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정부 인사 검증 3단계 전부 검찰·검찰·검찰…‘상호 견제’ 될지 의문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2.08.05 16:00
  • 호수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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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출신 ‘윤석열 사단’이 장악한 고위 공직자 검증 시스템
野는 ‘문고리 육상시’로 규정…“尹 스타일 바뀌어야” 지적도

윤석열 정부에서 고위 공직자를 채용하는 공식 절차는 이렇다. 대통령실 소속 인사기획관실에서 복수의 인사를 추천한다. 추천 인사들에 대해 6월7일 새로 출범한 법무부 산하 인사정보관리단에서 1차 검증을 진행한다. 이곳에선 사회·경제로 분야를 나눠 정보를 수집하고 각 인사의 법적 문제를 살핀다. 이렇게 또 한 번 추려진 인사들은 대통령실 소속 공직기강비서관실로 전달돼 2차 검증을 거친다. 이 절차까지 통과한 인사 명단은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부속실장을 통해 윤 대통령에게 최종 보고된다.

이는 현 정부 들어 새로 시도되는 인사 검증 절차다. 그동안 고위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했던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고 법무부에 공직자 인사 검증을 ‘위탁’한 것이 가장 뚜렷한 차이점이다. 앞서 대통령실은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신설 배경으로 “(인사 과정에서) ‘권한을 분산’해 ‘상호 견제’가 가능하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5월2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위원 임명장 수여식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5월2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위원 임명장 수여식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검찰끼리’ 검증, 반복되는 인사 참사로 한계 드러내

크게 3단계로 나뉘는 현행 인사 검증 시스템에서는 과연 취지대로 단계별 ‘상호 견제’가 잘 이뤄지고 있을까. 각 단계 책임자는 전부 윤 대통령과 인연이 각별한 ‘검찰 출신’으로 채워져 있다. 가장 먼저 인사를 추천하는 인사기획관실은 복두규 인사기획관과 이원모 인사비서관 두 축으로 구성돼 있다. 복두규 기획관은 검찰수사관 출신으로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시절 사무국장으로 일했다. 대검 사무국장은 검찰의 행정뿐 아니라 특수활동비 등 안살림을 총괄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복 기획관은 조국 법무부 장관 시절 사무국장에 임명됐는데, 윤 총장이 그를 추천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이원모 비서관은 대전지검에서 월성 원전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로,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시절 함께 근무했다. 대선 초부터 캠프 법률팀에 합류해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네거티브 대응을 담당한 그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부터 초대 내각 인사에 대한 검증을 전담했다. 최근 윤 대통령의 스페인 마드리드 순방에 이 비서관의 부인 신아무개씨가 민간인 신분으로 동행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이어 1차 검증을 진행하는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은 현 정부 권력이 검찰 출신들에 쏠려 있다는 비판을 받는 주요인이다. 타 부처 고위 공직자 임명까지 법무부에 맡긴 것이 법치주의 위반이자 ‘권력 몰아주기’라는 논란은 현재 진행 중이다. 인사정보관리단은 인사혁신처 출신 박행열 단장이 임명돼 두 달째 조직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수장은 단연 윤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대표적인 검찰 인맥으로 꼽히는 한동훈 장관이다. 조직 내 파견 검사 세 자리 역시 앞서 인수위원회에 파견돼 근무했던 검사들로 채워졌다. 인사정보관리단 출범 후 해당 조직은 현 정부 인사 검증의 핵심축이 되었고 한 장관은 더욱 현 정부 ‘소통령’으로 자리매김했다.

한 장관은 인사정보관리단과 관련한 논란에 줄곧 인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조직이라고 강조해 왔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중심으로 ‘밀실’에서 진행하던 고위 공직자 인사 검증을 양지로 끌어올리겠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정작 한 장관은 인사 검증 대상과 검증 기준에 대해선 프라이버시 등을 이유로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어떤 차별성도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인사정보관리단의 검증 기준과 능력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6월 출범한 후 이곳의 검증을 거친 것으로 보이는 인물로는 송옥렬 전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와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가 있다. 송 전 후보자는 지명 후 곧장 과거 교수 시절 성희롱 논란이 불거지면서 끝내 낙마했다. 윤 후보자 역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어린이보호구역을 포함해 주정차 위반과 속도 위반 등으로 8차례 과태료를 문 사실이 최근 드러났다. 이 때문에 인사정보관리단이 이러한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는지, 발견하고도 문제 삼지 않았는지 또는 발견 후 대통령실에 보고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는지를 두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도 한 장관은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인사정보관리단으로부터 1차 검증 결과를 전달받아 2차 검증을 진행하는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의 책임자는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이다. 이 비서관은 과거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 간첩조작 사건’에 연루돼 징계를 받은 인물로, 임명 당시 야권 등에서 “국정원의 조작을 묵인·동조한 사람을 통해 공직 기강을 바로 세우려 하느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는 간첩조작 논란 후 2014년 대구고검으로 좌천됐고, 역시나 ‘국정원 댓글 수사’ 항명 논란으로 좌천돼 내려온 윤 대통령과 그곳에서 인연을 맺었다.

인사 검증의 최종 보고자인 강의구 부속실장 또한 검찰수사관 출신이다. 윤 대통령이 대검 중수부 평검사일 때부터 20여 년간 인연을 쌓았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시절 비서관으로 보좌하기도 했다. 강 실장이 임명될 당시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과 강 실장은 눈빛만 봐도 통하는 사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인사 검증 3단계 시스템을 총괄하는 이들에 더해, 대통령실 채용 전반을 관리하는 윤재순 총무비서관, 인수위원회에서부터 이원모 인사비서관과 함께 내각 검증을 책임졌던 주진우 법률비서관도 인사 검증 과정에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이들 역시 검찰에 뿌리를 둔 이른바 ‘윤석열 사단’이다.

ⓒ연합뉴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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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문법’에 치우친 검증, 결과는 ‘송옥렬 사태’

정부 인사 검증 과정 전반이 ‘검찰 일색’이다 보니, ‘권력 분산’과 ‘상호 견제’라는 기존 취지와 반대로 검증의 경계가 되레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각 단계를 담당하는 이들도 윤 대통령을 구심점으로 오랜 기간 직간접적인 인연을 쌓아온 검찰 선후배 사이다. 이 점 역시 경계를 더욱 흐리게 하고 인사 부작용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아가 이들의 경우 상명하복 분위기가 강한 검찰 조직에 몸담아온 만큼 윤 대통령의 입맛에 맞게 인사를 추천할 수밖에 없을 거란 얘기도 있다. 윤 대통령이 톱다운 방식으로 측근 인사를 추천하더라도 이들이 제대로 견제하고 검증하지 못할 거란 지적이다. 바로 이러한 특성이 정부 출범 후 줄곧 인사 실패가 되풀이되는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검찰 출신으로 시작해 검찰 출신으로 끝맺는 인사 검증 시스템이 낳을 수 있는 또 하나의 큰 부작용은 바로 인사 기준이 ‘획일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적법한지’ ‘위법한지’에 치우쳐 공직자 후보의 적격 여부를 따지기 때문에 국민 정서와는 동떨어진 인사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송옥렬 전 후보자 사례가 대표적이다. 송 전 후보자의 교수 시절 성희롱 논란이 터지자 대통령실에선 즉각 “해당 논란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사자가 사과했고 또 해당 대학 측의 특별한 징계가 없었기 때문에 큰 문제로 보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심지어 송 전 후보자가 검증 과정에서 스스로 자신의 논란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음에도 대통령실에서 지명을 강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검찰 문법’에 따라 형사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여부만 주로 따지다 보니 이 같은 사태가 벌어진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일각에선 검찰 편중 인사 검증이 이어지다 보면, 특정 집단의 논리에 매몰돼 중요한 걸 놓치는 ‘집단사고의 오류’가 발생할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한 장관은 7월2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인사정보관리단과 관련한 야당의 우려에 “법무부는 법적 해석에 있어 국가적 자산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인사 검증 업무를 감당할 근거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민주당 한 관계자는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이 단순한 법적 판단과 해석을 넘어 정부 고위 공직자의 종합적인 자질과 역량을 가려낼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검증보다 최종 결정권자의 선택 문제라는 지적도

장관 및 장관급 후보자들의 각종 논란이 불거지고 낙마 사례가 쌓이자 더불어민주당에선 인사 검증에 관여하고 있는 이들에 대한 책임론을 꺼내들었다. 특히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7월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인사 검증 3단계를 총괄하고 있는 검찰 출신 인사들을 겨냥해 나라에 불행을 초래하는 ‘문고리 육상시’(복두규·이원모·이시원·강의구·윤재순·주진우)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국정농단을 초래한 박근혜 정부 당시 이른바 ‘문고리 삼인방’에 빗대 맹비판한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인사의 최종 결정권자인 윤 대통령의 인사 기준과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인사 검증 작업에 참여한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그동안 언론에 제기된 각종 의혹들이 검증 실무 단계에선 모두 발견됐고, 문제가 될 만한 것들은 윗선에 보고했다”고 증언해 파장을 낳기도 했다. 즉 그동안의 인사 논란 원인은 실무자들이 검증에 소홀해서가 아니라 결국 ‘최종 선택’의 문제였다며 억울함을 토로한 것이다. 결국 시스템의 꼭지점에 위치한 대통령의 변화만이 계속되는 인사 참사를 멈출 수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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