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률’ 기준엔 묵묵부답인 국민대…재학생들에겐 어떤 기준?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2.08.1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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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학생 “표절률 수치 정해져 있어”…학교 측 “구체적 답변 어려워”
이준한 인천대 교수 “학부생도 표절률 4% 안 넘는데”…“과거 기준 달랐다” 반론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2021년 12월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허위경력 의혹 등에 대한 입장문 발표를 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김건희 여사가 지난 2021년 12월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허위경력 의혹 등에 대한 입장문 발표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대가 김건희 여사 논문에 내린 ‘표절 아님’ 판단에 교수들까지 들썩거리고 있다. 표절 피해자라고 밝힌 구연상 숙명여대 교수를 비롯해, 여러 교수들은 43%부터 100%에 이르는 ‘표절률’을 지적한다. 하지만 국민대는 조사 결과 발표에서 ‘표절률’ 단어조차 언급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김 여사가 나온 국민대 테크노디자인대학원 재학생들에겐 어떤 기준이 적용되고 있을까?

해당 대학원 재학생 A씨는 10일 시사저널과 만나 “(학과마다) 차이가 있을 순 있지만, 졸업 심사 과정에서 카피킬러 프로그램을 통해 표절률을 검증하는 것도 공식 절차에 포함된다”며 “이때 수치도 (본인 소속의 경우) 최대 10%로 정해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이상을 넘은 졸업생은 보지 못한 것 같다”고 밝혔다.

다른 재학생 B씨는 “자체 졸업심사 후에도 카피킬러를 통해 표절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까지 마쳐야 졸업 통과가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표절률에 이상이 있으면, 아무리 논문 내용이 좋아도 학위가 취소된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학교 측의 ‘유사도 높은 부분이 결정적 대목은 아니다’라는 근거는 표절률을 무시한 주관적 표현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럼 학교 측에선 ‘표절률 통과 기준’에 대해 어떻게 답할까? 시사저널이 11일 학교 홍보처와 연구윤리위 등에 전화로 물었지만, 학교 측은 “자료 이상 말씀드릴게 없다”며 말을 아꼈다. 또 지금과 다를 수 있는 2008년 당시 기준에 대해서도 학교 측은 “확인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앞서 국민대 총장은 8일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의 면담 후 뒤늦게 김 여사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률이 12%였다고 발표했다. 다만 이는 교수들이 내놓은 수치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

8월8일 국민대 정문 앞에서 국민대 동문 비상대책위원회가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2007년 쓴 박사학위 논문조사 결과에 항의하는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김 여사의 석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을 살펴보고 있는 숙명여대의 민주동문회도 숙명여대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개최를 촉구하는 현수막을 들고 동참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민대 동문 비상대책위원회가 8일 국민대 정문 앞에서 김건희 여사의 박사학위 논문조사 결과에 항의하는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김 여사의 석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을 살펴보고 있는 숙명여대의 민주동문회도 숙명여대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개최를 촉구하는 현수막을 들고 동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재학생들은 학교 측 다른 근거인 ‘대학원 특성상 실무에 비중을 두는 점’에도 의구심을 표했다. A씨는 실무를 평가하는 실기수업과 졸업 논문은 별개라고 강조했다. 그는 “(본인들의 경우) 무조건 실기 스튜디오 과목 6학점을 매학기 이수해야 한다”며 “해당 과목에선 실무를 중점적으로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해당 과목 이수와 별개로, 졸업 논문에선 글 구성과 문장 등 이론적 부분도 같이 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B씨는 “김 여사는 ‘대외적’으로는 졸업을 한 상태”라면서도 “문제가 많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다른 대학교에선 표절률 기준이 어떻게 적용될까?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원의 경우 졸업심사에서 논문 제출 시 표절검사 프로그램(턴잇인·카피킬러)의 퍼센트 수치를 같이 기입하게 돼 있다. 해당 대학원 재학생 C씨는 “정확한 수치 기준은 잘 모르겠지만, 퍼센트 수치를 제출하라는 건 학교에서 심사 때 중요하게 보겠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연세대학교 공과대학원에 재학 중인 D씨는 “선배들도 카피킬러 5%만 넘어도 졸업 심사에서 문제 생길 것이라 경고한다”며 “표절률 17%, 43%는 상상하기 힘든 수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본인들의 경우) 교수들이 표절률을 따로 관리하진 않는다”면서도 “대신 학생들에게 직접 카피킬러를 돌려 표절률을 확인하도록 주의시킨다”고 덧붙였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본교도 논문 제출하면 위에 표절률 검사 결과가 같이 뜬다”며 “수치가 정해져있진 않지만, 표절률이 최대 5%를 넘지 않는 것은 불문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학부생 논문 표절률이 4%만 나와도 난리인데, 하물며 박사학위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대에서 김 여사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률이 12%라고 발표한 것에 대해서도 “12%를 통과시켜준 것도 문제다. 학교 간판이 스스로 명예를 훼손시킨 것”이라고 혹평했다.

임홍재 국민대 총장(왼쪽)이 8일 오후 김건희 여사 논문 재조사 결과와 관련해 항의 방문한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면담하고 있다.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임홍재 국민대 총장(왼쪽)이 8일 오후 김건희 여사 논문 재조사 결과와 관련해 항의 방문한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면담하고 있다.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계속된 논란에도 불구하고 임홍재 국민대 총장은 “논문 관련 재조사는 없다”는 입장을 시사하고 있다. 앞서 민주당 교육위 소속 의원들은 8일 임 총장과의 면담을 통해 재조사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임 총장은 “(해당 자료들은) 연구윤리위에서 의결해 비공개로 결정된 사안”이라며 “현재 윤리위가 결정한 사안에 대해, 총장으로서 그 사안을 존중하겠다”고 못박았다.

한편 숙명여대 교수들도 지난 10일 김 여사의 본교 교육대학원 미술교육학 석사 논문에 대해 “48~54%가 표절”이라는 검증 결과를 내놨다. 만약 숙명여대가 해당 논문에 대해 ‘연구부정 행위가 있었다’는 결론을 내고 논문을 취소하면, 국민대에서 받은 김 여사의 박사논문도 자동 취소될 가능성이 높다. 석사논문이 무효화 될 경우, 박사논문 신청 자격 자체가 미달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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