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낮은 코로나 자연감염률…마스크 ‘덕분’일까, ‘탓’일까
  • 박나영 기자 (bohena@sisajournal.com)
  • 승인 2022.09.26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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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감염자 19.5%…영국 절반 수준
지난 20일 오후 서울 명동거리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 및 관광객들이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일 오후 서울 명동거리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 및 관광객들이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질병관리청의 전국 단위 코로나19 항체 양성률 조사에서 숨은 감염자를 뜻하는 '미확진 감염자'는 19.5%로 조사됐다. 이는 전문가 예측이나 영국 등 해외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방역당국은 우리나라 코로나 검사 접근성, 국민들의 적극적인 방역 정책 협조 덕분이라고 자평했지만, 코로나19 발생 초기 방역정책을 계속 고수한 것이 자연감염률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양성률 조사는 혈액 검사를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S(spike) 항원, N(nucleoprotein) 항원과 결합하는 항체 보유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N항체는 자연감염으로만, S항체는 감염과 백신 접종 모두로 생긴 항체다. 조사대상자 9901명 중 S항체 양성률은 97.38%였다. 이를 두고 당국은 면역 정도와 무관하게 국민 대부분이 항체를 가지고 있어 재유행이 오더라도 중증화율은 상당 부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N항체 보유자는 전체의 57.65%였다. 국민 전체에서 누적 확진자가 차지하는 비율 38.15%였는데, 자연감염 항체양성률은 이보다 19.5%포인트 높은 것이다. 당초 일부 전문가들은 50%를 웃도는 오미크론의 무증상 감염률을 고려할 때 미확진 감염자를 포함한 실제 감염자가 공식 통계치의 2∼3배에 달할 것이라고 추측했는데, 실제 미확진 감염자 규모는 예상보다 훨씬 적었다. 영국의 미확진 감염률은 38.8%로 우리보다 2배가량 높았다. 이에 대해 권준욱 국립보건연구원장은 "검사에 대한 접근성이나 국민의 협조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백신접종 이후에도 이어진 방역 강화정책이 국민들의 자연 면역률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았다는 의견도 있다. 천은미 이대목동 호흡기내과 교수는 "코로나 발생 초기에는 중증화 위험 때문에 강력한 방역정책을 시행해야 했지만 알파, 델파, 오미크론 바이러스를 차례로 겪으며 상황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미크론 대유행 당시 약독화된 바이러스를 확인했고, 전세계 백신 접종률이 최고점을 찍었다"면서 "코로나 바이러스도 감기 바이러스처럼 재감염될 수 있고 그러면 더 강한 면역력이 생길 수 있다. 자연감염의 중요성을 알고 방역정책을 완화했다면 우리도 현재 자연감염률이 영국과 유사한 80% 수준까지 나왔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독감처럼 자연스럽게 면역을 얻게 만들고 누구든 증상이 있다면 빠르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엔데믹'으로 가는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2일 오전 서울 마포구보건소 코로나19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를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지난 22일 오전 서울 마포구보건소 코로나19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를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남은 방역정책 중 확진시 7일 격리와 실내 마스크 착용은 올해 말까지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와 관련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찬반이 나뉜다. 정기석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코로나19 특별대응단장 겸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장은 26일 다음 유행인 7차 유행에 대해 "시기와 규모는 가늠할 수 없으나 유행이 없다는 보장이 없다"며 "이에 대비해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는 좀 더 오래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90% 이상이 항체를 갖고 있다고 나왔지만 항체를 보유한 것과 실제 면역능력은 다르다는 지적이다. 

실효성이 떨어지는 의무 규정을 이제는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부에 의견을 권고하는 '국가 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회' 내에서도 실내 마스크 착용 완화해야 한다는 데는 의견이 일치했지만, 시기와 대상에 대해서는 의견이 나뉘었다고 한다. 방대본 자료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 중 모든 실내 장소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를 유지하는 나라는 한국 밖에 없다. 미국, 프랑스, 네덜란드, 헝가리, 덴마크, 튀르키예, 슬로베니아는 마스크 착용 의무를 아예 없앴다. 이탈리아, 싱가포르 등은 의료시설과 대중교통에서만 착용 의무를 두고 있다. 독일은 이에 더해 사회복지시설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한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유지되는 것과 관련해 네티즌들은 '마스크교에 빠진 신도들' '마스크 착용이 아이들 언어, 사회성 발달에 엄청난 피해를 끼친다는 것이 밝혀졌는데 한국만 고집' '식당, 카페에 들어갈 때와 나올 때만 착용하고 2~3시간 앉아있을 땐 벗고 있는데…' '독감 유행 때 마스크 쓴 적 없는데…' '쓰고싶은 사람만 쓰자' 라는 등 다양한 의견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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