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주호영, 이준석과 ‘극적 화해’ 가능할까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8.09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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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이준석, 같은 ‘바른정당’ 출신으로 개혁 성향 유사
2021년 당 대표 경선 당시 해묵은 ‘앙금’ 여전하단 관측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사진 왼쪽)와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사진 왼쪽)와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집안의 불을 끌 ‘소방수’로 5선 주호영 의원을 택했다. 주 의원은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를 이끌며 다음 전당대회 전까지 당 내분을 수습하고 혁신을 주도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준석 대표 측이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 삼으며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여권 일각에선 이준석 대표와 연(緣)이 있는 주 의원이 갈등 봉합을 위한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9일 의원총회에서 주호영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임명하는 안건을 추인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약 20분간 당 소속 의원 115명 중 73명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연 화상 의총에서 이같이 결론을 내렸다고 양금희·박형수 원내대변인이 전했다.

당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후보로는 정진석 국회부의장,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 등이 거론됐다. 그러나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관계자)으로는 당의 위기 상황을 돌파할 수 없다는 초‧재선 의원들의 의견이 강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지난 주말을 거치며 주 의원이 유력 비대위 후보로 급부상했다는 후문이다. 주 의원은 온건 보수성향으로 계파색이 상대적으로 옅은 인물로 평가된다. 바른정당을 거친 옛 이명박계로 ‘윤핵관 불가론’에서도 자유로운 편이다. 또 지난 2020~2021년 원내대표와 비대위원장 권한대행 등을 수행한 경험이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이에 이날 오전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주 의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제안했고, 주 의원은 의총을 통해 동의받으면 수락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라 비대위가 구성되면 즉시 최고위원회 지도부가 해산하고 비대위원장이 당대표 권한을 갖게 된다. 즉, 주 의원이 비대위를 꾸리는 순간 이준석 대표의 당대표 직위도 사라지게 된다. 이에 이 대표 측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비대위가 구성될지라도 당분간 내홍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여권 일각에선 비대위가 순항하기 위해선 이 대표 측과의 ‘타협’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궁지에 몰린 이 대표에게 일방적인 협조와 양해를 기대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에 이 대표와 인연이 있는 주 의원이 직접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지난 대선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이 대표를 찾아 화해를 시도했던 ‘울산 회동’을 재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한 초선의원은 “당과 이준석 의원 모두 반보씩 양보해야 한다. 양측이 정면 충돌하면 그 피해는 당과 대통령뿐 아니라 경제난에 처한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툭 터놓고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의원이 비대위원장으로 추인된 것 역시 갈등 봉합의 적임자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 의원과 이 대표는 바른정당 출신으로 뿌리가 같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고, 개혁보수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교집합도 적지 않다. 양측의 대화 가능성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최근 양측이 당 대표 자리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해, ‘앙금’이 여전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지난해 6월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 출마했던 주 의원은 당시 ‘여론조사 1위’를 달렸던 이 대표의 정계 입문 과정을 문제삼으며 ‘아빠 찬스’가 있었음을 주장하기도 했다.

2021년 6월2일 주 의원은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새아침》에 출연해 “유승민 전 의원을 중심으로 이(준석) 후보 등이 친분 관계로 뭉쳐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있는 현실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유승민계가 조직적이고 비난받을 방법으로 이 후보를 돕는 정황은 없다”면서도 “이 후보의 아버지와 유 전 의원이 친구인 특별한 친분 관계가 있는 상황에서 공정한 대선관리가 되겠냐”고 주장했다.

이에 당시 이 대표는 “계파가 당에 망조를 들게 했던 시기는 친이·친박, 친박·비박이 사안마다 대립할 때로 지금은 영향력 있는 계파가 없다”며 “일부 후보가 계파 정치나 구태로 선거를 치르려 해서 안타깝지만, 국민이 평가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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