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대한 선입견을 버려라”
  • 조창완 북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9.18 11:05
  • 호수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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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를 잇는 노마드 지식인 이병한의 《테크노 차이나》

8월24일은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는 날이었다. 두 나라는 사드와 코로나19가 만들어낸 긴 장벽을 넘지 못하고, 조용하게 그 시간을 보냈다. 미디어에서는 다양한 특집이 마련됐지만 눈에 띄는 기획을 만나기는 힘들었다. 뉴스에서는 여전히 “중국산의 원산지를 국산으로 속였다”는 등 부정적 뉘앙스의 기사들이 더 많이 눈에 들어왔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이병한의 《테크노 차이나》는 삐뚤어진 눈으로만 중국을 보는 시선에 최소한의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하는 책이다.

테크노 차이나│이병한 지음│라이스메이커 펴냄│192쪽│1만5000원
테크노 차이나│이병한 지음│라이스메이커 펴냄│192쪽│1만5000원

중국을 ‘메이드인 차이나’가 아니라 우주, 바이오, 그린 에너지, 디지털은 물론이고 그린 거버넌스로 보는 시선이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저자의 이런 노력에 세계 3대 투자가 중 한 명이고, 한국에 대해서도 오랜 관심을 가진 짐 로저스는 “세계의 미래를 알고 싶다면 중국을 보아라. 중국의 미래를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라”라는 응원을 해줬다.

중국에 관한 우리의 선입견과 편견을 가늠할 때 가장 간단한 것은 우주산업의 수준이다. 저자는 1장 ‘스페이스 차이나: 혁명에서 혁신으로’에서 우주의 빛과 신호를 판단하는 곽수경 망원경과 톈옌, 세계 최초의 양자과학위성 묵자호, 자체 로켓 창청, 달 탐사선 창어, 화성 탐사선 톈윈1호, 우주정거장 톈궁, 자체 GPS 베이더우 등으로 설명한다. 이들의 수준과 우리가 환호했던 누리호 성공의 격차는 설명하기 힘들다.

최근 미국이 자체 생태계를 갖추려고 열을 올리는 바이오에서도 역시 중국은 이미 선도적 수준이라고 저자는 판단한다. 중국이 해외의 고급 인재를 유치하는 천인 프로그램의 참가자 8000명 가운데 3분의 1이 바이오-의약 분야 우수 과학자라는 점에 주목한다. 이들을 중심으로 바이러스는 물론이고 각종 질병 퇴치에 도전한다. 약품뿐만 아니라 줄기세포 등에서도 큰 족적을 남기고 있다고 봤다. 탄소배출권, ESG, RE100 등 에너지와 관련된 변화가 시급한 상황에서 세계 최대의 탄소 배출국인 중국의 그린 에너지 문제는 중요한 관심거리다. 그런데 저자는 중국이 주도하는 태양광, 풍력, 핵융합 등으로 첨단의 탈탄소 기술국가가 된 중국을 주목한다.

최근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가장 많이 나오는 곳 가운데 하나가 일대일로 프로젝트다. 중국이 어느 나라에 철도나 항만을 건설해 망쳤다는 이야기가 중심이었다. 하지만 저자는 이 프로젝트의 내면에 있는 ‘디지털 실크로드: 실리콘 시티로드’를 봐야 한다고 한다. 화웨이로 대표되는 5G망이나 광섬유 케이블망이 유럽, 아프리카로 연결되면서 이들과 한 나라가 돼가는 상황을 보라는 것이다. 이런 프로젝트는 도시를 첨단화하는 스마트시티 네트워크가 연결돼 오히려 폐쇄를 주도하는 미국에 대항할 것으로 인식 된다.

저자는 에필로그를 통해 우리나라에 “현장감의 부재와 현실 감각의 상실 속에서 중국의 변화 속도를 좀처럼 따라가지 못하는 인식의 지체 현상이 만연한 것이 아닌가”를 걱정한다. 미국의 제재 속에서도 3년 동안의 절치부심 끝에 독자적인 반도체 생태계를 만들어낸 화웨이의 재기조차 제대로 보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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