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일까 횃불일까 이재명 ‘사법 리스크’의 세 가지 변수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2.07.29 16:00
  • 호수 171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건은 ‘기소’ 여부와 내용…당헌 80조 해석 둘러싼 전쟁 예고
기소 ‘타이밍’에 따라 여론 정반대로 갈릴 가능성도

모두의 예상대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월28일 당 대표 예비경선(컷오프)을 통과했다. 여전히 견고한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 구도 속에 이 의원은 차기 당 대표 자리에 한발 더 다가서게 됐다. 하지만 그를 둘러싸고 있는 ‘사법 리스크’ 논란은 어디로 튀고 또 얼마나 불어날지 한 치 앞을 알 수 없다. 바깥에선 검찰과 경찰이 수사망을 좁혀오고 당내에선 사법 리스크의 ‘실체’를 두고 친명(親이재명)계와 비명(非이재명)계가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 의원으로선 그야말로 내우외환에 처한 형국이다. 여기에 7월29일 이 의원의 부인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해 수사를 받던 참고인이 숨진 채 발견돼 파장이 커지고 있다.

앞서 경찰은 오는 8월 중순경 법인카드 의혹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공언했다. 8·28 전당대회 국면의 막판 도화선이 될 ‘티저(예고)’를 보란 듯 던진 것이다. 일각에선 9월초엔 무조건 이 의원의 기소 여부가 결정될 거란 전망도 제기한다. 대선 공직선거법 공소시효 만료일이 9월9일이며 검찰의 수사권을 제한한 이른바 ‘검수완박법’ 시행일도 9월10일이기 때문이다. 실제 ‘장막 속 실체’가 있느냐 여부와 관계없이, 이미 사법 리스크는 구호 그 자체로 당 전체를 흔들고 있다. 당 안팎에 번지는 무성한 ‘설(說)’들 속, 이 의원의 사법 리스크가 마주할 핵심 쟁점과 변수 세 가지를 짚어봤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당 대표 후보로 선출된 박용진, 이재명, 강훈식 후보(왼쪽부터)가 7월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예비경선대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당 대표 후보로 선출된 박용진, 이재명, 강훈식 후보(왼쪽부터)가 7월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예비경선대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시사저널 박은숙

1. ‘기소’, 당헌 해석 충돌 가능성

세간의 관심은 우선 8월 경찰 수사 발표에 쏠려 있다. 수사 결과가 이 의원에게 불리하게 나올 경우, 전당대회에서 ‘비명 연대’는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이미 컷오프 전부터 박용진 의원을 중심으로 이 의원에 대항하는 ‘혁신 단일화’ 논의가 진행돼 왔다. 이 의원이 당선돼 그의 개인 리스크가 곧 민주당 전체의 리스크로 확산될 가능성을 사전에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비명계가 이 의원의 사법 리스크를 ‘실존하는 위협’으로 보는 핵심 이유 중 하나는 검찰의 기소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직후, 대선 과정에서 제기된 이 의원의 의혹들에 대한 수사가 일제히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법인카드 유용 의혹뿐 아니라, 과거 변호사비 대납부터 성남FC 후원금, 대장동·백현동 사업 등 의혹들에 대해 경찰이 연이어 압수수색을 벌이며 전방위 수사에 나서고 있다. 검경이 작심하고 칼을 빼어든 만큼, 의혹들 중 적어도 한 개 이상에 대해 기소가 이뤄질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기소’ 여부가 중요한 이유는 민주당 당헌당규에 담겨 있다. 최근 당내에선 ‘당헌 80조’가 회자되고 있다. ‘부패 연루자에 대한 제재’ 규정이 적힌 80조 1항에 따르면,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위반 혐의로 기소될 경우 기소와 동시에 직무가 정지된다. 일례로 지난 6월 경찰은 성남FC 의혹과 관련해 이 의원을 ‘제3자 뇌물죄’ 피의자로 적시했다. 즉 이에 대한 기소가 이뤄질 경우 그의 거취에 즉각적인 변화가 불가피해지는 것이다.

변수는 역시 당헌에 적시된 ‘예외사항’이다. 당헌 80조 3항은 ‘정치 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될 경우 징계 처분을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 경우 곧장 당 윤리심판원의 심사와 의결이 진행된다. 이미 이 의원은 7월17일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당일, 자신의 사법 리스크와 관련한 질문에 “국민의힘이 고발하고 그에 동조해 검경이 수사하고 있다. 선무당이 동네 굿 하듯 (수사)하고 있다”며 명백한 정치보복 행위라고 강조한 바 있다. 향후 직무 정지에 해당하는 기소가 이뤄지더라도 이 의원은 3항 예외사항으로 당내 여론을 이끌고 갈 가능성이 크다.

그 과정에서 과연 기소를 ‘정치 탄압’으로 봐야 하느냐 여부를 두고 당내 ‘해석 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 당권 경쟁자였던 강병원 의원은 경선 과정에서 “법인카드 유용과 같은 의혹조차 당사자가 나서서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하면 국민의 지지를 얻을지 모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설훈 의원 역시 “성남FC 의혹을 비롯해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문제가 심각한 부분이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물론 기소 내용에 따라 충돌 강도가 약해질 순 있다. 당헌에서 규정한 부정부패 관련 혐의 이외에 직권남용과 같은 혐의로만 기소될 경우 이 의원의 당권 행보에 흠집은 가겠지만 치명타가 되진 않을 거란 관측도 있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한 민주당 관계자는 “대장동·백현동과 같은 굵직한 사안에서 검경이 뚜렷한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해, 법인카드 유용 의혹만 내세우고 있는 거란 얘기도 있다. 따라서 당헌 80조에 적용될 혐의로 기소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아주 새롭거나 치명적인 혐의로 기소되지 않는 한, 이 의원의 ‘정치보복 수사’ 주장으로 힘이 기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2. 전대 전이냐 후냐, 기소 시점이 여론 가른다

기소가 어느 시점에 이뤄지느냐도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 전당대회 이전에 이 의원이 기소되는 건 이 의원 자신은 물론 민주당으로서도 가장 혼란스러운 시나리오다. 기소 내용에 따라 당헌당규상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수 있는 피선거권이 곧장 제한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규 11조 1항을 보면, 부정부패 관련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자(당헌 80조)는 피선거권이 박탈된다고 명시돼 있다. 물론 이 경우에도 ‘선거관리위원회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예외를 인정할 수 있다’는 조항(4항)에 따라 한 번의 소명 기회는 주어진다. 그러나 치열한 경쟁 국면에서 이를 둘러싼 후보 간 분열은 더욱 극대화될 수 있다.

반면 검찰의 기소가 전당대회 이후 이뤄진다면 분위기는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 의원이 당 대표로 선출된 경우, 그가 기소되더라도 전당대회 이전과 같은 기세로 사법 리스크를 주장하긴 쉽지 않다. 당원과 국민 지지로 세워진 당 대표를 흔드는 데 이들도 상당한 부담을 느낄 것이기 때문이다. 갓 선출된 당 대표를 향한 기소 결정을 도발이자 보복으로 받아들이는 시각도 당내에 더 많아질 수 있다. 이 경우 당은 방탄 역할을 자처할 것이며 이를 비토해온 목소리는 자연히 옅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소 시점에 따라 민심의 향방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전당대회 이후라면 이 의원에 대한 원심력보다 구심력이 더 크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그 시기에 민주당의 심장인 호남 민심이 어떻게 표출되는지에 따라 당내 분위기도 달라질 전망이다. 민주당 역사에선 호남이 택한 후보가 곧 대선후보가 돼왔고, 당의 위기와 대대적인 정계 개편 역시 주로 호남 민심의 외면으로부터 시작됐기 때문이다. 호남 민심이 이 의원의 기소로 인한 리스크를 품을지, 이 의원의 대체재를 찾아 지지를 더할지 향방이 주목된다.

이재명 민주당 의원이 7월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입장하는 동료 의원들에게 90도로 인사하고 있다.ⓒ시사저널 이종현
이재명 민주당 의원이 7월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입장하는 동료 의원들에게 90도로 인사하고 있다.ⓒ시사저널 이종현

3. 혐의 입증 안 되면 李 날개 달고 비명은 역풍

정가에서 기소 시점으로 예상하는 9월 전후로 기소가 이뤄지지 않거나 검경이 뚜렷한 혐의점을 제시하지 못하고 변죽만 울릴 경우, 오히려 이 의원은 사법 리스크 족쇄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의원의 리스크를 가장 전면에서 제기해온 설훈 의원조차 “검찰이 (이 의원 수사에 대해)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두 달 이상 시간을 끈다면 그땐 저부터 나서 ‘무죄로 보인다’고 얘기할 것”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이 경우 이 의원의 당내 리더십도 한층 단단해질 기회가 생긴다.

오히려 전당대회를 치르는 동안 이 의원의 사법 리스크를 문제 삼았던 당내 인사들에게 역풍이 불 가능성도 있다. 이미 이 의원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 사이에선 사법 리스크를 제기하는 민주당 의원들을 해당 행위자로 규정하고, 이들을 윤리심판원에 제소하기 위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친명계 한 관계자는 “이 의원 사법 리스크의 실체가 있다고 주장하는 분들은 그야말로 무죄 추정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해온 것”이라며 “이 의원의 분명한 혐의가 밝혀지지 않는 한 이들에 대한 책임론이 당내에서 강하게 제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리스크는 결국 능력으로 풀어야

어쩌면 검경의 답은 이미 정해져 있을 수 있다. 혹 당장 기소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 의원의 사법 리스크는 언제든 다시 튀어나와 그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 결국 이 의원으로선 사법 리스크 논쟁을 잠식시킬 수 있는 대대적인 국면 전환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단 당권 출마 과정에서 잃은 당내 민심을 회복하고 구심력을 키우는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 그중 하나로 당 밖의 ‘공공의 적’인 윤석열 정부에 대한 선명한 대여 투쟁을 주도하는 방안이 꼽힌다. 또한 그동안 당의 구심점 역할을 해온 인사들과의 접점을 늘려 당의 결집을 이뤄내는 방안도 거론된다. 대선 당시 이 의원을 물밑에서 지원했던 원로 이해찬 전 대표를 비롯해 여전히 당내 주류인 친문의 주요 인사들이 그의 리더십에 힘을 더한다면 그 자체로 당내 결집 효과를 가져다줄 수 있다.

이 의원이 사법 리스크 논쟁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결정적 이유로 그가 이를 덮어버릴 매력적인 어젠다를 던지지 못했기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따라서 비명계조차 부정할 수 없는 대대적인 혁신안이나 투명한 공천 청사진 등을 제시해 당내에서 설득력을 얻는 방안도 고민해볼 수 있다. 2015년 문재인 당시 당 대표가 당 혁신안과 함께 자신의 재신임 여부를 물었던 것처럼, 필요하다면 이 의원 역시 이 같은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리스크는 능력으로 불식시켜야 한다는 얘기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