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의 말은 현실이 된다?…결국 ‘제명 시나리오’ 발동?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2.09.20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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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위 추진부터 윤리위 개최 시점까지…당보다 한 수 앞선 李의 예측들

“어떻게든 빌미를 만들어 제명 시나리오를 가동할 것이다.”

“대통령이 휴가를 가면 작정하고 일을 벌일 것이다.”

“소설이 5시간 만에 현실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당의 향후 대응 카드를 예측한 대목이다. 자신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으로 풍전등화 처지에 놓인 당이 추가 징계를 통해 ‘이준석 밀어내기’에 쐐기를 박으려할 것이란 예측이다. 당 지도부는 이 전 대표의 시나리오를 ‘소설’로 일축하지만, 일각에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준석의 말은 현실이 된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헌 효력 정지 가처분 심문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헌 효력 정지 가처분 심문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결국 현실화 한 이준석 제명 시나리오

20일 여권 분위기를 종합하면, 현재 이 전 대표의 신경은 윤리위 추가 징계에 쏠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 측은 당이 자신을 기습 ‘제명’해 가처분 신청 사건을 무력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자신이 제명될 경우 가처분 신청 자격 자체를 잃을 수 있기 때문에, 당이 기각 판결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셈법을 구상 중이란 것이다. 

기류만 보면 이 전 대표 말대로 흘러가고 있다. 윤리위는 당초 28일로 예정된 회의를 열흘이나 기습적으로 앞당겼고, 징계 절차를 개시하기로 결정했다. 이 전 대표가 직전 윤리위에서 당원권 정지 6개월 처분을 받은 만큼, 남은 징계 수위는 제명밖에 없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게다가 이후 정진석 비대위원장과 사퇴한 유상범 윤리위원이 이 전 대표의 징계 수위를 두고 사전 논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문자까지 공개됐다. 당사자들은 이번 징계 절차와 무관한 시점에 주고받은 문자라고 해명했으나, 사실상 제명은 기정사실화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전 대표는 만약 추가 징계를 받을 경우 다시 가처분을 신청할 계획이다. 이 전 대표는 윤리위의 징계 절차 개시 결정 직후 페이스북에 “공격용 미사일을 쏘지 않으면 요격 미사일을 날릴 이유가 없다. 가처분은 불합리한 일에 대한 방어 행위”라고 밝혔다. 이 전 대표 변호인단도 “당 윤리위의 징계 개시 결정은 가처분 사건에 영향을 미치려는 사법 방해 행위이자 재판 보복 행위”라며 “해당 징계 처분에 대한 법원 가처분, 유엔 제소 등 모든 법적 수단을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촬영된 정진석 비대위원장의 휴대전화 화면에 정 비대위원장이 유상범 의원과 주고받은 문자가 보인다. ⓒ 국회사진기자단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촬영된 정진석 비대위원장의 휴대전화 화면에 정 비대위원장이 유상범 의원과 주고받은 문자가 보인다. ⓒ 국회사진기자단

“당의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책 있다”

이외에도 이 전 대표의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로 인한 지도부 공백 사태가 전개된 이후 사건의 흐름을 살펴보면, 이 전 대표의 전망대로 흘러간 경우가 대다수다. 이 전 대표는 징계 이후 공개 행보를 자제하다, 당의 첫 번째 비대위 추진과 동시에 SNS 상으로 공개 저격을 시작했다. 당시 이 전 대표는 최고위원들의 줄 사퇴를 통한 당 대표 직무대행 체제의 무력화 시도를 예측했다. 이 전 대표는 “사퇴하지 않았는데 ‘어쨌든’ 비상이라는 코미디를 목격할 것”이라고 했다.

이 전 대표는 당의 두 번째 비대위 출범 시도도 미리 내다본 것으로 보인다. 그는 당의 두 번째 비대위 출범을 앞두고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고 적힌 이미지를 올렸다. 또 당이 가처분 신청 심문기일을 연기하자 “뭘 생각해도 그 이하”라고 꼬집었다. 당의 대응 방식을 이미 예상했으며, 자신의 예상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고 비꼰 대목이다. 이 전 대표 측은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직후 시사저널에 “당이 할 수 있는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책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전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 전 대표는 전례 없는 5번의 가처분 신청으로 당에 맞불을 놓았다.

이 전 대표의 말 한마디에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는 배경이다. 이 전 대표는 장외에 있을 때부터 가감 없는 분석과 발언 수위로 정치평론계에서 ‘인기 주자’에 가까웠다. 가령 이 전 대표는 지난해 시사저널TV 《시사끝짱》에서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시절 사퇴와 국민의힘 입당 시점을 정확히 예측한 바 있다. 이 전 대표와 함께 방송에 자주 출연했던 진보 성향의 평론가는 “말의 수위는 세지만 내용은 일리 있는 게 많다. 나이 어린 정치인이라고 무시해선 안 된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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