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명’ 굳혔지만 무관심은 ‘숙제’…민주당 호남경선 이모저모
  • 정성환, 조현중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2.08.22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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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호남 경선서도 압승…‘친명 지도부’ 가시화, 최고위원 선전
싸늘한 당심에도, 핫한 열기…최고위원 1위 정청래 vs 고민정 경쟁
21일 더불어민주당 심장부 호남 경선은 ‘확대명(확실히 당 대표는 이재명)’ 기조를 굳건히 하고, ‘친이재명 지도부’의 가시화가 두드러진 대회였다. 당권주자 이재명 후보가 광주·전남·전북에서도 이틀 연속 압승을 거두고 최고위원 경선에서도 친이재명계 후보들이 앞서가는 흐름이 이어지면서다. 강진 실내체육관에  서 열린 민주당 당 대표 및 최고위원 합동연설회장에서 각 후보를 향한 지지자들의 열띤 응원전이 펼쳐졌다.
21일 전남 강진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민주당 당 대표 및 최고위원 합동연설회장에서 각 후보를 향한 지지자들의 열띤 응원전이 펼쳐졌다. ⓒ시사저널 정성환

더불어민주당의 심장부에서 20~21일 열린 당 대표 및 최고위원 호남 경선에선 ‘확대명(확실히 당 대표는 이재명)’ 기조가 굳어졌다. 또 ‘친이재명(친명)계 지도부’ 출범이 가시화됐다. 이재명 후보가 광주·전남·전북에서도 이틀 연속 압승을 거두고, 최고위원 경선에서도 친명계 후보들이 앞서가는 흐름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 후보가 압승하면서 대세론이 굳어지는 분위기다. 오히려 이 후보의 80% 지지율 획득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른 모양새다. 이처럼 새 지도부가 ‘친명계’로 굳어지면서 향후 ‘이재명표 민주당’으로 가는 동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당의 핵심기반인 호남에서 저조한 권리당원 투표율을 기록하면서 향후 ‘호남 무관심’을 어떻게 끌어올릴지가 과제로 남았다.

 

이재명, 호남에서도 압도적 승리…굳어진 ‘대세론’

호남의 선택은 민주당에선 남다른 의미가 있다.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 기반인 호남은 다수의 권리당원이 모여 있는 데다 남은 서울·경기 순회경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광주·전남·전북의 권리당원은 42만여 명으로 전체 권리당원(117만여 명)의 36%에 육박한다. 전통적으로 호남 민심은 ‘이기는 후보’에 힘을 실어주는 이른바 전략적 투표를 하는 경향이 있다. 

이재명 후보가 합동연설회에 참석하기 위해 21일 오후 4시 20분쯤 광주 상무지구 DJ센터에 나타나자 지지자들이 대거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뤘다. 이 후보는 지지자들에게 떠밀리다시피 이동한 끝에 겨우 1층 로비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시사저널 정성환
이재명 후보가 합동연설회에 참석하기 위해 21일 오후 4시 20분쯤 광주 상무지구 DJ센터에 나타나자 지지자들이 몰려들었다. 이 후보는 지지자들에게 떠밀리다시피 이동한 끝에 겨우 1층 로비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시사저널 정성환

이재명 후보는 21일 호남 지역 순회 권리당원 투표에서 득표율 75% 이상의 압승을 이어가며 대세론을 확실시했다. 이 후보는 이날 전남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79.02%(5만786표), 광주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78.58%(2만4749표)를 득표했다. 2등 박용진 후보는 전남 20.98%(1만 3487표), 광주 21.42%(6746표)를 기록해 누적 득표율 21.65%(5만 6521표)로 집계됐다. 앞서 전날 열린 전북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이 후보가 76.81%, 박 후보가 23.19%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로써 현재까지 이 후보의 누적 득표율은 78.35%로, 박용진(21.65%) 후보를 큰 격차로 따돌리고 있다.

이 후보는 호남에서도 70%를 넘는 지지율을 유지함에 따라, 오는 27일 서울·경기 순회경선만 남겨둔 상황에서 사실상 당 대표 자리를 예약했다. 수도권에서 대이변 없이는 승부가 뒤집히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후보는 연설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어머니의 사랑을 느꼈다”며 “전남·광주광역시의 우리 당원 동지 여러분들의 높은 지지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만 미터 달리기 경기에서 막판 정도로 보이는데, 마지막 스퍼트에 최선을 다해서 안간힘을 다해 뛰겠다”고 말했다.

5명을 선출하는 최고위원 경선에서도 친이재명계 후보들이 상위권을 차지하는 흐름이 이어지면서 이른바 ‘친명(親이재명) 지도부’도 점차 가시화하는 분위기다. 정청래 후보가 26.40%의 누적 득표율로 1위를 지켰고, 2위는 고민정 후보가 23.39%로 바짝 추격했다. 강진 실내체육관 벽면에 걸린 후보자 현수막 ⓒ시사저널 정성환
5명을 선출하는 최고위원 경선에서도 친이재명계 후보들이 상위권을 차지하는 흐름이 이어지면서 이른바 ‘친명(親이재명) 지도부’도 점차 가시화하는 분위기다. 정청래 후보가 26.40%의 누적 득표율로 1위를 지켰고, 2위는 고민정 후보가 23.39%로 바짝 추격했다. 강진 실내체육관 벽면에 걸린 후보자 현수막 ⓒ시사저널 정성환

‘친명 지도부’ 출범 가시화…최고위원 상위 5명 중 4명 포진

5명을 선출하는 최고위원 경선에서도 친이재명계 후보들이 상위권을 차지하는 흐름이 이어지면서 이른바 ‘친명 지도부’ 출범을 가시화하는 분위기다. 정청래 후보는 26.40%의 누적 득표율로 1위를 지켰다. 2위는 고민정 후보가 23.39%로 바짝 추격했다. 이어 서영교(10.84%), 장경태(10.84%), 박찬대(9.47%) 후보가 당선이 가능한 5위권에 포진했다. 이어 송갑석(9.09%), 윤영찬(6.63%), 고영인(3.34%) 후보가 추격하고 있다.

이들 중 고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4명의 후보는 현재 친명계로 분류된다. 이 후보의 당권행이 유력한 상황에서 당 대표가 임명할 수 있는 최고위원 2명까지 포함하면, 현재로선 7명 중 최대 6명의 친명계 후보가 지도부에 입성할 수 있는 상황이다.

차기 지도부가 사실상 친명 친정 체제로 꾸려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광주에 지역구를 둔 송 후보는 이날 호남 경선에서 선전함에 따라 전날까지 4.67%에 불과했던 득표율을 바짝 끌어올려 5위 박찬대 후보에 0.38%포인트 차로 따라붙었다.

 

낮은 투표율 우려 무색, 핫한 열기…정청래 vs 고민정 인기 경쟁

민주당 당 대표와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광주와 전남지역 전당대회는 이날 오전과 오후에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와 전남 강진 실내체육관에서 대의원과 당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권리당원들의 낮은 투표율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열성적 지지자들이 모여든 합동연설회 현장은 뜨거웠다. 

지지자들은 30도를 웃도는 무더위에 아랑곳 하지 않고 각 후보를 향한 뜨거운 응원전을 펼쳤다. 이재명 후보가 합동연설회에 참석하기 위해 오후 4시 20분쯤 광주 상무지구 DJ센터에 모습을 드러내자 지지자들이 대거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뤘다. 이 후보는 지지자들에게 떠밀려 이동한 끝에 겨우 1층 로비 엘리베이터에 탑승할 수 있었다. 

최고위원 1위 자리를 놓고 각축을 벌이고 있는 정청래 후보와 고민정 후보 주변도 지지자들로 북적였다. 많은 지지자들이 정 후보를 향해 몰려들어 ‘정청래’를 연신 외쳤다. 고 후보도 비교적 친문성향이 강한 광주전남에서 큰 환대를 받는 분위기였다.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 후보가 21일 오후 광주 합동연설회가 열리는 김대중컨벤션센터 1층 로비에 들어서며 지지자들을 향해 손짓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 후보가 21일 오후 광주 합동연설회가 열리는 김대중컨벤션센터 1층 로비에 들어서며 지지자들을 향해 손짓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민주당 호남 경선에서 최고위원 1위 자리를 놓고 각축을 벌이고 있는 정청래 후보(누적 26.40%)와 고민정 후보(23.39%) 주변도 북적했다. 고 후보는 비교적 친문성향이 강한 광주전남에서 환대를 받았다. ⓒ시사저널 정성환
민주당 호남 경선에서 최고위원 1위 자리를 놓고 각축을 벌이고 있는 정청래 후보(누적 26.40%)와 고민정 후보(23.39%) 주변도 북적했다. 고 후보는 비교적 친문성향이 강한 광주전남에서 환대를 받았다. ⓒ시사저널 정성환

싸늘한 당심, 호남 무관심 회복은 ‘숙제’

무관심에 빠진 호남 당심을 회복하는 것은 차기 지도부가 풀어야 할 ‘숙제’다. 민주당의 전통 ‘텃밭’인 호남의 저조한 투표율은 싸늘한 당심을 반영했다는 시각이 있다. 민주당에 따르면, 호남권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 결과 지난 17일 투표한 전북은 17.20%, 18일 투표한 광주·전남은 각각 18.18%, 16.76%로, 온라인 투표를 진행한 15개 광역시·도 중 최저 수준에 그쳤다.

ARS 투표 결과를 합친 광주·전남 투표율도 각 34.18%, 37.52% 수준을 보여 ‘강성 지지층’만 투표에 참여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 대표 경선에서 이 후보의 독주가 이어지면서 뻔한 결과가 예상되자 투표 포기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전대 당 대표·최고위원 본경선은 대의원 30%, 권리당원 40%, 일반당원 5%, 국민 여론조사 25%가 반영된다. 민주당은 오는 27일 경기·서울 수도권에서 마지막 지역 순회 경선을 치른다. 이어 28일에는 전국대의원을 상대로 투표를 실시하고, 기존 권리당원 투표 및 여론조사 결과와 합산해 당 대표·최고위원을 최종 선출한다.

 

너도나도 ‘전남북 아들·사위’…지역 당심 구애

각 후보들은 전남·전북과의 연고를 강조하며 표심 공략에 나섰다. 대표적으로 당권주자인 박용진 후보와 최고위원 경선에 나선 정청래, 고영인, 장경태, 송갑석, 윤영찬 후보가 꼽힌다. 이들은 ‘호남 연고 후보’임을 대의원들에게 어필했다. 박용진·윤영찬·장경태 후보는 아들, 정청래·고영인·송갑석 후보는 사위 후보임을 부각했다.

이재명 후보에 이어 두 번째로 무대에 오른 박 후보는 “전북 장수가 낳은 호남의 아들”이라고 운을 뗀 뒤 연설을 시작했다. 정청래 후보는 “저는 충청남도 금산면에서 10남매 중 열 번째로 태어났고, 제 집 사람은 이곳 전라남도 강진에서 역시 10남매 중 열 번째로 태어났다”며 “처가집 식구들께 큰 절 올린다”고 말한 뒤 단상에서 넙죽 절을 해 큰 박수를 받았다. 

고영인 후보는 “전남 담양군 무정면 선두리 5남 5녀 막내 사위 왔다”며 “현재 덜 알려져 고전하고 있는데 막내 사위 힘내라고 큰 박수 부탁한다”고 했다. 전남 순천 출신인 장경태 후보는 “전남이 낳고 키운 후보”라며 “늘 호남정신을 가슴속 깊이 새겼다”고 지역 연고를 강조했다.

전남 고흥 출신으로 처가가 해남읍인 송갑석 후보는 “누가 감히 호남에 줄 서기를 강요하느냐”며 “이제 전남이 나서야 한다. 호남 단일후보를 뽑아 달라”고 호소했다. 전북 전주 출신인 윤영찬 후보는 “충장로에 홀로서서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는 심정으로 출마했다”고 피력한 뒤 동아일보 기자로 동교동 출입시절 김대중(DJ)와의 인연을 강조했다. 


이재명, 책 표지 보더니 ‘사인’ 거부…무슨 일

이재명 당 대표 후보가 이날 광주 경선 현장에서 한 여성의 책 사인 요청을 거부하는 장면이 포착돼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됐다. 이 후보가 이날 오후 4시 20분쯤 김대중컨벤션센터 경선 현장에 나타나자 이 후보 주변은 응원하는 지지자들로 북적였다. 이 후보 지지자들이 유튜브에 올린 영상을 보면, 이 후보가 차에서 내리자 지지자들은 이 후보에게 몰려들었다. 이 후보는 멀리 있는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가까이 있는 지지자들과는 주먹 인사를 나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후보가 21일 광주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한 여성이 사인을 요청하며 건넨 책 표지를 본 뒤 다시 돌려주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이재명 민주당 대표 후보가 21일 광주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한 여성이 사인을 요청하며 건넨 책 표지를 본 뒤 다시 돌려주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사인 요청도 쇄도했다. 이 후보는 지지자들이 건넨 종이 또는 책에 사인을 했다. 그러나 사인을 거부한 상황도 있었다. 분홍색 상의를 입은 여성이 가방에서 책 한권을 꺼낸 뒤 이 후보에게 사인을 요청했다. 하얀색 표지를 본 이 후보는 다시 여성에게 책을 돌려줬다. 여성이 책을 다시 이 후보에게 주며 사인을 재차 요청했으나, 이 후보는 거부했다. 이 후보 옆에 있던 남성이 여성에게 손으로 ‘X’ 표시를 한 뒤, 고개를 저었다.

온라인상에서 네티즌들은 이 후보가 사인을 거부한 이유가 여성이 건넨 책 때문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여성의 책은 흰색 표지였는데, 이를 토대로 이 후보와 친형 고(故) 이재선씨의 갈등 등을 담은 ‘굿바이, 이재명’인 것 같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장영하 변호사가 쓴 이 책에는 이 후보와 관련된 ‘친형 강제 입원 의혹’과 ‘형수 욕설’ 등에 대한 이재선씨 측 주장 등이 실렸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작년 12월 판매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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