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하락? 결국은 사람의 ‘마음’이 결정한다
  • 이광수 미래에셋증권 수석연구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9.18 10:05
  • 호수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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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_부동산] 심리적 영향 큰 만큼 가격도 비합리적으로 결정
변화 예측 위해선 참여자들의 행태 유심히 살펴야

부동산 시장이 심상치 않다. 엊그제 ‘불패’를 이야기했는데, 지금은 모두 ‘두려움’을 말한다. 가격이 얼마나 떨어질까? 언제까지 아파트 가격이 하락할까? 정확한 답을 얻기는 힘들다. 하지만 방향성과 변화는 충분히 읽어낼 수 있다. 부동산 시장 변화를 알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의 마음을 읽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은 심리적 영향을 크게 받는다. 다른 자산과 비교해 유동성이 낮고 정보가 투명하지 않아 정보의 비대칭성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많은 사람이 부동산 시장을 판단할 때 주관적인 정보에 의지한다. 좀 더 현실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대부분 부동산을 마음으로, 즉 감정적으로 판단한다.

전국 아파트 매수심리가 3개월 연속으로 하락 하면서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 아졌다. 사진은 서울 잠실 부동산 중개업소 밀 집 상가

투자자들의 인지 편향적 오류 사례

심리적 영향이 크기 때문에 가격 또한 합리적이지 않다. 호황일 때 과도하게 가격이 상승하고 불황일 때 가격 하락 폭이 커지는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 현상을 보인다. 정보 비대칭성도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 부동산은 개별 물건이 서로 다르고 주식시장처럼 신뢰성 있고 공인된 거래소가 존재하지 않는다. 더욱이 일반적으로 매도자는 매수자에 비해 소유 부동산에 대해 휠씬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정보 비대칭성으로 인해 주관적인 판단과 심리가 시장을 변화시키는 주요 원인이 된다. 부동산 시장에서 거품의 크기가 커지는 이유도 정보 비대칭에서 찾을 수 있다. 부동산 시장은 주식시장과 단순 비교하면 더 비합리적이고 비효율적으로 거래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부동산의 변화를 이해하고 예측하기 위해서는 시장에 참여한 사람들의 행태와 마음을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한다. 실제로 많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부동산 시장에 참여하는 투자자들이 다양한 인지 편향적 오류를 범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때는 과신, 낙관주의, 대표성 편향, 귀인 편향 등이 주로 나타난다. 반대로 시장이 침체될 때는 손실 회피, 앵커링 효과, 거짓 준거점, 친근성 편향 등이 가격을 과도하게 하락시킨다. 이러한 심리적 영향이 부동산 시장의 기본적인 특성인 유동성 리스크와 높은 거래비용과 만나게 되면 부동산 가격의 변동성을 크게 키운다.

대표적으로 ‘양떼 효과’(양들이 우두머리를 따라 움직이는 모습에서 유래한 일종의 추종 심리 현상. 가격이 오르면 따라 사고 가격이 하락하면 따라서 파는 현상을 말한다)와 ‘집단사고’(여러 사람이 모여 내린 판단이 휠씬 옳고 현명할 것이라고 믿는 경향을 말한다)는 부동산 시장 변동 폭을 키우는 대표적인 심리 현상이다. 특히 양떼 효과가 손실 회피 성향과 만나면 최악의 결과를 만든다.

일반적으로 부동산 투자자들은 ‘3의 법칙(a rule of three)’을 따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부동산 가격 하락 1단계에서는 투자자 대부분이 가격 하락을 단기적 변동으로 이해한다. 두 번째 조정 단계에서는 일부 투자자는 사태의 심각성을 판단하지만 여전히 투자자 대다수는 부동산을 계속 보유한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단계에서는 부동산 가격이 급격하게 하락한다. 바로 이때 양떼 효과와 손실 회피 성향을 보이면서 부동산 투자자 대다수가 동시에 매도하기 때문이다.

 

집값 하락의 3단계 기억해야

부동산 시장이 호황일 때 사람들은 부동산 가격은 항상 오른다고 말한다. 뉴스를 검색해 봐도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던 2006년과 2021년 사이 부동산 불패 기사가 많이 나온다. “공급은 제한적이다. 따라서 부동산 가격은 항상 오른다. 부동산은 좋은 투자 수단이다”거나 “사람들은 집이나 부동산처럼 안전하고 안정적인 투자는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는 식이다. 반대로 부동산 시장이 불황이면 사람들은 다른 이야기를 한다. “인구가 줄어 부동산 가격은 영원히 빠진다”거나 “가계부채가 너무 많다. 하우스푸어가 증가할 것”이라는 말에 귀가 더 쏠리게 된다.

사람들의 바뀐 마음은 부동산 시장을 변화시킨다. 따라서 투자에서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인간 행동과 심리를 파악하고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해야 한다. 애덤스미스라는 필명으로 활동한 조지 굿맨은 저서 《머니게임》에서 “당신이 누군지 잘 알지 못한다면 주식시장은 그것을 알게 해줄 가장 비싼 곳이다”고 말했다. 주식뿐만 아니라 부동산 시장에서도 당신이 누군지, 우리가 누군지 알지 못하면 큰 손실을 볼 수 있다.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투자로 움직이는 시장에 참여하려면 투자 결정과 자산을 배분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 영향과 편향을 알고 있어야 한다. 사실상 생각의 오류와 편향을 근본적으로 피하기란 매우 어렵다.

사람들의 마음과 인지 편향을 사전에 파악하고 있으면 투자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2022년 8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506건이다. 지금 서울에 아파트를 매입하면 1000명 안에 들어간다. 높은 가격과 불안해진 경제 상황, 금리 인상으로 집을 사려는 사람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반면 집을 싸게 팔려는 사람도 많지 않은 상황이다. 지금 상황을 단기적인 변동으로 이해하고 먼저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일부 투자자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가격을 낮춰 매물을 내놓기 시작할 것이다. 매물 가격이 낮아지기 시작하면 집을 사려는 사람들도 갑자기 매수 의사가 줄어든다. 더 떨어지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다음 단계는 더 급한 누군가가 집을 더 싸게 내놓게 되고 집값은 더욱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주택 가격 하락 폭이 커지면 사람들은 인지 편향 오류를 보이게 될 것이다. “누가 지금 집을 사느냐?” “일본처럼 장기 불황으로 갈 것이다.” “부동산은 끝났다.”

사람들의 마음이 극단으로 갈 때가 집값이 하락하는 마지막 단계일 가능성이 높다. 또 그때가 가격이 가장 많이 하락했을 시점일 것이다. 따라서 내 집 마련을 위해서는 사람들의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고 부동산에 대한 생각이 어떻게 바뀌는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

인간은 어쩔 수 없이 나약한 존재다. 나는 아니라고 해도 예외는 없다. 따라서 현명한 내 집 마련과 투자를 위해서는 나약함을 인정하고 알려고 노력하고 행동해야 한다. 우리는 모두 연약하고 불안정하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휠씬 더 나은 존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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