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결국 ‘포토라인’ 서나…다시 돌아온 ‘검찰의 시간’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2.09.14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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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리스크 마주한 이 대표, 檢 출석 응하며 반격 나설 지 주목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월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며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월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며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 연합뉴스

'검수완박'으로 출렁이던 검찰이 전열을 재정비하며 반격에 나섰다. 검찰이 지렛대로 삼은 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그의 가족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이 대표를 재판에 넘긴 검찰은 이제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정조준하며 현직 야당 대표 소환 초읽기에 돌입했다.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수사판을 키울수록 '공정성'과 '살아 있는 권력' 수사에 대한 비판도 함께 커지는 모양새다. 야당은 검찰의 이 같은 움직임을 윤석열 정부 차원의 '이재명 죽이기'로 규정하고 대정부 투쟁을 예고한 상태다. 현직 야당 수장의 '포토라인 회견'이 현실화하면서 정치권 공방과 격돌 수위도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관건은 '부정 청탁'과 '대가성' 입증

경찰이 '성남FC 후원금' 수사에 착수한 건 2018년 하반기다. 당시 바른미래당 측에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 대표를 고발한 것이 출발점이었다. 경기 분당경찰서는 3년 넘게 사건을 검토한 끝에 지난해 9월 증거불충분으로 이 대표를 무혐의 처분했다. 

1년 뒤 결과는 정반대로 뒤집혔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13일 이 대표의 '제3자 뇌물공여' 혐의가 인정된다며 이 대표와 성남시 공무원, 두산건설 전 대표 등을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이 장기 수사한 사건 결과를 스스로 뒤집는 상당히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고발인 이의신청과 검찰의 보완수사 명령, 재수사 착수 약 7개월 만에 결과가 뒤집히기까지 윤석열 정부 출범을 전후로 숨가쁜 전개가 펼쳐진 셈이다.  

숱한 논란과 공방을 불러 온 성남FC 의혹 규명의 공은 이제 검찰로 넘어갔다. 관건은 '부정 청탁'과 '대가성' 입증이다. 일반 뇌물 사건과 달리 제3자 뇌물공여는 공무원이 직무에 관한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를 약속한 경우 성립하는 범죄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수사해온 경찰이 5월17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성남FC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후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수사해온 경찰이 지난 5월17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성남FC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후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연합뉴스

경찰은 당시 성남시장(성남FC 구단주)으로 인허가 권한을 가진 공무원이던 이 대표가 두산건설 측으로부터 분당구 정자동 병원 부지 3000여 평을 상업 용지로 변경해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인 성남FC에 2014∼2016년 55억원 상당의 광고 뇌물을 공여토록 한 뒤 용도 변경을 해 준 것으로 판단했다.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와 두산건설 관계자 진술을 종합할 때 대가성과 부정 청탁 모두 입증된다는 게 수사기관의 판단이다. 

이 대표나 측근 등으로 후원금이 흘러간 정황은 없었지만, 자금 용처와 상관없이 부정 청탁과 대가성 정황이 확인된 만큼 송치가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검찰도 이 두 가지를 엮는데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만일 이 연결고리를 명확히 확인하지 못한다면 이 대표를 향한 수사는 통째로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 대표와 야당이 주목하는 것도 이 부분이다. 이 대표 측은 두산건설로부터 그 어떤 청탁도 받은 사실이 없고, 두산건설로부터 받은 기부채납과 공공기관에 해당하는 성남FC가 수령한 후원금은 결국 성남시민의 이익으로 돌아갔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9월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재수사해 온 경찰이 이재명 대표에 대해 제3자 뇌물공여 혐의가 인정된다고 결론 내린 것과 관련한 발언을 하며 이 대표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 연합뉴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9월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재수사해 온 경찰이 이재명 대표에 대해 제3자 뇌물공여 혐의가 인정된다고 결론 내린 것과 관련한 발언을 하며 이 대표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 연합뉴스

'포토라인' 마주한 李, 전략 바꾸나

경찰의 보완수사 과정에서 이 대표에 대한 직접 조사가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은 만큼 검찰 단계에서 소환 조사가 불가피 할 전망이다. 앞서 검찰은 이 대표에 백현동 허위 발언 의혹과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기 전 출석을 통보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대표와 야당은 현 정권과 검찰의 '이재명 죽이기'에 말려들지 않겠다며 불출석했다. 

이번에도 이 대표가 소환에 불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야당 내부에서도 거듭된 검찰 조사 거부로 인한 부작용과 2회 연속 소환 불응이라는 프레임에 갇힐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대선 기간부터 '사법 리스크'에 노출돼 온 이 대표도 검찰의 수사 및 기소로 인한 정치적 부담을 어떻게 뚫고 나갈 것인지 고심에 들어간 모양새다. 

이 대표는 성남FC 의혹에 대한 경찰의 송치 결정 이튿날인 14일 '민생 집중'을 거듭 강조하면서 "정부도 정쟁 또는 야당 탄압, 정적 제거에 너무 국가 역량을 소모하지 마시라"며 검·경 수사에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정치권에서는 그간 검·경의 수사와 관련해 '혐의 부인' 말고는 공개적인 강성 발언을 내놓지 않던 이 대표가 적극 대응 기조로 방향을 바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계속된 침묵과 거리두기로는 점차 수위가 높아지는 검찰 수사 대응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대표의 '야당 탄압, 정적 제거' 발언에 맞춰 야당도 검찰을 강력 규탄하는 메시지를 쏟아내는 등 화력을 키우는 모양새다. 혐의를 둘러싼 허점을 언급하며 검찰 기소에 선제 대응하려는 움직임도 본격화 되고 있다.  

'윤석열 정권 정치탄압대책위원회' 위원장인 박범계 의원은 "성남FC를 (국정농단 당시) 미르재단과 비교하는데, 성남FC는 성남시 산하 공공기관이고 미르재단은 민간재단법인"이라며 "공공성과 민간성에서 큰 차이가 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르재단에 출연금을 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은 박 전 대통령을 독대했지만, 이 대표는 사업자인 두산과 만난 적도 없고 한 푼도 (이 대표) 주머니에 들어간 게 없다"며 "결정적 차이는 이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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