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유행’ 빨라졌는데 예방접종은 예년대로?…백신 효과 있을까
  • 박나영 기자 (bohena@sisajournal.com)
  • 승인 2022.09.19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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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부터 순차적 접종 시작
다음달 12일 고령자 접종 가능
지난해 10월 25일 광주 서구 농성동 한국건강관리협회 광주전남지부에서 시민이 인플루엔자(독감) 예방 접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플루엔자(독감) 무료 예방접종이 오는 21일부터 순차적으로 시행된다. 지난해 10월 25일 광주 서구 농성동 한국건강관리협회 광주전남지부에서 시민이 인플루엔자(독감) 예방 접종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 겨울 인플루엔자(독감)가 큰 규모로 유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가 독감 예방접종을 시작했다. 그러나 지난 16일을 기점으로 이미 전국에 독감 유행주의보가 발표된 상태여서 한발 늦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예년보다 2달 이상 앞당겨진 유행시기가 예방접종 시기와 맞물리면서 예방접종이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우려가 생긴다. 

정부가 발표한 2022~2023절기 인플루엔자 대응계획에 따르면 오는 21일부터 생후 6개월~만 13세의 2회 접종 대상자, 다음달 5일부터 그외 어린이와 임산부의 무료 예방접종이 시작된다. 또 일주일 뒤인 12일부터 만 75세 이상, 17일부터 만70세 이상, 20일부터 만 65세 이상 고령자의 예방접종이 가능하다. 정부는 이 같은 계획을 발표하면서 합병증이 우려되는 임신부와 만13세 이하 어린이는 가급적 일찍 접종을 완료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올해 독감 유행이 예상보다 빨리 확산될 것으로 우려되면서 예방접종 시기가 늦은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지난 16일 전국에 독감 유행주의보를 발령했다. 통상 11월 중순부터 12월 사이 발효되던 것과 달리 올해 주의보 발령은 상당히 이른 편이다. 2016년에는 12월 8일, 2017년 12월 1일, 2018년 11월 16일, 2019년 11월 15일에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가 발령된 바 있다. 12년 전인 2010년 가을에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가 발령된 적이 있었지만, 10월 1일로 올해보다는 보름가량 늦은 시점이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올해 처음으로 독감 유행을 겪은 호주의 상황이 우려를 더한다. 우리와 계절이 반대인 호주는 예년보다 한두달 앞선 지난 4월 독감이 유행했고, 유행규모도 예년보다 4~5배 컸다. 

독감에 걸릴 경우 기침·인후통·객담 등 감기 증상에 38℃ 이상의 고열, 두통·근육통 등의 증상이 동반된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 노인, 만성질환자 등은 폐렴을 비롯한 각종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백신이 몸에 들어가서 항체가 생기는데 걸리는 시간은 2주 안팎이다. 이에 정부는 통상 12월 중순 이후 독감이 본격적으로 유행한다는 점을 감안해 10월부터 예방접종을 권고해왔다. 그러나 올해는 유행주의보가 발효된 이후 예방접종이 시작되는 이례적인 상황을 맞게 됐다. 다음달 무료 예방접종 기회가 주어지는 어린이와 고령자의 경우 2주간의 항체 생성 시기를 감안하면 10월 하순이 되어서야 효과를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2020년 10월 27일 서울 시내 한 병원을 찾은 내원객들이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예방 접종을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2020년 10월 27일 서울 시내 한 병원을 찾은 내원객들이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예방 접종을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유행 시기에 맞춰 예방접종 시기도 앞당길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억눌러있던 독감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유행이 한달 정도 빨리 왔다"면서 "유행이 빨라진 만큼 예방접종 일정도 앞당기는 게 좋을 것"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반 성인들은 비용을 내더라도 독감을 서둘러 맞겠지만, 어르신들의 경우 무료 예방접종을 기다리는 경우가 많아 우려된다"고 말했다. 국가예방접종 대상은 생후 6개월∼만13세 이하 어린이와 임신부, 65세 이상 어르신으로 무료로 독감 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다. 국가예방접종 대상이 아니어도 일선 의료기관에서 유료로 예방접종이 가능하다.

정부는 올해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 발생 가능성도 높게 보고 있다. 코로나19와 독감은 모두 발열성 호흡기 질환으로 증상이 유사해 구별이 어려우므로, 반드시 검사를 받을 것이 권고된다. 독감은 상대적으로 38℃ 이상의 갑작스러운 고열과 근육통, 두통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코로나19는 일반적인 호흡기 증상 이외에도 후각 또는 미각의 저하나 호흡곤란 등의 특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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