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진 “알고 보면 나도 액션배우!”
  • 하은정 우먼센스 대중문화 전문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9.03 13:05
  • 호수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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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공조2》에서 짠내 나는 형사로 본업 복귀

예능을 비롯해 열일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유해진이 이번엔 액션배우로 돌아왔다. 영화 《공조2: 인터내셔날》은 글로벌 범죄조직을 잡기 위해 다시 만난 북한 형사 ‘림철령’(현빈 분)과 남한 형사 ‘강진태’(유해진 분), 여기에 뉴페이스 해외파 FBI ‘잭’(다니엘 헤니 분)까지, 각자의 목적으로 뭉친 형사들의 예측불허 삼각 공조 수사를 그린 영화다. 2017년 781만 관객을 동원하며 극장가를 강타했던 《공조》의 후속편으로, 극 중 유해진은 속편에 이어 짠내 나는 남한 형사 ‘진태’ 역을 맡았다.

《해적: 바다로 간 산적》(2014), 《히말라야》(2015) 등 웃음과 감동을 갖춘 작품으로 전 세대를 사로잡아온 이석훈 감독이 연출을 맡아, 유해진과는 8년 만에 재회했다. 알려진 바와 같이 유해진은 《봉오동 전투》 《완벽한 타인》 《1987》 《택시운전사》 《공조》까지 장르를 불문하고 특유의 존재감과 연기로 신뢰를 쌓으며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이석훈 감독은 “무엇보다 유해진 배우의 액션이 강화됐다. 관객분들이 기대하는 웃음 또한 탁월하게 소화해 냈다”고 신뢰를 드러냈다. 전매특허 생활 연기와 유머, 짜릿한 액션까지 선보이며 열일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유해진을 만났다.

ⓒ시사저널 최준필
ⓒ시사저널 최준필

《공조》의 속편이 제작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어땠나.

“흔한 말로 ‘우려먹는다’고 하지 않나. 그게 걱정이었다. 사실 그런 이유로 속편 출연을 선호하진 않는다. 관객들도 2편이면 뭔가 부족한 게 있는 듯하다고 그러지 않나. 그럼에도 기대됐던 건 영화 《해적》을 함께 했던 이석훈 감독님이 연출을 맡는다는 것이다. 속편 출연을 선호하지 않음에도 감독님의 존재가 출연 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봉오동 전투》 이후 오랜만에 신작을 극장에서 개봉했는데, 소감도 궁금하다.

“얼마 전에 무대 인사를 했다. 객석에 관객이 가득 계시더라. 순간 감동이 밀려왔다. 사람이 참 그렇다. 없어봐야지 소중함을 안다. 그런 의미에서 코로나19는 내게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재정비를 하는 꼭 필요한 시간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이번에 맡은 ‘진태’라는 캐릭터는 전편과 비교했을 때 큰 변화가 있진 않다.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연속성이다. 왜 그런 거 있지 않나. ‘아, 강진태구나’ ‘전편에서 봤던 소소한 모습이 담겨있는 진태구나’ 하는 낯설지 않은 느낌을 받으셨으면 했다. 속편에 새로운 인물들이 합류했다. 당연히 그쪽에 포커스가 맞춰지는 게 맞다. 내 몫은 ‘낯설지 않음의 연장’이다. 그 부분에 중점을 두고 연기를 했다.”

1편이 2017년에 나왔다. 이후 오랜만에 현빈과 재회했다.

“1편 때는 ‘아, 현빈이라는 배우. 그 배우와 하는구나’ 했다면 이번엔 ‘아, 빈이와 함께하는구나’ 하는 느낌이었다. 그게 적절한 표현일 것 같다. 1편을 함께했고, 또 그사이 만나서 운동도 하고 함께 시간을 보냈다. 호들갑스럽게 반가운 게 아니라 편한 반가움이랄까. 이번에 다시 현장에서 보니 확실히 여유가 생긴 것 같더라. 현빈이라는 사람이 나이를 먹어가면서 생기는 여유 같은 것 말이다. 그리고 더 재미있어졌더라. 하하.”

전편에 이어 함께 출연하는 임윤아씨와 새롭게 출연한 다니엘 헤니씨와의 호흡도 궁금하다.

“전편에서 윤아씨와 이런저런 의견도 맞춰보고 재미있게 작업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이번에 재회도 내심 기대가 되더라. 역시나 완성된 장면을 보고 많이 웃었다. 윤아씨는 깍쟁이같이 생겼지만 사실은 사람을 참 편하게 해주는 친구다. 다시 재회하니 더없이 반갑더라. 다니엘 헤니씨는 다 아시겠지만 젠틀하다. 몸에 밴 매너와 건강한 생각이 부럽고, 그래서 흉내 내고 싶다. 아, 한국말을 너무 잘해서 깜짝 놀랐다. 평소에 강아지와 대화를 한다더라. 하하.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액션 비중이 높아졌다.

“1편에 비해 진지한 액션을 선보였다. 저를 유심히 지켜본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사실 그동안 크든 작든 작품 안에서 늘 액션을 했었다. 잘게 잘게 나름 액션배우다. 하하. 그래서 특별히 고민이 된다거나 어렵게 준비하지는 않았다.”

현재 《텐트 밖의 유럽》이라는 여행 예능에 출연 중이다. 예능 출연이 연기활동에 도움이 되는지도 궁금하다.

“개인적으로 여행을 좋아한다. 시기적으로 좋은 프로젝트라고 생각했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많은 분이 답답함을 느꼈을 것이다. 여행에 대한 대리만족을 느끼지 않으실까 생각했다. 더군다나 함께한 멤버가 진선규, 박지환, 윤균상이지 않나. 더없이 좋은 후배들이다. 함께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사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영화 개봉들이 많이 미뤄져서 예능을 통해서라도 제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또 예능 속 자연스러운 제 모습을 좋아해 주시는 분도 많은 것 같더라. 그런 면에서 연기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여행 얘기가 나온 김에, 평소 등산을 좋아하는 걸로도 알려져 있다.

“흔한 말로 산은 늘 거기 있지 않나. 힘들 때 가면 더 힘들게 하기도 하지만, 올라가면 훌훌 털고 오게 된다. 그게 자연의 힘이다. 저에게는 든든한 친구 같은 존재다.”

애드리브를 잘하는 배우로 알려졌다. 나름의 방법이 있나.

“영화라는 작업은 상대 배우뿐만 아니라 많은 스태프과 함께하는 공동 작업이다. 그러기 때문에 애드리브도 즉석에서 내뱉기보다는 사전에 많은 고민과 상의를 거쳐 나온 결과물이다. 극의 윤활유가 되게끔, 극이 잘 흘러가서 목적지까지 가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 애드리브라고 생각한다. 즉석에서 툭툭 하기보다는 고민과 고심을 거듭하고 조율 끝에 한다.”

영화 《공조2》의 한 장면ⓒCJ ENM 제공

관객들은 유해진이라는 배우에 대해 늘 기대감이 있다. 대중의 기대감과 배우로서의 목표 사이에서 어떻게 작품을 선택하고, 균형을 잡는지도 궁금하다.

“작품 선택의 기준은 늘 같다. 재미가 있느냐 없느냐다. 그 재미라는 건, 웃음만을 말하는 게 아니라 감동과 생각할 거리 등등이 다 포함된 것이다. 재미가 있고, 또 목적에 무리 없게 도달할 수 있는 작품이라면 참여한다.”

앞서 이석훈 감독과의 재회가 《공조2》를 선택한 이유라고 했다. 이 감독과의 작업이 어땠는지도 궁금하다.

“신기한 게, 사실 감독님이 참 점잖은 양반이다. 말도 조근조근 한다. 《해적》을 찍을 때, 큰 액션이 너무 많았다. 이 큰 바다 액션을 어떻게 핸들링하실까 싶었는데, 또 잘하시더라. 그리고 코믹적인 부분을 기가 막히게 잘 캐치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조근조근 하고 점잖은 양반이 어떻게 그런 생각이 나오는지 신기하고 놀랍다.”

이 감독 역시 유해진 배우에 대해 ‘은은한 리더십’이라고 칭찬했다.

“현장에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서로 편했던 것 같다.”

그러고 보면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외모 면에서 크게 차이가 없다.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인가.

“‘카메라 마사지’라고 하나? 10년 전보다 훨씬 나아진 것 같은데, 아닌가? 하하. 개인적으로는 땀을 흘리는 것이 피부 관리에 좋은 것 같다. 예능에서 보신 분도 많을 텐데, 조깅을 하는 등 매일 땀을 흘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스스로 유해진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나.

“예전에 외국에서 비행기 타고 오는 길에 창밖을 보며 휴대폰에 썼던 내용이 있다. 대충 뭐, ‘그래, 이렇게 살아가면 되겠지’ 하는 내용이다. 지금처럼 이렇게 살아가겠지, 이렇게 살아가보자, 하는 내용인데, 순간 이 질문에 그 글이 생각났다. 그게 유해진이라는 사람이다.”

유해진에게 영화나 현장은 어떤 의미인지도 궁금하다.

“좋은 작품과 잘 맞는 스태프 등등 여러 궁합이 잘 맞을 때가 있다. 그런 날 현장에서 모니터를 하는 순간, 왠지 그날 따라 날도 좋아서 하늘도 예쁘고 그러면 ‘아, 행복하다’ 싶은 순간이 있다. 일을 하는 건 참 행복한 일이다. 내가 있는 영화 현장은 뜨겁기보다는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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