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신호탄? ‘당헌 개정’ 이어 ‘문재인 지우기’ 가속화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2.08.15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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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환점 돈 민주당 전당대회, ‘독주’ 굳히는 이재명
文정부 ‘소득주도성장’ 등 강령 삭제로 ‘또’ 계파 갈등 분출
당헌 80조 개정 추진에 ‘이재명 방탄용’ 비난 격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당 대표 후보가 14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전·세종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 합동연설회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가 14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대전·세종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 합동연설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공

더불어민주당 8·28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후보 독주가 굳어지고 있는 가운데 당내 ‘문재인 지우기’ 논란이 커지고 있다. 당 강령과 당헌 개정이 추진되는 것을 두고 친(親)문재인 진영에서 문제를 제기하면서다. ‘당헌 80조’ 개정을 두고 ‘이재명 방탄용’이라는 논쟁을 벌이고 있는 데 이어 당내 친이재명계 대 비(非)이재명계 간 갈등이 더욱 격화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는 16일 전체회의를 열고, 당 강령에서 ‘소득주도성장(소주성)’이라는 단어를 ‘포용성장’으로, ‘1가구 1주택’ 용어를 ‘실거주·실수요자’로 바꾸는 내용의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소주성과 1가구 1주택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 정책이다.

이 결정을 두고 사실상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 원인을 문재인 정부 정책 실패로 돌리고 전 정부와 거리두기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 후보 당선이 유력해지는 분위기에서 벌써부터 당을 ‘이재명화’하려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소주성 삭제 논의를 주도한 인물이 전준위원으로 활동 중인 김병욱 의원으로 알려져 더욱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김 의원은 이 후보의 핵심 측근인 '7인회'의 일원이기 때문이다.

당장 문재인 청와대 초대 국민소통수석비서관을 지낸 윤영찬 최고위원 후보는 SNS를 통해 “문재인 정부 지우기 작업을 당장 멈추시라”며 “국민이 원하는 것은 이재명의 민주당이 아니라 ‘민주당다운 민주당’이며 동시에 ‘새로운 민주당’”이라고 비판했다.

이 후보의 당권 경쟁자 박용진 후보 역시 전준위 방침을 두고 “우리가 정권을 빼앗긴 건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실패 때문이 아니”라며 “정권을 뺏긴 것이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정책 탓이라는, 남 탓 노선의 연장”이라고 이 후보를 겨냥했다.

 

당헌80조도 개정 눈 앞…힘 못 쓰는 친문

앞서 친명계와 비명계는 당헌 80조 개정 문제를 두고도 갈등을 이어왔다. 당헌 80조는 부정부패와 관련한 혐의로 기소되는 동시에 직무를 정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이 후보 지지자들은 향후 이 후보의 검찰 기소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해당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해왔다. 이 요구를 수용해 당 전준위에선 기소 시점이 아닌 ‘1심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경우 당직을 정지’하는 내용으로 개정 추진에 나섰다. 전준위는 16일 강령 수정과 함께 해당 당헌 개정도 의결할 방침이다.

이를 두고도 비명계를 중심으로, 당 전체가 나서 ‘이재명 방탄용’ 개정을 강행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비명계이자 친문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헌 80조가 문재인 당 대표 시절 혁신위에서 만들어졌다는 점을 강조하며 그간 당의 혁신 노력을 후퇴시키는 일이라고 꼬집고 있다.

친문 윤영찬 후보는 “우리 솔직해지자. 만일 박용진·강훈식 당 대표 후보 당선 가능성이 높았다면 당헌 80조 개정 청원과 당내 논의가 있었을까”라며 “이래도 특정인을 위한 당의 헌법 개정이 아니라고 우기나”라고 지적했다. 반면 친명계 정청래 최고위원 후보는 “적의 흉기로 동지를 찌르지 마라. 일개 검사에게 당의 운명을 맡길 수 없다”며 당헌 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처럼 비명계 또는 친문계에서 연일 반발하고 있지만, 당내 당헌·강령 개정 작업에 실질적인 영향력은 미치지 못하고 있다. 당 주류가 이미 친문에서 친명으로 재편되고 있는 상황에서 주도권을 잃어버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당대회 현황을 살펴봐도 차기 당 지도부가 대부분 친명계로 꾸려질 가능성이 크게 점쳐진다. 전당대회가 반환점을 돈 지금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 분위기를 꺾을 반전의 실마리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당헌·강령 개정 여부와 관계없이, 이 문제가 전당대회 최대 이슈로 떠오르는 데 대해선 당내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당내 통합이 시급한데, 차기 지도부가 꾸려지기도 전 계파 갈등만 더욱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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