질화되도록 권한을 부여하면 시민 통제가 제대로 작동이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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