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사람’ 박순애 쳐낸 尹대통령…인적쇄신 끝?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8.09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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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난+인사 참사+폭우 피해’ 겹치며 민심 ‘악화일로’
與 일각서도 인적 쇄신 요구…이상민‧김대기‧복두규 등 거론

“전 정권에서 지명한 장관들 중 이렇게 훌륭한 사람 봤나?”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5일 ‘박순애 신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경우 부실인사, 인사실패 지적이 있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같이 반문했다. 이어 ‘사전 검증이 가능한 부분들이 많았다’는 취재진 지적에 “다른 정권 때하고 한 번 비교를 해보라, 자질이나 이런 것을”이라고 답한 뒤 집무실로 빠르게 발길을 돌렸다.

이처럼 윤 대통령이 자신했던 ‘훌륭한 사람’ 박순애 전 장관은 8일 자진 사퇴했다. 음주운전 이력과 논문 표절 논란이 불거진 데다 스스로 학제 개편 논란 등을 야기하면서 벼랑 끝에 내몰린 탓이다. 가중된 경제난에 ‘인사 참사’ 논란까지 겹치자 윤 대통령을 향한 민심이 차게 식어갔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국민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추가적인 ‘인적 쇄신’을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내각의 핵심 인물들이 줄줄이 ‘살생부’에 오를 것이란 관측이다.

사진 왼쪽부터 윤재순 총무비서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 ⓒ연합뉴스
사진 왼쪽부터 윤재순 총무비서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 ⓒ연합뉴스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정권 초기 인사 밑그림을 그리며 자신감을 드러냈다고 한다. 출신, 성별, 이념 등을 고려하지 않고 철저한 ‘능력 중심 인사’를 강조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자신감과 달리 결과는 ‘낙제점’이었다. 김인철 전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정호영·김승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등이 신상 의혹에 휩싸여 줄줄이 물러났다. 여기에 윤 대통령의 신임을 받던 박순애 전 교육부 장관까지 8일 자진 사퇴했다.

‘인사 참사’가 계속되자 여권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윤 대통령을 향한 민심이 그만큼 좋지 못한 탓이다. 반복된 인사 논란과 경제난, ‘사적 채용’ 논란, 여권 내홍 등이 겹치면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20%대까지 주저앉았다. 이런 가운데 8일부터 내린 폭우로 도시 곳곳이 잠긴 것도 정부에 악재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이 ‘사면초가’에 처한 셈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인적 쇄신’을 단행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거듭된 인사 참사, 국정 혼란의 책임을 물어 이른바 ‘윤핵참’(윤석열 대통령 핵심 참모)들을 직접 ‘읍참마속’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를 통해 윤 대통령을 둘러싼 측근 기용 논란을 차단하고, 국정 전환을 모색하게 될 것이란 관측이다.

5선 중진인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8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지지율을 갉아먹는 내각이 있다면 이것을 미련 없이 과감하게 읍참마속 하는 마음으로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며 “그래야 국민들의 새 정부에 대한 믿음이 훨씬 더 공고하게 되고 기대감을 다시 회복시키지 않겠냐”고 주장했다.

3선인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4일 불교방송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임기 초반 20%대 지지율이면 공무원들도 말을 안 듣는다”며 “가장 근본적인 것은 대통령 본인의 문제인데 당에서도 직무 대행이 그만 뒀고, 대통령실도 비상상황이니 비서실장 정도는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과 약식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름휴가를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과 약식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의 ‘살생부’ 명단에 가장 먼저 거론되는 인물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다. 이 장관은 법조인 출신으로, 윤 대통령의 충암고·서울대 법대 4년 후배로 알려졌다. 사석에서는 윤 대통령과 ‘호형호제’하는 각별한 사이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대우조선해양 파업 사태, 경찰국 신설 등을 두고 야권과 갈등을 빚으며 정쟁 복판에 섰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이 장관을 향해 ‘탄핵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야권과의 ‘협치’를 모색해야 한다면, 최측근인 이 장관부터 교체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8일 국회에서 만난 더불어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민주당이 먼저 (이상민) 장관의 탄핵을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생각한다. 탄핵은 어디까지나 국민의 뜻이 먼저 움직일 때나 빼들 수 있는 카드”라면서도 “가장 좋은 것은 대통령이 먼저 결단하는 것이다. 때론 인사 하나가 협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인사 검증의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대통령실의 주요 참모들을 전면 교체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이 지목한 이른바 ‘대통령실 인사 참사 4인방’(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 복두규 인사기획관,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 윤재순 총무비서관)이 대상이다. 실제 이들 중 일부는 사의를 고려하거나, 실제 사의를 표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앞서 시사저널은 지난 2일 기사([단독] 대통령실 김대기 비서실장 지난주 사의 표했다…尹은 일단 반려)를 통해 김대기 비서실장과 일부 수석비서관이 최근 윤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했으나, 윤 대통령이 반려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는 윤 대통령 지지율이 30%대 초반까지 주저앉았던 상황이다. 그러나 이후 윤 대통령 지지율이 10% 가까이 추가적으로 하락하면서, 대통령실의 분위기는 더 악화된 것으로 전해진다.

윤 대통령의 ‘일단 믿고 쓴다’는 인사 소신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윤 대통령은 8일 출근길 인적 쇄신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모든 국정동력이라는 게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것 아니겠느냐”며 “국민의 관점에서 모든 문제를 다시 점검하고 잘 살피겠다. 그런 문제들도 (집무실로) 올라가서 살펴보고, 필요한 조치가 있으면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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