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으로 포위 당한 이준석, 유승민이 ‘원군’ 될까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6.22 14:2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리위 앞, 李 본인 상황 ‘한니발’에 빗대며 자조 섞인 반응
李, 최후의 수단으로 창당 거론…‘舊 동지’ 유승민 합류설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성 상납 의혹’에 대한 당 윤리위원회의 징계 논의가 임박했다. 정치권에서는 윤리위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이 대표를 향한 당내 견제는 심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른바 ‘친윤석열계’와 ‘친안철수계’의 전략적 동맹으로 이 대표가 고립될 것이란 우려다.

이 대표가 ‘사면초가’에 몰린 가운데 여권 일각은 유승민 전 의원의 동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경기도지사 경선에서 낙선한 후 ‘반윤’(反尹) 인사로 돌아선 유 전 의원이 이 대표와 손잡고 정치권 재기를 모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이 대표가 당권 경쟁에서 밀리거나 지쳐 ‘창당 카드’를 빼 든다면 가장 강력한 우군은 유 전 의원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왼쪽)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연합뉴스·시사저널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왼쪽)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연합뉴스·시사저널

‘최후’ 예상했나…李, ‘한니발’에 빗댄 본인 운명

국민의힘 윤리위는 22일 오후 7시 국회 본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 대표의 ‘성 상납 의혹’과 ‘증거인멸 교사 의혹’이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성 상납과 관련한 확실한 증거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김철근 당 대표 정무실장이 의혹 제보자 장아무개씨를 만나 ‘7억원 투자 각서’를 써준 사실이 공개됐다. 이 각서가 ‘입막음용’인지, 이 대표가 직접 지시했는지가 주요 쟁점 사항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경찰 수사 결과가 발표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의 일부 세력이 ‘정치적인 이유’로 자신을 몰락시키려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 대선 국면에서 장제원 의원과 갈등을 빚었던 이 대표는, 지방선거가 끝난 후엔 정진석 국회 부의장, 배현진 최고위원 등 친윤계 인사들과 연이어 논쟁을 벌였다. 최근엔 최고위 구성을 두고 안철수 의원과 장외 설전을 주고받기도 했다.

이 대표는 윤리위 심의를 하루 앞둔 21일 페이스북에 “결국 그에게도 포에니 전쟁보다 어려운 게 원로원 내의 정치싸움이었던 것 아니었나”라며 “망치와 모루도 전장에서나 쓰이는 것이지 안에 들어오면 뒤에서 찌르고 머리채 잡는 거 아니겠나”라는 글을 남겼다. 자신의 처지를 ‘포에니 전쟁’의 영웅 한니발 장군에 빗댄 것으로 보인다. 한니발 장군은 전쟁 영웅이었지만 정치개혁을 주도하다 원로원의 미움을 샀다. 그는 결국 자발적 망명의 형태로 도망자 신세가 됐고,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실제 정치권 일각에서는 윤리위 결과와 무관하게 향후 이 대표가 고립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친윤계와 안철수 의원 등이 손을 잡고 이 대표의 ‘혁신안’을 반대하고 나선다면, 상대적으로 세(勢)가 적은 이 대표가 불리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당외 인사였던 안철수 의원으로서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의 도움이 절실하다. 안 의원이 장제원 의원을 비롯해 (이 대표와 감정이 좋지 않은) 인사들을 규합할 가능성이 높다”며 “당장 이 대표를 (대표 자리에서) 내치기는 어렵겠지만, 이 대표의 입지가 좁아지거나 고립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이 11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서점 '북쌔즈'에서 자신의 저서 '야수의 본능으로 부딪쳐라' 북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이 11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서점 '북쌔즈'에서 자신의 저서 '야수의 본능으로 부딪쳐라' 북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

최후의 카드로 창당 거론…강력한 동지는 유승민?

이 대표는 윤리위가 어떤 징계를 내리든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태다. 앞서 이 대표는 16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낮은 수위의 징계인) 경고도 받아들이기 힘들다. 최고위 판단을 받아야 하는 제명이 아닌 윤리위가 임의로 할 수 있는 당원권 정지는 그야말로 정치적 판단”이라며 수용 불가 입장을 천명한 바 있다.

이에 윤리위가 ‘무혐의’ 처분을 내리지 않는다면, 이 대표가 ‘강경 카드’를 빼들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현재 거론되는 수는 이 대표가 ▲당 대표 권한으로 윤리위를 해산하는 안 ▲최고위에 본인의 징계안 재논의를 상정하는 안 ▲징계에 불복하고 자진 탈당하는 안 등이다. 앞선 두 안의 경우 당내 친윤계의 반발이 불가피하다. 이에 탈당 후 창당이 가장 극단적이지만, 가장 현실적인 안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힘 한 초선의원은 “현재 국민의힘에서 이 대표가 나간다면 2030세대 당원들의 ‘집단 탈당’ 사태에 직면할 수도 있다”며 “이렇게 되면 ‘도로 새누리당’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 이 대표 본인도 이 사실을 모를 리 없기에 (탈당을) 고려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만약 이 대표가 당을 나가 새로운 개혁보수 성향의 신당을 창당한다면, 그의 오랜 동지인 유승민 전 의원의 합류가 유력해 보인다. 이 대표와 유 전 의원은 이미 ‘탈당→창당’ 등의 정치 행보를 함께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지난 2017년 탄핵 정국 이후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을 창당했다. 이후 지난 2020년 총선 전 미래통합당과 합당해 복귀했다.

만약 이 대표가 당을 나간다면 친윤계와 대척점에 서는 ‘반윤’ 인사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경기도지사 경선 이후 국민의힘과 척을 진 유 전 의원과의 교집합이 생기는 셈이다. 마침 유 전 의원 역시 경선에서 낙선한 후 두 달여 만에 북콘서트를 열고 공개 행보에 나섰다. 유 전 의원은 정치적 재기를 노릴 발판과 명분이 필요한 상황이다.

유 전 의원은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의 한 북카페에서 열린 ‘야수의 본능으로 부딪혀라’ 북콘서트 현장에서 “앞으로 50년, 100년 동안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성장”이라며 “(나는) 보수정치인 중에서 복지와 분배에 가장 전향적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차기 총선, 대선에서도 경제문제가 화두가 될 것이며, 본인의 경쟁력이 빛을 발할 수 있다는 주장으로 읽힌다.

이에 이 대표도 화답했다. 현장을 찾은 이 대표는 유 전 의원을 바라보며 “어려운 고비를 같이 넘었던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정말 좋은 것 같다”며 “노력을 하다 보면 빛을 본다는 확신이 있다. 그 길에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유 전 의원과 이 대표가 만난 이날 행사에는 개혁보수 성향의 전‧현직 의원들이 몰리며 문전성시를 이뤘다. 이 대표 외에도 김세연 전 의원, 오신환 전 의원, 김용태 청년최고위원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