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온다고 퇴근 안 하나”…논란 자초한 대통령실 ‘말말말’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2.08.1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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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실책에 ‘인적 쇄신’ 요구 커져
대통령실은 ‘물갈이’보다 ‘인력보충’에 방점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호우 피해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호우 피해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 연합뉴스

기록적 폭우에 대한 대통령실의 ‘부실 대응’이 도마에 올랐다. 폭우 참사 피해 현장을 국정홍보물로 활용하는가 하면 “비 온다고 퇴근 안 하나”와 같은 부적절 발언을 잇따라 내놓으면서다. 대통령실은 폭우 피해 점검과 복구에 전념을 다한다는 계획이지만, 계속되는 실책으로 지지율 추가 하락을 우려해야 하는 처지다.

정치권 일각에선 “대통령실이 X맨”이란 평가도 공공연하게 거론된다. 대통령실의 홍보 과정상 실수가 부각된 게 한 두 번이 아니어서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제대로 홍보‧관리해야 할 대통령실이 오히려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대통령실 ‘인적 쇄신’ 요구가 야권은 물론 정부여당 내에서도 고조되고 있다. 

대통령실에서 제작한 집중 호우 관련 카드뉴스 국정홍보물. 참사 피해 현장을 대상화했다는 비판을 받자, 대통령실은 해당 홍보물을 삭제 처리했다. ⓒ 대통령실 홈페이지
대통령실에서 제작한 집중 호우 관련 카드뉴스 국정홍보물. 참사 피해 현장을 대상화했다는 비판을 받자, 대통령실은 해당 홍보물을 삭제 처리했다. ⓒ 대통령실 홈페이지

대통령실의 ‘밉상 행보’

폭우 피해 대응에 있어 “대통령실이 논란을 자초했다”는 평가를 들은 첫 번째 지점은 지난 9일 내놓은 국정홍보물이었다. 윤 대통령이 일가족 3명이 수해로 사망한 신림동 참사 현장에 방문한 사진을 카드뉴스 배경으로 사용한 홍보물이었다. 즉각 참사 현장을 대상화했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논란이 확산하자, 대통령실은 해당 홍보물을 삭제하고 사과했다.

참모들의 대응 방식도 구설수에 올랐다.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은 전날(10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비가 온다고 해서 대통령이 퇴근을 안 하나”라고 말했다. 폭우 피해가 심각해지기 전에 윤 대통령은 이미 퇴근 한 상태였으며, 자택에서 충분한 대응을 했다는 취지의 해명이었다. 그러나 이미 윤 대통령을 겨냥한 ‘부실 대응’ 논란이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에서 내놓을 해명으론 적절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대통령실에서 잘못 해석하는 해프닝이 일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피해자의 명복을 빌며 불편을 겪은 국민께 정부를 대표해 죄송하다”라고 말했다. 호우 피해 관련 첫 사과인 동시에 취임 후 첫 사과였다. 그런데도 대통령실 관계자는 “굳이 사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국민과 소통하겠다는 말씀 중 하나”라고 언급했다. 취재진 사이에서 혼선이 생기자, 이 관계자는 “첫 번째 사과라는 점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취지의 말이었다. 사과는 맞다”고 말을 고쳤다. 지지율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대규모 자연재해라는 위기를 맞닥뜨렸는데도, 대통령실의 실책이 이어진 셈이다.

대통령실이 공개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 윤 대통령이 컴퓨터 빈 화면을 보고 백지 문서를 검토하는 장면이라 ‘설정샷’ 논란에 휩싸였다. ⓒ 연합뉴스
대통령실이 공개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 윤 대통령이 컴퓨터 빈 화면을 보고 백지 문서를 검토하는 장면이라 ‘설정샷’ 논란에 휩싸였다. ⓒ 연합뉴스

‘설정샷’ 논란에 눈감은 사진까지…“아마추어 대통령실”

대통령실의 ‘부실 홍보’ 문제가 도마에 오른 것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지난 달 윤 대통령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순방 당시엔 빈 컴퓨터 화면과 백지를 검토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제공해 ‘설정샷’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대통령실은 “보안 상 이유로 내용을 삭제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선 조롱이 이어졌다. 뿐만 아니라 나토 공식 홈페이지엔 윤 대통령이 눈을 감고 있는 사진이 게재됐고, 대통령실에선 이를 나중에 알게 돼 재차 비판을 받았다.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출근길 약식 기자회견) 관련 ‘관리 소홀’ 지적도 나왔다. 대통령실이 예상되는 질문에 대한 윤 대통령의 답변을 사전에 준비하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전 정권에 훌륭한 장관 있었나”는 등 여론의 뭇매를 맞은 윤 대통령의 발언을 사전에 정제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도어스테핑을 중단한다고 했다가, 이튿날 바로 윤 대통령이 취재진의 질문에 응해 번복되는 혼선을 겪기도 했다. 

정치권에선 대통령실의 홍보 문제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전반적 메시지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지금 대통령실에서 하는 것을 보면 총체적으로 표 떨어지는 짓들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임 정부에서 대통령 의전을 맡았던 탁현민 전 의전비서관은 “(윤 정부의) 이미지 디렉팅이 최저 수준이다. 아마추어를 쓰지 말고 전문가를 쓰라”고 일갈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윤석열 대통령의 사진 ⓒ나토 공식 홈페이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윤석열 대통령의 사진 ⓒ나토 공식 홈페이지

“지지율 더 떨어진다” 우려에 들끓는 인적쇄신 요구

현재 여야를 막론하고 대통령실에 대한 인적 쇄신 요구가 들끓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달라진 모습을 가장 빠른 시간 내에 가시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게 바로 인적쇄신이다. 정부여당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인적 쇄신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권에선 줄곧 “무능한 대통령실 인사를 전면 교체하라”고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다만 대통령실은 ‘물갈이’보다 ‘인력 보충’에 방점을 찍겠다는 계획이다. 일부 참모진을 교체하되, 경질보다는 정책‧홍보 분야의 인적 자원을 보충하는 형식의 인선을 단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당장 대통령실은 전날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을 대통령실 청년대변인으로 영입했다. 다만 박 대변인은 곧바로 ‘일베(극우 커뮤니티)’ 논란에 휩싸여, 재차 ‘부실 검증’ 구설수에 올랐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윤 대통령 주변에 쓴 소리 해줄 인물이 없는 것 같다. 지금 인적 구성으로는 지지율이 오를 수가 없다”며 “과감한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 대통령실의 무능에 갇혀버리면 민심과 괴리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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