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이 쏘아올린 연금 개혁, 어떻게 봐야 하나
  • 배현기 웰스가이드 대표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9.05 11:05
  • 호수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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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_연금] 개혁 방향은 OECD 권고안과 대체로 일치
보장 수준과 부담 주체 등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 필요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출범했다. 윤석열 정부의 핵심 공약인 연금 개혁이 국회 차원에서 추진됨으로써 여야 합의와 국민적 공감대를 통해 강력한 추진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금은 복지 또는 사회보장제도의 하나지만, 직역 간, 세대 내, 세대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할 수 있는 민감한 주제다. 특위는 노인 빈곤을 완화하는 동시에 지속 가능한 연금 재정을 확보해야 하는 난제를 풀어야 하는데, 이를 위한 구체적 과제가 무엇이고 바람직한 방향이 무엇인지 살펴보기로 하자.

4월5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에서 열린 ‘노후소득 보장 및 재정 안정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정창률 경실련 사회 복지위원장이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尹 정부의 핵심 공약이 국회로 확대

윤석열 정부는 ‘상생의 연금 개혁’이라는 공약 아래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과 공정성 제고 및 노후소득 보장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국민연금법에 근거한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을 실시하고, 장기재정 전망에 기반해 국민연금 제도 개편안을 마련하며, 적정 부담-적정 급여 체계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이와 병행해 기초연금을 단계적으로 인상(40만원)해 현세대 노인 빈곤을 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공적연금 개혁위원회’를 통해 사회적 합의 도출을 위한 기반을 마련한다고 했는데, 국회 차원으로 확대된 셈이다.

우리나라의 연금제도는 기초연금,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다층체계로 이뤄져 있고, 직역연금의 경우 일반 국민의 기초연금, 국민연금, 퇴직연금 등을 합친 방식으로 운용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연금 개혁은 이 중에서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에 집중하며, 기초연금 인상과 국민연금의 부담-급여체계 개선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사실 이러한 개혁 방향은 회원국들의 연금제도에 대해 꾸준한 관심과 평가를 지속해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권고안과도 대체로 일치한다.

연금 개혁의 범위에 대해 ‘모수 개혁’과 ‘구조 개혁’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모수 개혁은 현행 구조 아래서 연금재정 안정이나 노후 빈곤 완화를 위해 부담-급여 관련 모수(parameter)를 변경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국민연금 재정계산을 통해 보험료율 인상, 소득대체율 인하, 연금수령 시점 연장 등을 추진하는 것이다. 기초연금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지급액을 현행 30만원에서 40만원으로 인상하는 것도 거기에 속한다.

구조 개혁은 현행 연금제도의 구조 자체 개편을 지향한다. 기초연금, 국민연금, 퇴직연금 등의 부담-급여 구조를 변경하고 국민연금과 직역연금의 통합까지도 거론되고 있다. 예를 들면, 기초연금의 최저보장소득 전환, 국민연금의 부담-급여 구조의 획기적 개편, 퇴직연금의 가입률과 연금화 제고를 위한 제도 개편,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군인연금·사학연금·별정우체국연금 등 4대 직역연금의 통합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연금 개혁의 범위와 관련해 개혁의 어젠다를 지나치게 확대하지 말아야 한다. 국민연금의 경우 2007년 이후 15년 만에 다시 개혁의 장이 마련됐지만 직역연금과의 통합 같은 과제를 성급하게 제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같은 공적연금이긴 하지만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른 연금들을 동일 선상에서 통합하려는 것은 논의만 무성한 채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이번 개혁은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기초연금을 통해 소득 하위계층 노인에게 얼마만큼의 소득을 보장하고,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바람직한 관계를 설정하며, 국민연금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일이 그것이다. 우선,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인정액) 하위 70%에게 지급되는 기초연금의 수준이다. 2022년 기준 기준연금액을 월 30만원에서 40만원으로 인상하는 데 여야 간 이견이 없어 보인다.

현재 기초연금액은 국민연금 급여액 중 소득재분배급여(A급여)와 전체 급여액에 연동하도록 하고 있다. 국민연금 급여액은 전체 가입자의 3년간 평균 소득월액(A값)과 가입기간 중 본인의 평균소득(B값)을 더한 값에 가입기간별 소득대체율을 반영한 비례상수를 곱한 금액인데, A값과 비례상수를 곱한 금액이 A급여에 해당한다. 기초연금액은 기준연금액에서 A급여의 2/3를 차감하고 부가연금액(약 15만원)을 더한 금액으로 결정되므로 A급여가 커질수록 기초연금액이 줄어들며, A급여액이 45만원을 초과하면 15만원만 지급된다.

이러한 감액조항은 소득 하위계층을 지원한다는 취지와 상충될 수 있기 때문에 국민연금 수급액이 기준연금액의 1.5배(약 46만원) 이하인 경우에는 기준연금액을 그대로 지급한다. 또한, 1.5배 초과 2.0배(약 62만원) 이하인 경우에는 기준연금액의 2.5배(약 77만원)에서 국민연금 수급액을 차감한 금액이 지급된다. 62만원의 국민연금을 수령하는 경우 13만원의 기초연금을 받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소득인정액 하위 70%에 해당하는 기초연금 수급 대상자가 기초연금 수령을 통해 상위 30%보다 소득이 많아지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른바 소득 역전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소득인정액과 기초연금액을 합한 금액과 선정기준액(단독가구 월 180만원, 2인가구 288만원)의 차이 내에서 감액하는 조항을 두고 있다. 선정기준액과 소득인정액의 차이가 기준연금액(약 31만원)의 10%(약 4만원) 이하인 경우에는 해당 금액을 지급하고, 10%를 초과하는 경우에는 차액만큼만 지급한다.

이상의 논의를 종합하면, 기초연금 수급 대상자(배우자 동시 수급은 별도)는 여러 감액조항에 따라 최소 4만원~최대 30만원의 기초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 현행 구조 아래서 기준연금액이 40만원으로 인상되면 최소 금액은 실질적으로 큰 차이가 없지만, 국민연금과의 연계 감액조항에 미치는 영향은 클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 전체 지급액과 연계하거나 A급여와 연계해 지급하는 최소 기초연금액이 각각 13만원, 15만원에서 모두 20만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공적·사적연금의 적절한 연계 필요

주요 선진국의 경우 대체적으로는 보험료 인상, 소득대체율 인하, 수령시점 연장 등 ‘더 내고 덜 받는’ 방향으로 공적연금 개혁이 이뤄졌지만, 일부 국가는 ‘더 내고 더 받는’ 개혁을 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하와 인상의 주장이 동시에 존재하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연금을 통한 노후소득 보장 수준과 이를 위한 부담 주체 및 정도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 2007년 국민연금 개혁 당시에 비해 노후소득 보장의 다층구조가 좀 더 진화한 상태임을 감안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국민연금에 소득재분배 기능(A급여)과 저축 기능(B급여)이 결합돼 있고, 후자와 관련해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제도가 진화를 거듭해온 만큼 사적연금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공적연금과 사적연금의 적절한 연계 내지 균형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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