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0원대 ‘당당치킨’이 성공한 이유 [김정희의 아하! 마케팅]
  • 김정희 마케팅 컨설턴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9.06 11:05
  • 호수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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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의 기쁨’보다 ‘손실의 고통’ 심리 파고든 ‘한정 판매’ 주효

전반적인 물가 상승에 프랜차이즈의 치킨 가격도 합세했다. 치킨 한 마리 시켜 먹는 데 배달료를 포함해 2만~3만원이 훌쩍 넘어가면서 ‘금치킨’ ‘치킨플레이션’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홈플러스는 6월30일 한 마리에 6990원짜리 반값 프라이드치킨을 내놓았다. 당일 매장에서 튀겨 당일 판매한다는 ‘당당치킨’은 출시되자마자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각종 언론에 반값 치킨이 소개되며 소비자의 반응은 더욱 뜨거워졌다.

‘치킨런’을 할 정도로 홈플러스 치킨이 인기를 끌자 이마트, 롯데마트 등도 저가 치킨 경쟁에 한시적으로 가세했다. 언론에서 이를 ‘치킨게임’으로 소개했고 고객들 사이에서는 기존 프랜차이즈와 원가를 비교하는 등 논란이 일었다. 고객의 반값 치킨 구매 열풍뿐만 아니라 그 뒤에 가려진 그늘도 연이어 보도되면서 논란은 계속됐다. 이처럼 어떤 사실이 언론보도를 통해 부각되면 사람들이 새로운 사실을 인식하고 관심이 확산되는 현상을 ‘루핑 효과(Looping Effect)’라고 한다. 

당당치킨은 ‘프레이밍 효과(Framing Effect)’까지 보이는 모양새다. 당당치킨은 하루에 정해진 시간에 한정된 물량만 판매하며 ‘1인당 1마리’로 구매를 제한하고 있다. 고객에게는 희소성 있는 제품으로 인식된다. 언론보도나 인터넷상에 치열한 구매 경험이 공유되면서 판매시간 전부터 줄을 서는 고객은 다른 고객을 경쟁자, 당당치킨을 경쟁에서 이겨야 획득할 수 있는 제품으로 인식한다. 오픈런을 해서라도 구매하고 싶은 제품이 된 것이다.

대형마트의 ‘초저가 치킨’ 판매 경쟁이 계속되던 8월18일 서울 성동구 이마트 성수점에 치킨 판매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마트는 이날부터 일주일간 ‘(9호) 후라이드 치킨’을 마리당 5980원에 판매해 고객들의 호응을 받았다.ⓒ연합뉴스

당신이 혹하는 사이 게임은 끝난다

인식의 틀이 형성되면 의사결정에 영향을 받는다. 같은 내용이라도 표현이나 제시하는 방법에 따라 사람들의 판단이나 선택이 달라지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프레이밍 효과라고 한다. 2010년 서울우유는 일명 ‘제조일자 마케팅’으로 우유 시장의 경쟁구도를 바꿨다. 기존의 우유 시장은 신선도에 대한 고객 니즈(욕구)를 유통기한으로 충족시키고 있었다. 서울우유는 신선함의 기준은 제조일자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구매 시 이를 확인하도록 하는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쳐 크게 성공했다.

오늘날 고객의 심리를 이용해 의도한 행동을 이끌어내는 마케팅 전략이 많다. 고객 행동에 미치는 심리를 연구하고, 이에 기반한 전략을 짜고 마케팅 활동을 펼치는 것이다. 최근에는 인간의 실제 행동을 심리학 관점에서 연구하고 바라보는 행동경제학이 주목받고 있다. 종종 ‘마감 임박’이나 ‘한정 세일’ 등의 문구를 보면 마음이 조급해지고, 받은 쿠폰이나 마일리지가 사라진다는 안내를 받으면 가지고 있던 혜택을 잃을까 두려운 마음이 들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사람은 얻는 이익보다 잃는 손실의 가치를 더 크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손실 회피 편향이라고 한다. 이익의 기쁨보다는 손실의 고통을 더 크게 느끼는 것이다. 마케팅에서는 이런 심리를 활용해 구매 행동을 유도하는 장치를 마련한다. 세일 문구나 사라지는 혜택 알림이 대표적이다.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값싼 상품을 내놓는 경우도 손실 회피 심리를 활용한 것이다. 가격이 저렴한 미끼 상품을 사러 온 고객은 시간 손실에 대한 의식 때문에 온 김에 다른 상품까지 산다.

쇼핑을 하다 보면 무의식적으로 비교를 통해 상품을 구매하게 되는 일도 있다. 무게가 같은 동일 상품인데도 포장이 느슨해 부피가 크면 가볍게 느껴지고, 딱 맞게 포장되어 부피가 작으면 더 무겁게 느껴져 작은 부피의 상품을 선택하게 된다. 무게를 확인해 보면 같은 무게인데도 부피가 큰 물건이 가볍게 느껴져 알차지 못하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크기와 무게에 대한 착시 현상으로 같은 무게임에도 사람들은 크기가 큰 쪽을 더 가볍다고 느끼는 경향이 있다.

이를 ‘샤르팡티에 효과(Charpentier Effect)’라고 한다. 비교 대상이 생기면서 그 비교 대상에 의해 영향을 받아 더 큰 효과를 느끼는 심리 현상으로 설명되곤 한다. 마케팅에서는 이 효과를 활용해 다양한 기법을 구사한다. 상품의 사용 전과 사용 후 모습을 비교해 제시하는 방식이 한 예다. 비교 대상이 있으면 판단이 쉬워진다. 고객의 관심 상품을 다른 상품 가격과 비교해 보여줌으로써 관심 상품을 더 싸게 느끼도록 하는 가격 비교 방식도 샤르팡티에 효과를 활용하는 사례다.

 

‘에펠탑 효과’ 잘못 활용하면 역효과

또 쇼핑할 때 처음에는 관심이 없었는데 자주 보다 보니 관심이 생겨 상품을 살펴보는 경우도 종종 있다. 반복적으로 보다 보니 호감도가 올라가고 긍정적으로 상품을 보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에펠탑 효과(Eiffel Tower Effect)’라고 한다. 에펠탑 건립 시 흉물이라고 생각했던 시민들이 자주 보며 익숙해지자 호감도가 상승해 나중에는 매력적으로까지 느끼게 된 현상에서 나온 심리 용어다. 비호감였거나 무관심했던 대상이 단순히 자주 노출되다 보니 인지도와 호감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기업에서 지속적으로 브랜드를 광고하고 반복적으로 단순 노출시키는 이유다.

인지도 상승과 함께 긍정적인 이미지가 형성되면 고객의 구매 가능성이 높아진다. 요즘은 소셜 미디어의 발달로 기업의 규모에 상관없이 단순 노출 광고가 용이해졌다. 하지만 그 덕에 광고 홍수 시대다. 에펠탑 효과는 충분히 활용해볼 만하지만 충분히 심사숙고를 해야 하는 심리 효과이기도 하다. 자주 본다고 무조건 정이 드는 것도, 매력이 생기는 것도 아니므로 역효과를 주의해야 한다.

일단 호감이 생겨 제품을 하나 구매했는데, 구매하고 보니 그 제품에 어울리는 다른 제품들이 필요하다고 느껴 구매를 이어갈 때가 있다. 마음에 드는 옷을 한 벌 샀는데, 그 옷에 어울리는 신발이나 가방이 없다고 느껴 신발과 가방을 더 사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디드로 효과(Diderot Effect)라고 한다. 의류매장에서 옷과 연계해 구두와 가방, 액세서리 등을 함께 구성해 전시하거나 쇼핑몰에서 함께 사면 좋을 만한 상품을 제시하는 경우가 이런 현상을 이용한 것이다.

많은 사람이 구매하는 상품을 따라 구매하기보다는 자신만의 개성을 추구하며 남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구매하는 사람도 있다. 특정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다가도 사람들이 몰려와 대중화되면 다른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희소성 큰 브랜드를 찾아나서는 현상으로 ‘스놉 효과(Snob Effect)’라고 한다. 속물이란 뜻의 스놉은 명품 시장에서 주로 활용하는 심리 효과로, 희소성 있는 제품으로 자신의 성향과 개성을 드러내 보이려는 사람들을 목표로 한다.

이 외에도 마케팅에 활용되는 인간의 심리 현상은 차고 넘친다. 고객의 마음을 파고들어 목표한 바를 이루려는 노력이다. 하지만 마케팅은 고객의 마음을 얻는 일이다. 그 일에 심리를 잘 활용해야지, 이윤만을 위해 무분별하게 심리 효과를 이용하면 독이 될 수 있다. 고객을 이윤 추구의 대상으로만 보는 브랜드는 언제든 외면할 수 있다는 심리가 고객에게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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