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계절 독감)의 동시 유행을 뜻하는 '트윈데믹'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호흡기감염병인 코로나와 독감은 발열, 기침, 인후통 등 증상이 유사하기 때문에 의료기관에서의 빠른 진단과 신속한 치료가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올해 독감은 코로나 발생 이전보다 유행 규모가 클 것으로 예견되고 있어 소아 등 면역력이 약한 이들에게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14일 질병청의 감염병 표본감시 주간소식지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3일까지 감시 36주차 독감 의심환자(인플루엔자 의사환자분율)는 외래환자 1000명당 4.7명으로, 5주 전부터 32주차 3.3명→33주차 3.7명→34주차 4.2명→35주차 4.3명→36주차 4.7명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 5년간 같은 시기(36주차) 의심환자 발생 추이와 비교해봐도 2018년 4.0명→2019년 3.4명→2020년 1.7명→2021년 1.0명→2022년 4.7명으로 올해 발생 수치가 눈에 띄게 높다.
올 겨울 독감 유행은 불가피해보인다는 분석이다. 우리와 계절이 반대인 호주에선 코로나 이전 5년 평균 16만 명보다 많은 약 22만 명이 올해 독감에 걸렸다. 임숙영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상황총괄단장은 "직전 2년은 독감이 거의 없다시피 했고 매우 낮은 수준으로 유지됐는데, 올해는 7월 이후부터 이례적으로 발생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겨울보다 조금 더 이른 시기에 유행할 수도 있다.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동시에 독감이 유행하는 상황이 올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 2년간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으로 독감 발생률이 확연히 줄어 집단면역력이 매우 약해져있는 상태라는 진단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올 겨울 코로나보다 독감이 더 크게 유행할 것으로 본다"면서 "독감은 한번씩 앓으면서 면역력이 생기기 때문에 성인보다는 한번도 앓지 않은 소아와 청소년들의 발병과 위중증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또 "독감 외에도 RS바이러스(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등 지난 2년간 유행하지 않았던 각종 호흡기감염병이 유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동시 유행할 경우 유사한 증상으로 구별이 어려워 치료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정기석 중대본 코로나19 특별대응단장은 "코로나도 갑자기 열이 나고 몸이 아플 수 있지만 전형적인 독감과 코로나 증상은 많이 다르고 경험상으로 의사들은 많이 알고 있을 것"이라며 "두 감염병 모두 신속항원검사, PCR(유전자증폭) 검사가 있기 때문에 진단이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신속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서는 발열이 있는 환자가 병원을 방문했을 때 빠르게 진단을 받을 수 있는 진료 시스템이 마련돼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코로나는 감염 후 5일 이내, 독감은 2일 이내 약을 먹어야 높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천 교수는 "현재 일부 병원을 제외하곤 발열이 있는 환자가 가면 코로나 의심환자로 분류돼 진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해당 환자가 독감에 걸렸다면, 발생 이틀 안에 치료제를 복용해야 위중증이 될 확률을 줄이는데,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이제 국내 코로나 자연감염률이 최소 80% 이상일 것"이라며 "코로나도 하나의 감기로 분류돼 모든 병원에서 진료 받을 수 있도록 해야 독감 증상과 혼돈해 환자가 피해를 겪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 위중증 환자 수가 한 달 째 500명대 내외를 유지하면서 좀처럼 감소세를 보이지 않는 것도 우려되는 점이다. 위중증으로 입원 환자가 많은 가운데 또다른 호흡기감염병인 독감 환자들까지 늘어나면 의료 체계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정 단장은 "진단과 치료를 모두 할 수 있는 원스톱 진료기관이 1만 개가 넘기 때문에 독감과 코로나19를 동시에 충분히 볼 수 있는 능력과 준비가 갖춰져 있다"며 "그럼에도 정부와 지자체는 더 신경을 써서 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