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분당 상태? 국민의힘 ‘이준석의 강’ 건널 수 있을까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9.19 16:2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준석 코너 몰리자 2030세대 앞세운 ‘친이계’ 조직적 반발
‘새 리더십’ 두고 당심 분열…배종찬 “꼬인 문제 풀기 어려워”

“중징계 중 해당 행위 경고해야 한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가처분에서 패소하자 자행한 재판 보복 행위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표현의 자유도 있지만 징계의 자유도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추가 징계’를 두고 국민의힘 당심(黨心)이 사분오열하는 모습이다. 이 전 대표와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을 향한 책임론, 징계 필요성 등을 두고 당의 중진부터 초‧재선 의원들까지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다. 여권 일각에선 현 국민의힘 상황이 분당(分黨) 상태와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태가 장기화될 시 과거 ‘탄핵의 강’ 보다 갈등 봉합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섞인 전망도 제기된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헌 효력 정지 가처분 심문을 마친 뒤 법원을 떠나기 위해 차에 타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헌 효력 정지 가처분 심문을 마친 뒤 법원을 떠나기 위해 차에 타고 있다. ⓒ연합뉴스

풀려하면 꼬이는 ‘이준석 딜레마’

지난 7월8일, 이준석 전 대표가 ‘당원권 6개월 정지’ 징계 처분을 받았다. 당 윤리위는 ‘품위유지 의무 위반’을 이유로 내걸었다. 이 전 대표가 성접대 의혹 무마를 위해 증거인멸을 교사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날 이후 74일,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 전 대표와 ‘무한 공방전’을 벌이는 ‘블랙홀’로 빨려 들어갔다.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려는 당과 가처분으로 이를 제지하려는 이 전 대표 간의 샅바싸움이 매일같이 이어지면서다.

이 전 대표와 ‘윤핵관’ 간의 갈등 전선은 점차 ‘계파 갈등’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가처분 결과가 발표될 때마다, 비대위가 꾸려질 때마다 당내 의원들 간의 ‘국지전’이 수시로 발발하는 모양새다. 특히 이 전 대표를 지지하는 ‘친이준석계’ 의원들의 반발이 점차 거세지는 모습이다. 지난달 28일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여있는 단체 대화방에서 김병욱 의원이 친윤계로 분류되는 배현진 전 최고위원을 저격한 게 하나의 예다.

친이준석계인 김웅 의원은 더 노골적으로 당 지도부에 반감을 표하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3일 비대위 전환에 반대하는 당원 모임인 ‘국민의힘 바로 세우기’ 모임에 참석, ‘윤핵관’을 언급하며 “저 사람들 앞에 갔을 때 여러분 말조심해야 한다. ‘촌철살인’이라고 하면 살인죄로 구속시킬 사람들”이라고 비꼬았다. 이어 “당을 우리가 장악해야 한다”며 “전당대회를 맞이해 진지를 만들고 아군을 만들어내면 이제 당을 장악해서 정말 부끄럽지 않은 국민의힘 한번 만들어보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힘 지도부의 ‘안티 이준석’ 기조는 더 굳어지는 모습이다.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신임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정진석 비대위원장의 핸드폰 화면 사진이 취재진에 의해 포착됐다. 해당 사진에서 정 비대위원장이 ‘오케이, 중징계 중 해당 행위 경고해야지요’라고 메시지를 보내자 이에 유상범 의원은 ‘성 상납 부분 기소가 되면 함께 올려 제명해야죠’라고 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이 공개됐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정당 내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라면서도 “한창 (정책과 관련해) 스터디를 하고, 국정감사를 준비하고, 대야 투쟁을 해야할 시기에 같은 당 선후배들끼리 침을 뱉고 ‘색깔’을 탓하는 상황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에 국민의힘 지도부는 하루라도 빨리 ‘이준석 리스크’를 제거하고 싶어하는 모습이다. 최근 당 윤리위가 이 전 대표를 겨냥한 추가 징계를 시사한 것도 공교롭다. 이 전 대표에게 제명 등 중징계가 가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치권 중론이다. 그러나 이 전 대표 측은 또 한 번의 가처분으로 응수할 계획이다. 사법부의 판단, 윤리위 징계 결과와 별개로 국민의힘 내홍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3월24일 오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구 달성군 사저에 도착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월24일 오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구 달성군 사저에 도착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탄핵의 강’ 보다 깊은 ‘이준석의 강’?

사태를 해결한 ‘터닝 포인트’가 실종되면서, 여권 일각에선 이번 ‘이준석 사태’가 보수진영 내 분열을 촉발하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갈등 전선이 비단 정치 노선뿐 아니라 지역과 선수, 세대 등 다양한 영역에서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과거 ‘탄핵의 강’ 보다 ‘이준석의 강’을 넘는 게 더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탄핵의 강’은 2020년 2월, 미래통합당이 출범하며 처음 등장한 표현이다. 당시 이른바 ‘탄핵파’였던 유승민 전 새로운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은 ‘탄핵의 강을 건너자’고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생긴 정치적 불신과 감정적 앙금을 털어내야 보수의 새 미래를 열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이후 미래통합당은 공천 과정에서 재차 ‘친박-비박’ 갈등이 이는 등 ‘탄핵의 강’을 쉽게 건너지 못했다.

이후 2년이 지난 2022년, 보수 정당이 정권을 탈환하고서야 ‘탄핵의 강을 건넜다’는 국민의힘 내 자체 평가가 나온 바 있다. 자중지란했던 보수가 대선에서 하나로 뭉칠 수 있었던 데는, 어느 계파에도 빚이 없는 윤 대통령의 ‘새로움’이 크게 기여했다는 게 여권 내 중론이다. 문제는 이 ‘새로움’에 대한 기대가 최근 상당 부문 사라졌다는 점이다. 이에 ‘새로운 보수 리더십’의 이상향을 두고 여권 내 각론이 계속 분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 “비대위를 거쳐 전당대회를 통해 차기 리더십이 결정되면 이준석 리스크는 없어지게 될까.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며 “누가 비대위원장이 되든, 누가 새로운 당 대표가 되든 ‘이준석 리스크’는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대표와 관련된 꼬인 문제가 거의 해결되지 않은 점을 본다면 국민의힘 비대위는 ‘사태 수습’이 아니라 한 치 앞을 내다보기 불가능한 ‘점입가경’ 사태로 풀이된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