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 3연속 ‘자이언트스텝’ 감행하나…한은의 선택은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2.07.28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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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큰 폭의 추가 인상 적절할 수도”…‘빅스텝’ 가능성
한·미 금리 역전 폭 얼마나 줄어들지 관심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 EPA=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두 달 연속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연준은 27일(현지 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린 2.25∼2.50%로 결정했다. 이로써 한·미 기준금리는 2020년 2월 이후 약 2년 반 만에 역전됐다.

이제 시선은 한국은행에 쏠린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오는 9월로 예정된 다음 FOMC에서도 큰 폭의 금리 인상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내달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결과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만일 한은도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에 따라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대출 금리 상승도 불가피해 기존 대출자들의 걱정도 커지는 상황이다.

 

2연속 자이언트스텝 감행한 연준, 다음은 ‘빅스텝’?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27일 FOMC 정례회의 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물가상승률이 너무 높다”며 “다음 FOMC 회의에서도 이례적으로 큰 폭의 추가 인상이 적절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3연속 자이언트스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단서를 달았다. 그는 “그 결정은 지금부터 그때까지 나오는 (경제) 데이터에 달려 있다”며 2연속 자이언트스텝이 기정사실화됐던 이번 FOMC와는 상황이 다를 것임을 밝힌 것이다. 그러면서 “통화정책 기조가 추가로 긴축됨에 따라 누적된 정책 조정이 경제와 인플레이션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를 평가하는 동안 인상 속도를 늦추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당장 오는 28일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가 발표된다. 오는 9월 FOMC 전까지 7월과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고용 보고서가 두 차례 발표될 예정이다. 이 같은 경제 관련 성적표의 추이에 따라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폭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부 교수는 “0.75%포인트로 올릴 수도 있다는 주의를 시장에 준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며 “물가와 노동시장 및 원유가격의 추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장예측과 같이 9월에는 0.5%포인트, 11월과 12월에는 각각 0.25%포인트씩 올릴 가능성이 제일 높다고 본다”고 밝혔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3번 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밟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0.25%포인트 인상은 시장에 경기 둔화 우려 인상을 줄 수 있기에 0.5%포인트 인상이 가장 합리적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7월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브리핑실에서 이날 열린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통화정책방향회의 결과에 대해 설명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7월13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통화정책방향회의 결과에 대해 설명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 금리 역전 속 한은의 선택은?

관심은 이제 오는 8월 25일 열릴 한은 금통위로 쏠리고 있다. 한은 금통위는 지난 13일 사상 첫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시행하며 기준금리를 2.25%로 올렸다.

하지만 연준의 잇따른 자이언트스텝으로 금리 역전현상이 발생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 금리가 우리보다 높아지면 더 높은 금리를 향하는 투자 자금이 한국 시장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다. 달러값 추가 상승으로 인한 국내 금융시장 충격 우려도 있다. 

한은이 두 번 연속 빅스텝을 감행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3일 금통위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당분간 금리를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한·미 금리 역전 관련해서도 이 총재는 “과거 양국 기준금리 역전 폭이 평균 0.5%~0.9%포인트, 높게는 1%포인트를 넘긴 경우도 있었다”며 “격차 자체보다 실제 자본 유출, 외환시장 영향, 신흥국으로의 파급 효과 등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의 전망은 엇갈린다. 주원 연구실장은 “미국처럼 큰 폭의 금리 인상을 하기엔 한·미 경제 상황이 다르다”며 “수출 하락세 등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이 약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를 과도하게 올리면 실물 경제가 받는 충격은 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물가와 수출 등 우리 경제 상황을 고려해서 선택할 문제로, 미국 금리와의 격차를 줄이려 무리하게 인상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반면 양준석 교수는 “0.25%포인트 높일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겠지만, 그럴 경우 원화 약화나 외국 자본유출이 가속화될 것 같다”며 한은의 빅스텝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는 “현재 상태에서 외화 유출은 피할 수 없다”면서도 “한·미간 금리역전 폭을 어느 정도 제한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양 교수는 그러면서 중요한 지표로 석유 가격을 들었다. 그는 “석유가격 하락세가 계속 유지돼 한국의 무역적자 추세가 흑자로 바뀌면 금리 인상의 폭을 줄일 수 있고, 어느 정도 금리 역전이 있어도 자금 유출도 멈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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