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만의 대면 개강인데…대학가도 ‘플렉스’ 대신 ‘무지출’ 열풍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2.09.07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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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식 대신 도시락으로 끼니 해결…넷플릭스 구독 취소도
‘무지출 챌린지’에도 고충 여전…“주거비 지출로 밑 빠진 독”
지난 6일 찾은 연세대 학교식당 '고를샘'의 메뉴판(왼쪽)과 내부 모습 ⓒ시사저널 변문우
지난 6일 찾은 연세대 학교식당 ‘고를샘’의 메뉴판(왼쪽)과 내부 모습 ⓒ시사저널 변문우

“코로나 (팬데믹) 이후 2년 만에 고를샘(학교식당)에 왔는데, 메뉴판 보고 깜짝 놀랐어요. 유일한 3000원대 메뉴였던 ‘아마트리치아나 스파게티’마저 4900원으로 올랐더라고요. 7000원에 육박하는 메뉴도 많이 보였고요. 학식은 싸다는 말도, 플렉스(FLEX·명품과 돈 쓰는 것을 자랑하는 태도) 열풍도 이젠 옛말처럼 느껴지네요.”

6일 만난 연세대 학부생 김유성(남·27)씨는 이같이 말하며 혀를 내둘렀다. 이날 찾은 연세대 학교식당은 점심시간이었지만, 예년만큼 학생들이 주문대 앞에 줄서있는 풍경은 볼 수 없었다.

고물가 태풍이 대학가도 덮쳤다. 올해 상반기 연세대를 비롯해 서울대·숙명여대·연세대·부산대·전북대 등은 학교식당 식대를 500원에서 1000원까지 인상했다. 다른 학교들도 식대 인상안을 총학생회와 논의하고 있다. 고려대의 경우 1000원을, 한국외대의 경우 300~500원까지 올리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자연스레 최근 MZ세대 직장인들 사이에서 유행 중인 ‘무지출 챌린지’가 대학생들에게도 인기다. ‘무지출 챌린지’는 각자 상황에 맞게 지출을 안 하거나 극단적으로 소비 규모를 줄이고, 이 내용을 가계부 형식으로 적어 SNS에 인증하는 것이다. 대학생들은 무지출 목표 달성 방법들을 에브리타임 등 학교 커뮤니티와 SNS에 공유하고 있다.

지난 6일 연세대 학생회관에서 한 학부생이 학생식당을 이용하는 대신 편의점 라면과 컵밥을 먹고 있다. ⓒ시사저널 변문우
지난 6일 연세대 학생회관에서 한 학부생이 학생식당을 이용하는 대신 컵라면과 컵밥을 먹고 있다. ⓒ시사저널 변문우

숙명여대 학부생 정지현(22·여)씨는 하루 1만원 지출을 목표로 생활하고 있다. 정씨의 수첩에는 자그마치 9개의 지출 줄이기 계획이 적혀 있었다. 그는 이날도 학교식당을 이용하는 대신, 점심 도시락을 싸와서 끼니를 때웠다. 정씨는 “도시락만으로 하루 식비에서 1만원 가량을 아낄 수 있다”며 “술 모임도 1주일에 1번만 잡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도보할 때 캐시 포인트를 주는 앱도 유용하다고 전했다.

연세대 학부생 이아무개(23·여)씨는 식비뿐 아니라 생활비에서도 지출을 줄이고 있다. 이씨는 최근 휴대폰을 알뜰폰으로 바꿔 2만원대의 저렴한 요금제를 사용하고 있다. 또 넷플릭스와 티빙 등 기존에 보던 OTT(인터넷으로 영화 등 각종 영상을 제공하는 서비스) 구독도 끊었다. 대신 유튜브 무료 영상을 주로 보고 있다. 그는 “당일 가계부를 보면서 매번 후회와 다짐을 반복하고 있다”면서도 “이렇게 소비 습관을 잡아 놓으면 나중에 취업해서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기숙사에 사는 일부 학생들은 식자재 공동구매도 진행하고 있었다. 지난 2일 서울의 한 학교 에브리타임(대학생 커뮤니티)에는 기숙사생 대상으로 닭가슴살 등 공동구매 참여를 제안하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 적힌 닭가슴살 6개의 구매 가격은 11000원이었다. 비슷한 글은 당근마켓 등 온라인 중고 플랫폼에서도 많이 보이고 있다. 이러한 방법들을 통해 ‘일일 무지출에 성공했다’는 인증 게시물도 인스타그램에만 현재까지 1000건 가량 올라와있다.

지난 2일 학교 커뮤니티에 올라온 식자재 공동구매 글과 SNS에 올라온 무지출 챌린지 인증 게시물들 ⓒ에브리타임 SNS 캡처본
지난 2일 학교 커뮤니티에 올라온 식자재 공동구매 글(왼쪽)과 SNS에 올라온 ‘무지출 챌린지’ 인증 게시물 목록 ⓒ에브리타임·SNS 캡처본

이 같은 노력에도 학생들은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다고 토로했다. 식비 외에도 주거비와 생활비 등 빠져나가는 돈이 많아서다. 정씨는 “기숙사에 떨어져서 어쩔 수 없이 자취를 시작했는데 월세와 관리비가 이렇게 많이 드는 줄 몰랐다”며 “식비 지출을 줄여도 밑 빠진 독이나 다름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대학생들의 지갑도 닫게 만드는 고물가 추세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단시간에 해결될 문제로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통화가치가 지금도 상당히 떨어지고 있어 (한국의) 물가 상승은 계속되고 있다”며 “추석 지나면 조금 완화되지 않을까 하는 예측도 나오는데, 이것이 장기적인 안정화 추세라고 보기에는 어렵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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