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마약왕 옥중 인터뷰 “밀반입되는 마약 중 5%만 적발” 
  • 조해수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22.10.04 10:05
  • 호수 172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내 마약 판매총책 A씨 “화류계·연예계·재벌가·범죄자들이 주요 고객”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은 한국 출신 마약 대부 전요환(황정민)이 남미 북부 국가 ‘수리남’에서 국내로 코카인을 밀수하려다, 국정원 요원 최창호(박해수)와 민간인 협력자 강인구(하정우)에게 검거되는 과정을 그린 스릴러물이다. 이 드라마는 넷플릭스 비영어권 드라마 중 시청시간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특히, 이 드라마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져 더 큰 관심을 받았다. ‘수리남 마약왕’ 조봉행씨는 2011년 붙잡혀 징역 10년을 선고받았고, 복역 중이던 2016년 사망했다.

드라마처럼 마약 밀수량은 폭증하고 있다.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실에 따르면, 마약 밀수 단속량이 2017년 69.1kg에서 2021년 1272.5kg으로 18배 이상 급증했다. 마약사범 역시 2017년 719명에서 2021년 4998명으로 약 7배 증가했다. 검경은 마약 범죄자 검거에 주력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 8월부터 오는 12월까지 하반기 마약류 사범 집중단속 기간을 운영하고 있다. 약 1개월간의 집중단속 결과, 향정신성의약품 사범 302명, 대마 사범 111명, 마약 사범 27명 등 440명이 검거됐다.

거물들도 법망을 피하지 못했다. 동남아 3대 마약왕으로 불리는 닉네임 ‘사라 김’ ‘전세계’ ‘탈북자 최씨’와 국내 마약 큰손 ‘바티칸 킹덤’도 지난해부터 올해 초에 걸쳐 모두 붙잡혔다. 이 중에는 ‘강남총책파’로 알려진 A씨도 있다. 시사저널은 ‘전세계’ ‘사라 김’ 등으로부터 마약을 밀반입해 ‘바티칸 킹덤’ 등과 함께 국내 마약 판매 총책(총책임자)으로 활동한 A씨와 옥중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답변서는 A4용지 10쪽 분량이다.

ⓒ시사저널 임준선

국내 마약 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총책이었다. 즉, 여러 경로로 밀수된 마약을 국내 도매상들에게 공급하는 역할이었다. 2016년부터 활동했다. 원래는 강남에서 룸살롱을 운영했는데, 주위의 수많은 마약 인맥을 기반으로 승부를 볼 수 있을 것(성공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겨 시작하게 됐다.”

동남아 마약왕이라 불린 ‘사라 김’을 어떻게 알게 됐는지.

“마약 거래처 중 하나로 2018년쯤 알게 됐다. 지인이 소개해 줬는데, 그 지인이 바로 ‘전세계(마약왕 박왕열의 텔레그램 닉네임)’다.”

‘마약왕’이라고 불리는 사람은 어떤 이들인가.

“언론에서 마약왕, 최상선 등의 수식어를 붙이는데 실제로는 그딴 거 없다. 나 같은 경우 국내 총책인데, 마약 유통 구조는 ‘무역회사’와 똑같다. 좋은 물건을 싸게 공급받아 소비자에게 제공해 이윤을 남기는 것이다. 국외에서 물건(마약)을 보내는 사람들을 마약왕, 최상선이라고 하던데, 이런 사람들은 차고 넘친다. 동남아 마약왕이라 불리는 ‘사라 김’도 그중 한 명일 뿐이다. 거래처 중 하나에 불과하다. ‘갑(甲)’은 국내의 도매상을 많이 데리고 있는 총책이다. 모든 가격 결정권은 국내 총책이 가지고 있다.”

해외에서 국내로 마약이 들어오기까지 어떤 루트를 거치는지.

“마약 반입 경로는 굉장히 많다. 소규모 마약은 EMS 국제택배에 숨겨 들여온다. 1~3kg가량의 마약은 ‘지게꾼’을 활용한다. 동남아 현지의 가난한 사람들 또는 밀반입 전문가들의 몸과 짐에 숨겨 국내로 반입한다. 지게꾼에게 kg당 1000만원 정도를 지불한다. 이 정도 돈이면, 동남아 현지인들에게는 인생을 걸어볼 만한 도박이다. 물론 잡히는 경우도 많다. 잡히는 즉시 ‘버리는 카드’가 된다. 지게꾼은 옛날 사람들이 주로 쓰는 방식이다. 필로폰은 캄보디아·라오스·태국 등에서 많이 생산되는데, 국내에서 도는 필로폰의 50%가 동남아산(産)이다. 동남아산 마약은 기업 간 택배를 이용하거나, 중국을 거쳐 서해(인천)에서 어선과 어선을 통해 받는 경우가 많다. 최근엔 10kg 미만의 마약은 드론으로 바다에 던져놓고 회수하기도 한다. 비행기·선박 등은 대량 운반이 가능하지만 적발 위험도 높다. 특히, 알약·결정·잎사귀 형태는 잘 걸린다. 우리 식구들이나 내가 쓰던 방식은, 액체 형태의 필로폰·케타민을 구강청결제·술·스킨 등으로 위장해 반입하는 것이다. 국내에 들여온 후 다시 결정화, 분말화하면 된다. 엑스터시도 액체→분말화→틀로 찍어 알약 형태로 만드는 방법을 사용했다. 해외 유학생들은 판매 목적이 아니라 본인과 주위 사람들이 놀기 위해 국제택배를 이용해 소량으로 밀반입한다. 익명으로 보내기 때문에 검거될 위험이 적다. 그러나 공항 검색대에서 적발돼, (수사기관이) 택배를 받는 쪽을 역추적해 (보낸 사람을) 검거하는 경우도 있다."

적발되는 양은 전체 밀반입 양 가운데 어느 정도 될 것이라고 보나.

“프로와 초짜가 들여오는 마약 중 약 5%만 적발된다고 보면 된다. 최근 투약 인구가 크게 늘면서 밀반입 양도 급증하고 있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마약업자가 수사 당국이나 세관 당국에 뇌물을 주는 모습이 나오는데.

“허구다. 눈과 귀가 많아지면 그만큼 위험도가 높아지고, 손을 거칠수록 이윤도 줄어든다. 또한 마약을 눈감아주는 대신 뇌물을 받으면 말 그대로 인생을 걸어야 하는데, 그 정도로 미련한 사람은 없다. 원로들 말씀을 들으면 2000년대 초반까지는 뇌물을 받는 공무원이 있었다고 하더라.”

마약 조직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내 밑으로 8명(중간 보스)이 있었고, 얘들 밑에 피라미드식으로 100명 정도 있었던 것 같다.”

투약자에게 마약을 직접 전달하는 ‘드롭퍼(Dropper)’는 어떤 사람들인가.

“제일 하위에 있는 드롭퍼들은 대부분 투약자들이다. 원래 고객이었던 사람들이 마약에 중독되면서 본인들이 자청해 드롭퍼가 된다. 마약은 하고 싶고, 돈은 떨어지고…그러다 보니 심부름(마약 전달)을 하면서 마약을 조금 얻고, 나중엔 돈도 받고 하는 식이다. 100명의 드롭퍼 중 99명은 투약자라고 보면 된다. 드롭퍼를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 중엔 조선족이 많다. 한 건당 2만~3만원을 받는다. 마약을 던지고 나서(어떤 장소에 놔두고 나서) 좌표 사진을 전송하는 방식이다.”

마약 총책 A씨의 육필 편지 답변
마약 총책 A씨의 육필 편지 답변

유통한 마약 규모는?

“취급한 마약 종류가 너무 많아 측정하기 힘들긴 한데… 강남 지역 엑스터시·케타민의 80% 이상을 공급했다. 월평균 엑스터시는 4000~6000개(시가 6억~9억원), 케타민은 6~8kg(시가 21억~28억원) 정도였다. 필로폰은 월 2kg(시가 12억원) 정도 나갔는데, 이 정도는 그렇게 큰 규모는 아니다. 필로폰 시장에서 상위 5% 수준이다.”

마약에도 유행이 있나.

“유행이라기보단 ‘순서’가 있다. 약은 소프트·하드 드럭(drug)으로 나뉜다. 소프트 드럭에는 대마·케타민·엑스터시가 있고, 하드 드럭에는 필로폰·코카인·헤로인·펜타닐 등이 있다. 처음엔 대마 같은 약으로 가볍게 시작해 엑스터시, 케타민을 하다가 더 강력한 걸 찾게 된다. 결국 필로폰, 코카인까지 오게 되는 것이다. 굳이 유행이라고 한다면, 한국에선 가격과 접근성이 좋은 소프트 드럭이 대중화돼 있는 셈이다.”

중독성이 가장 강한 마약과 가장 비싼 마약은?

“가장 중독성이 강한 마약은 헤로인이다. 그런데 헤로인은 국내에 잘 유통되지 않는다. 중독성이 강해 적발되면 처벌도 세고, 수사기관도 끝까지 추적한다. 그래서 업자들도 헤로인은 잘 취급하지 않는다. 대중적인 마약 중에서 중독성이 가장 센 것은 코카인이다. 하지만 코카인은 국내에서 가장 비싼 마약이라 많이 유통되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저렴해 많이 유통되는 필로폰이 제일 위험한 마약이라고 할 수 있다. 가격을 따져보면 대마초 1g에 15만원, 엑스터시 1개 15만원, 케타민 1g 35만원, 필로폰 1g 60만원, 코카인 1g 80만원 정도다. 헤로인은 국내에서 거의 거래되지 않는다.”

투약자는 주로 어떤 사람인가.

“화류계 종사자가 많지만, 정말 생각지도 못한 사람들도 있다. 화물운수업자, 주식 트레이더, 골프선수, 노가다(공사장 인부), 음식배달업자 등 이런 사람도 많다. 부부끼리 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비율로 따지면 화류계-연예계-재벌가-범죄자가 상위권을 차지한다.”

재벌가나 연예인 등 상류층에 마약을 직접 공급했나.

“나는 총책이라 소규모로 마약을 공급하지 않는다. 내 밑에 있는 식구들이나 소매상들이 직접 공급한 것으로 알고 있다. 연예계 쪽은 같이 놀아서 많이 알고 있지만 개인 신상까지 알려주기는 곤란하다. 유튜버들도 많이 하는 추세다. 장담하는데, 유학을 다녀온 사람들의 90% 이상은 마약을 했거나 하고 있다.”

ⓒ연합뉴스
관세청이 태국 관세총국과 합동 마약 단속을 통해 불법 마약류 35건을 적발했다고 9월20일 밝혔다. 사진은 초콜릿에 숨겼다 적발된 마약ⓒ연합뉴스

수사기관에서 “10대 투약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마약이 대중화하면서 10대도 늘긴 늘었겠지만, 언론에서 말하는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졸피뎀·스틸녹스(수면제), 디에타민(식욕억제제), 자낙스·루나팜·디아제팜(신경안정제), 트리돌·펜타닐패치(진통제) 등 정신과에서 처방받을 수 있는 약을 10대들이 불법적으로 구매하는 수준이다. 10대가 진짜 ‘드럭’을 하는 경우는 정말 드물다. 성인 남성이 10대 여성을 착취하기 위해 중독시킨 경우는 종종 있다.”

SNS 등 인터넷을 통해 마약을 구매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하던데.

“인터넷을 검색해 알게 된 ‘텔레그램’ 아이디로 주문을 하고 송금도 한다고 전해 들었다. 그런데 이런 경우는 사기가 많다. 구매자 역시 호기심에서 해본 것일 뿐, 중독자가 아니다. 마약 유통은 아직까지 오프라인, 즉 ‘면 대 면(face to face)’으로 이뤄진다. 아는 사람을 통해 인증된 업자를 소개받아 직접 구매하거나 대리인을 내세워 약을 받아오는 식이다.”

수제 마약도 늘어나고 있다.

“요즘엔 정보 취득 루트가 발달해 일반인들도 재료만 있으면 순도가 높은 마약(필로폰)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원료를 수입해야 하고 다른 장비를 구하는 것도 까다롭기 때문에 완제품을 밀수하는 게 더 수지타산에 맞다.”

북한산 마약이 국내에 들어오는가.

“북한산을 접해 봤다. 순도와 품질이 좋다. 그러나 미국, 캄보디아, 라오스 등에서 나오는 필로폰도 품질과 가격이 매우 좋다. 굳이 북한산을 쓸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현재 북한산은 안산, 대림, 천안 등 조선족 네트워크 사이에서 많이 돌고 있다. 그러나 그마저도 2020년에 대대적인 단속을 당해 유통라인이 전부 딸려갔다(잡혔다). 물론 기존 마약상이 딸려가도 전체 마약시장에는 큰 영향이 없다. 누군가 잡혀가면 새로운 마약상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