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통일부 고위 관계자 “합동 심문서에 귀순 의사 여러 번 나왔다”
  • 김현지 ·조해수 기자 (metaxy@sisajournal.com)
  • 승인 2022.07.15 10:00
  • 호수 170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제 북송’ 사태로 본 청와대-국정원-군 삼각 커넥션
‘월권 지시’ 의혹 靑-‘은폐·조작’ 의혹 국정원-‘윗선 지시 수용’ 軍

문재인 정부의 대북 문제가 정국을 집어삼켰다. 문 정부가 지난 2019년 귀순 의사를 밝힌 탈북 어민을 강제로 북한에 보낸 사실이 재조명되면서다.

당시 청와대가 강제 북송을 주도했고, 국정원은 이에 보조를 맞추는 듯 관련 보고서 일부를 조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와 경찰, 통일부 등 관계기관은 ‘윗선’의 지시를 속수무책으로 받아들였다. 문재인 청와대가 안보기관인 국정원을 동원해 사건을 은폐·축소, 나아가 조작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파장이 거세졌다.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 피살 사건과 관련해, 이씨를 ‘자진 월북자’로 단정한 문 정부의 방식도 이와 유사했다.

2019년 11월8일 해군이 동해상에서 북한 오징어 잡이 목선을 동해 NLL 해역에서 북측에 인계했다. 이 목선은 16명의 동료 선원을 살해하고 도피 중 군 당국에 나포된 북한 주민 2명이 타고 있던 배다.ⓒ태호 국민의힘 의원실 제공·뉴스1
2019년 11월8일 해군이 동해상에서 북한 오징어 잡이 목선을 동해 NLL 해역에서 북측에 인계했다. 이 목선은 16명의 동료 선원을 살해하고 도피 중 군 당국에 나포된 북한 주민 2명이 타고 있던 배다.ⓒ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실 제공·뉴스1

통일부 고위 관계자 

“탈북 어민, ‘귀순하겠다’ 자필 진술서도 작성”

문재인 정부의 북송 결정은 빨랐다. 문재인 정부의 발표와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실 제출 자료 등을 종합하면, 국가안보실은 해군이 동해상에서 어민 2명을 나포한 지 이틀 만인 2019년 11월4일, 이들을 추방하기로 결정했다. 이어 나포 5일 만인 11월7일 판문점을 거쳐 북한으로 보냈다.

탈북민 합동정보조사는 통상 보름 이상 걸리지만, 이 두 명에 대해서는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북송이 실행됐다.

문재인 정부는 ‘탈북 어민 2명이 북한 선박에서 16명을 살해한 흉악범’이고 ‘이들의 귀순 의사에 진정성이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는 이들이 2019년 8월 중순 김책항을 출항한 배에 탔고, 10월말쯤 16명의 선원을 살해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국회 서면 답변서에서 “이들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흉악범이며 이들의 귀순 의사에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또한 2019년 11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제출된 통일부 보고서에 따르면, 어민 2명은 조사 과정에서 ‘(선원 16명을 살해한 뒤) 일단 돌아가자, 죽더라도 조국(북한)에서 죽자’고 모의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이들은 해군에 붙잡힐 때는 ‘삶을 포기하려는 생각을 했다’고도 했다.

김연철 당시 통일부 장관은 2019년 11월15일 국회 외통위에서 이러한 내용을 보고했다. 이 밖에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2017년 5월~2020년 7월)은 2021년 2월5일 외교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이들은 흉악범이고 귀순할 의사가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탈북 어민 2명이 ‘죽더라도 조국(북한)에서 죽자’고 결심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 북한에 돌아가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사형뿐이다. 반면 남한에 머무르면 사형당할 일은 없다. 문재인 정부가 탈북 어민들의 진술을 ‘왜곡’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었다.

시사저널 취재 결과, 어민 2명은 수차례 귀순 의지를 밝힌 것으로 파악됐다. 통일부 고위 관계자는 본지 기자에게 “합동 심문서에 귀순 의사가 여러 번 나온다. 심문 과정에서 귀순하겠다는 자필 진술서도 작성했다”며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에 심문서를 제출했다. 곧 모든 사실이 명명백백히 밝혀질 것”이라고 밝혔다.

국정원의 개입 여부도 도마에 올랐다. 서훈 전 국정원장(2017년 6월~2020년 7월)이 하급자를 통해 통일부 보고서에 담긴 탈북 어민들의 ‘귀순 의사’ 등 일부 표현을 삭제하고, 합동정보조사를 조기 종료시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정원은 7월6일 서훈 전 원장을 국정원법상 직권남용과 허위 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고발했다.

2019년 11월 탈북 어민 2명의 강제 북송 당시 사진을 7월12일 통일부가 공개했다.ⓒ태호 국민의힘 의원실 제공·뉴스1
2019년 11월 탈북 어민 2명의 강제 북송 당시 사진을 7월12일 통일부가 공개했다.ⓒ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실 제공·뉴스1
2019년 11월 탈북 어민 2명의 강제 북송 당시 사진을 7월12일 통일부가 공개했다.ⓒ태호 국민의힘 의원실 제공·뉴스1
2019년 11월 탈북 어민 2명의 강제 북송 당시 사진을 7월12일 통일부가 공개했다.ⓒ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실 제공·뉴스1

끌려가는 탈북민…

‘민간인 송환’ 軍이 거부하자 경찰이 호송

강제 북송 당시 어민들의 사진은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통일부는 7월12일, 국회와 출입기자단에 10장의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속 탈북 어민들은 억지로 끌려가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들은 2019년 11월7일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을 넘지 않기 위해 저항하는 자세를 취했다. 북한군에 인계되지 않기 위해 끌려가는 도중에도 몸을 뒤로 빼고 있었다. 이들의 눈은 안대에 가려졌고, 몸은 포승줄에 묶였다. 안대를 벗은 뒤 북한군을 발견하자 벽에 머리를 찧는 등 자해를 시도하는 어민의 모습도 포착됐다. 이는 문 정부의 발표와 모순된다.

당시 대한적십자사가 아닌 경찰 특공대가 어민들의 호송을 담당했다. 국가안보실이 당초 국방부에 송환을 요청했지만, 국방부가 이를 거절하면서 경찰이 맡게 됐다.

경찰청은 태영호 의원실에 제출한 서면 답변서에서 “관계기관으로부터 ‘자해 우려가 있다’며 호송 지원 요청을 받았다”고 했고, 국방부는 “‘군 차원에서의 민간인 송환은 불가하다’고 전달했고, 탈북 선원의 북송 관련 소관부처는 통일부”라고 했다. 적십자사 측은 경찰 특공대가 호송을 담담한 것에 대해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윤석열 정부는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은 7월13일 브리핑에서 강제 북송 사진을 언급하며 “끌려가지 않으려 발버둥치던 모습은 귀순 의사가 없었다던 문 정부의 입장과 너무나 달랐다”며 “만약 귀순 의사를 밝혔음에도 강제로 북송했다면 국제법과 헌법 모두 위반한 반(反)인도·반(反)인륜적 범죄행위로, 진상 규명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라고 했다.

검찰은 이날 오후 강제 북송, 해수부 공무원 사건 등과 관련해 서울 서초구 국정원을 압수수색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희동)는 해수부 공무원 사건을, 공공수사3부(부장검사 이준범)는 강제 북송 사건을 각각 맡고 있다.

2017년 6월 청와대에서 임명장 수여식을 마치고 나온 문 재인 대통령(왼쪽)과 서훈 국정원장ⓒ연합뉴스
2017년 6월 청와대에서 임명장 수여식을 마치고 나온 문 재인 대통령(왼쪽)과 서훈 국정원장ⓒ연합뉴스

2019년에만 ‘귀순 진정성’ 판단…

통일부 고위 관계자 “이례적”

강제 북송 과정에는 이례적인 대목이 많다. 우선 ‘형평성’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정부는 범죄 혐의가 있는 다른 탈북자와는 달리, 탈북 어민에 대해서는 나포 5일 만에 북송했다.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법’에 따르면 △항공기 납치, 마약거래, 테러, 집단살해 등 국제형사범죄자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 △위장탈출 혐의자 △국내 입국 후 3년이 지나서 보호 신청을 한 사람 등에 대해서는 정부가 보호하지 않을 수 있다. 귀순을 인정하지만 정부의 주거 지원 등을 받을 수 없는 ‘비보호 탈북자’다.

전체 비보호 탈북자는 7월14일 기준 322명이다. 이들 중 국제형사범죄자,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 등은 23명이다. 강제 북송된 탈북 어민도 비보호 탈북자로 귀순할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 고위 관계자는 “탈북민이 보호를 요청하면 (탈북민 보호 목적의) 북한이탈주민법을 적용하면서 우리 국민으로 간주해 왔다”며 “그러나 2019년 사건에서만 어민들의 귀순 의사에 진정성이 있는지를 봤고, 그 결과 북한이탈주민법을 적용하지 않고 돌려보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 정부의 북송 결정이 이례적이었음을 인정한 것이다.

앞서 통일부는 2019년 11월 보고서에서 어민들의 ‘귀순 의사의 진정성’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우리 국민임을 확인하는 관련 법적 절차(북한이탈주민법)를 적용하지 않았다”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북한 선박과 주민에 대한 매뉴얼이 있지만 문 정부는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며 “매뉴얼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문 정부의 결정은 ‘북한 주민도 우리 국민’이라고 보는 사법부 판단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논란이다. 우리 헌법과 국적법은 북한 주민이 곧 우리 국민이라고 명확히 규정하지 않았다지만,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그동안 북한의 국가성을 부인하면서 북한 주민도 우리 국민이라는 태도를 취해 왔다. 헌법 3조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 등이 근거였다.

복수의 전문가는 이를 근거로 강제 북송의 위헌 소지를 짚었다. 헌법상 국가의 자국민 보호 의무,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 등을 위반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세계 최대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 한국지부 관계자는 “문 정부의 결정은 강제송환 금지 원칙에 반하는 인권 침해 행위”라며 “탈북민이 최소한 난민 심사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앰네스티는 2019년 11월14일에도 비판 성명을 냈었다.

결국 합동정보조사 참여 부처도 아니었던 통일부가 국가안보실의 북송 결론을 무리하게 받아들인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통일부의 입장 변화는 이를 뒷받침한다.

조중훈 통일부 대변인은 7월11일 브리핑에서 “(탈북 어민도)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이라며 “북한으로 넘겼을 경우 받게 될 여러 피해를 생각한다면 분명하게 잘못된 부분이 있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2019년 11월 발표와는 180도 달라진 것이다.

 

청와대-국정원 커넥션…

국제사회 문제로 떠오를 가능성 

청와대 개입 의혹은 해양수산부 공무원(故 이대진씨) 사건에서도 불거졌다. 서훈 국가안보실장(2020년 7월~2022년 5월) 주재로 열린 관계부처장관회의는 이씨의 사망 다음 날인 2020년 9월23일 새벽 1시, 오전 10시에 열렸다. 이후 9월24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등을 거치면서 이씨의 월북이 언급됐다.

하태경 국민의힘 해수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 단장은 6월23일 브리핑에서 “합참의 최초 상황보고가 있던 9월22일 저녁 청와대에 올린 보고서를 열람했더니 월북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됐었다”며 “청와대 보고를 거치면서 9월24일 월북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합참의 입장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서욱 국방부 장관도 2019년 9월24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23일 회의에서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설명했었다.

국정원은 이 과정에서 또 등장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2020년 7월~2022년 5월) 시절 관련 보고서가 삭제됐다는 의혹이었다. 국정원은 7월6일 서훈 전 원장과 함께 박지원 전 원장을 해수부 공무원 사건 당시 첩보 보고서를 무단 삭제한 혐의(직권남용 등)로 고발했다. 박 전 원장은 다수의 방송 인터뷰 등을 통해 혐의를 부인했다.

군과 경찰 등은 ‘윗선’의 지시를 집행하는 기관으로 전락했다. 국방부는 6월16일 “2020년 9월27일 청와대 국가안보실로부터 사건 관련 주요 쟁점 답변 지침을 하달받았다”고 밝혔고, 해양경찰 역시 비슷한 시기에 이러한 지침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의 결과 뒤집기는 반복됐다. 국방부와 해경은 6월16일, 해수부 공무원 고(故) 이씨의 자진 월북 정황은 없다고 발표했다. 1년9개월여 만에 발표가 뒤집어진 것이다.

정치권 공방은 뜨겁다. 국민의힘은 7월12일 국가안보문란 실태조사 태스크포스(TF)를 발족시키며 공세를 예고했다. 더불어민주당 서해 공무원 사망사건 TF는 7월13일 기자회견에서 “16명을 살해한 엽기적인 흉악범 북한 주민마저 국민으로 받아야 한다는 말인가”라며 이에 맞섰다.

국제사회는 강제 북송 사건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문 정부의 결정이 유엔 고문방지협약 등 국제규범 위반이라는 지적이다.

국제앰네스티는 7월14일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보낸 논평을 통해 “어민들을 북한으로 돌려보내기로 한 결정은 ‘농 르플르망’ 원칙 위반”이라고 했다.

농 르플르망 원칙은 고문 등 잔혹하고 비인도적 박해를 받을 위험이 있는 국가로 개인을 추방·송환·인도해선 안 된다는, 이른바 ‘강제 송환’을 금지하는 국제법상의 원칙이다.

수잰 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 역시 “문 정부는 북한과의 관계에 치중해, 북한 주민도 한국 국민이라는 대한민국 헌법을 위반했다”고 비판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침해조사국장 등을 지낸 한희원 동국대학교 법무대학원장은 “인권법의 대원칙은 중대 범죄 혐의자라도 박해 위험성이 있는 곳으로의 강제 송환을 금지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형사 고발과 민사소송 외 △국제형사재판(ICC) 제소 △국제인권 비정부기구(NGO)와 공동 진상 규명 요구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UNHRC) 진정 제출 등 국제적 방안을 제시했다.

탈북인권단체총연합 등 국내 단체는 7월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했다.

국제 인권단체 관계자는 “탈북 어민들에 대한 온라인상 비난 여론이 늘어나면서 전체 탈북민에 대한 비난도 증가했다”며 “강제 북송은 억압적인 북한 정권하에서 살아온 탈북민 입장에서 ‘내게도 저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일으키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했다. 중국 내 구금된 탈북민만 1500여 명인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