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수도권 재건축·재개발 폐기물 3000만 톤…‘쓰레기 대란’ 온다
  • 조해수·김현지·공성윤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22.09.30 12:05
  • 호수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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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기·인천 1900여 개 재건축·재개발 지역 전수조사
재건축·재개발 폐기물, 수도권 매립지 잔여용량 3.6배 초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재건축·재개발을 적극 추진하면서, 이로 인해 발생할 건설폐기물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시사저널 취재 결과,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재건축·재개발을 통해 발생하는 건설폐기물은 3077만 톤으로 집계됐다. 이는 수도권 매립지의 잔여용량 863만 톤(8월 기준)을 3.6배 초과하는 양이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부터 5톤 이상의 대형 건설폐기물을 수도권 매립지에 반입할 수 없게 됐으며, 2년여 뒤인 2025년 1월1일부터는 5톤 미만도 금지된다. 이로 인한 건설폐기물 불법 투기·방치가 극성을 부릴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2025년 8월 종료 예정인 수도권 매립지의 대체지를 찾지 못한 상황에서, 결국 민간 폐기물 매립지를 사용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수도권에 위치한 민간 매립지는 1곳밖에 없으며, 이곳의 사용 가능 연수도 환경부 추산 1.8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는 “노태우 정부의 수도권 200만 호 공급 계획에 따라,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초반에 저렴한 비용으로 짧은 시간 동안 많이 짓기 위해 거의 모든 아파트를 ‘벽식 구조’로 지었다. 벽식 구조는 30년만 지나면 재건축을 해야 한다. 지금 그 시기가 도래한 셈”이라면서 “건설폐기물이 전체 폐기물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재건축 붐’에 따른 건설폐기물 급증으로 ‘쓰레기 대란’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천 서구 수도권 매립지 3매립장에서 생활쓰레기 매립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연합뉴스

수도권 재건축·재개발, 63빌딩 62채와 맞먹어

시사저널은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를 통해 재건축·재개발이 진행되는 수도권 지역을 전수조사했다. 2022년 2분기 기준으로, 지자체에 등록된 정비예정구역→추진위원회·조합 설립→사업시행→관리처분→착공·준공 단계에 있는 모든 정비구역을 조사했다.

서울시는 25개 모든 구에서 재건축·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1412개 구역 80만8603세대에 대한 재정비가 이뤄져 96만8939가구가 새롭게 만들어진다. 경기도에서는 28개 시 중 25개 시에서 466개 구역 39만6302세대에 대한 재정비가 추진되고 있다. 인천시의 경우, 8개 모든 구에서 43개 구역 5만922세대에 대한 재정비를 하고 있다.

재건축·재개발로 발생하는 건설폐기물을 집계하기 위해서는 ‘건물 연면적’이 필요하다. 시사저널은 국토교통부 국가공간정보포털 사이트를 통해 1900여 개에 이르는 건축물 정보를 모두 확인했다. 그 결과, 수도권 재건축·재개발 지역의 건물 연면적은 1475만3883㎡였다(건물이 이미 철거된 착공·준공 단계는 제외). 이는 축구장(7140㎡)의 2066배, 여의도 면적(약 100만 평, 3.3㎢)의 4.5배에 해당하는 넓이다. 서울 여의도 63빌딩(연면적 23만8429㎡) 62채를 새롭게 만드는 것과 같다.

재건축·재개발에서 발생하는 건설폐기물은 얼마나 될까? 건설폐기물은 크게 폐콘크리트와 혼합폐기물로 나뉜다. 폐기물 처리업계에 따르면, 폐콘크리트의 경우 아파트 지상부의 재건축·재개발에서 평(3.3㎡)당 3.5㎥가 발생하고, 지하부는 평당 5㎥가 나온다. 무게로 따지면, 폐콘크리트 1㎥는 1.8톤이다. 즉, 재건축·재개발 1평에서 부피 3.5~5㎥, 무게 6.3~9톤의 폐콘크리트가 발생하는 것이다.

혼합폐기물은 지상부에서 평당 0.4㎥, 지하부에서 평당 0.05㎥가 나온다. 1㎥의 혼합폐기물 무게는 0.85톤이다(표 <건설폐기물 계산 방법> 참조).

이에 따라 계산하면 서울의 재건축·재개발 건설폐기물은 1627만265톤, 경기는 1334만4476톤, 인천은 115만8548톤이다. 즉, 재개발·재건축으로 인한 수도권의 건설폐기물은 3077만3289톤으로 산출됐다(표 <수도권 재건축·재개발 건설폐기물> 참조). 이는 지난해 수도권 매립지 건설폐기물 매립량(137만 톤)의 약 22배에 이르는 양이다.

수명 다해 가는 수도권 매립지…민간 매립지도 이미 포화

그러나 막대한 건설폐기물을 처리해야 할 수도권 매립지는 수명을 다해 가고 있다. 수도권 제1매립장은 1992년 문을 열어 2000년 10월까지 사용됐다. 지금은 골프장으로 변신했다. 그 뒤를 이은 제2매립장은 2018년 10월 종료됐고, 다시 103만㎡(31만 평) 규모의 제3-1매립장이 만들어졌다. 조성 당시 제3-1매립장은 하루 1만2000톤의 쓰레기가 반입돼 2025년 8월에 가득 찰 것으로 예측됐다(표 <제1~3 수도권 매립지 현황> 참조).

더구나 인천시는 2025년부터 수도권 매립지에서 서울·경기 지역 쓰레기를 처리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쓰레기 발생지 처리 원칙’에 따라 인천 서구에 위치한 수도권 매립지에서 더 이상 타 지역 쓰레기를 받아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수도권 매립지는 1992년 설립될 당시 2016년까지만 사용하기로 했는데, 대체 매립지를 찾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제3-1매립장을 또다시 만들어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 당시 환경부와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는 ‘수도권 매립지 4자 협의체’를 구성하고 대체 매립지를 만들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현재, 대체 매립지 조성은 고사하고 매립지 ‘선정’조차 못 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대체 매립지 입지 후보지 공모는 2021년 1~4월, 5~7월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그러나 3조3000억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지원금에도, 응모한 지자체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전문가들은 “공모 절차 후에도 입지선정위원회 구성과 입지 후보지 타당성 조사 및 환경영향평가 등 최종 입지 선정까지 1년, 매립지 실시설계 2년, 공사기간 3~4년 등 최소 7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환경부는 “수도권 매립지 반입이 금지되면, 수도권 인근 지역에서 운영하는 17개 민간 매립시설과 현재 건설을 추진 중인 11개 민간 매립시설에 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시사저널 취재 결과, 현재 수도권에서 사용 가능한 민간 매립지는 1곳에 불과했다.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J기업이 그곳이다. 이마저도 전체 매립용량 24만3700㎥ 중 19만6603㎥(매립률 약 80.7%, 2020년 기준)를 사용해, 잔여량은 4만7097㎥밖에 남지 않았다. 또한 환경부와 환경공단에 따르면, 신·증설이 예정된 민간 매립지(경기도 연천 소재, 98만㎥)도 1곳에 그치고 있다.

전국적으로 살펴봐도 폐기물 처리 문제는 심각하다. 환경공단에 따르면, 정부 산하 기관과 전국 지자체가 운용 중인 공공 매립시설은 모두 212개로, 전체 매립용량 4억7823만6335㎥ 중 2억7283만6645㎥를 사용해 매립률(57%)은 이미 절반을 넘어섰다.

민간의 경우, 전국 32개 업체의 53개 매립시설이 운용 중이다. 전체 매립용량은 5200만㎥에 불과한데, 매립률은 73.1%를 기록하고 있다. 환경부는 앞으로 약 5.4년간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환경부 측은 “신·증설 예정인 매립시설이 18개(3000만㎥)로, 이를 포함할 경우 17년간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환경부는 수도권 대체 매립지 3차 공모를 잠정 중단하고, 임시방편으로 수도권 매립지 쓰레기 반입량을 줄여 나가는 데 주력하고 있다. 수도권 매립지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주범은 건설폐기물이다. 매립 폐기물의 절반가량을 건설폐기물이 차지하기 때문이다. 환경부의 ‘수도권 매립지 매립 폐기물 현황(2019~22년 8월)’에 따르면, 2021년 수도권 매립지에 매립된 건설폐기물은 137만7000톤으로 전체 매립량 241만1000톤의 57.1%를 차지했다. 2020년(51.1%)과 2019년(50.4%)에도 건설폐기물 비율은 절반을 넘었다.(표 <수도권 매립지 매립 폐기물 현황> 참조)

재활용 99%라도 건설폐기물 매립량 연간 수십만 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건설폐기물 재활용이 중요시되고 있다. 환경부는 “2050년 탄소중립 시대에 맞춰, 건설폐기물을 처리할 때 매립·소각을 최소화하고 재활용을 최대화해 건설폐기물로 만든 순환골재가 더 폭넓게 사용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면서 “건설폐기물 재활용 비율을 현행 98%에서 2025년 이후 99% 이상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환경단체는 “재활용 비율이 98~99%에 이를지라도, 매립·소각되는 폐기물량이 매년 수십만 톤에 이른다”면서 “근본적인 해결책은 건설폐기물 발생량 자체를 줄여 나가는 방법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2020년 전국 건설폐기물 8644만 톤 중 98.9%(8556만 톤)가 재활용됐다. 그러나 매립된 양은 72만6000톤에 달했고, 소각된 양도 15만3000톤이나 됐다. 2015~18년까지만 해도 매립량은 100만 톤을 항상 돌파했다(표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 현황> 참조).

매립·소각 비용도 문제다. 수도권 재건축·재개발로 인한 건설폐기물 3077만 톤 중 매립·소각을 해야 할 건설폐기물은 1%로만 계산해도 30만 톤에 이른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의 올해 반입수수료는 톤당 14만7497원이다. 따라서 30만 톤의 수도권 건설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약 440억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매립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2019년 3월 미국 CNN방송이 집중 보도하면서 국제적 망신을 당한 경북 의성군의 ‘쓰레기 산’이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서도 생겨날 수 있다. 실제로 전국의 방치·불법 투기 폐기물 중 건설폐기물이 약 8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표 <전국의 방치·불법 투기 폐기물 비율> 참조).

환경운동가 최병성 목사는 저서 《일급경고-쓰레기 대란이 온다》에서 “경상북도 의성의 쓰레기 산을 자세히 살펴보면, 폐플라스틱과 폐비닐을 비롯해 폐전선·천 쪼가리·이불·목재 등 온갖 잡동사니가 다 섞여 있다”면서 “건설폐기물 중간처리업체에서 폐콘크리트와 폐벽돌 등을 선별 파쇄해 순환골재로 재활용하더라도 폐플라스틱과 헌옷, 이불 등 가연성 폐기물이 남게 된다. 의성의 쓰레기 산은 소각장으로 가야 할 건설폐기물 잔재물까지 방치해둔 것”이라고 지적했다.

건설폐기물은 환경파괴와 직결될 수밖에 없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서울과학기술대에 의뢰해 진행한 ‘2018~19년 1매립장 안정화 조사 용역’ 결과, 제1매립장은 환경부 지침에 따른 사후관리 종료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COD(화학적산소요구량: 물의 오염 정도를 나타내는 기준)가 기준치보다 2배 이상 초과 검출됐고, 5% 미만이어야 할 매립폐기물 유기물 함량도 약 17%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제1매립장의 법정 사후관리 기간이 2020년 9월에서 2039년으로 19년이나 연장됐다. 이로 인한 추가 비용은 1299억원에 이른다.

건설폐기물의 대부분은 콘크리트다. 콘크리트는 시멘트와 철근으로 만들어지는데, 철근과 시멘트 생산은 지구온난화 유발물질인 이산화탄소를 다량 배출한다. 전 세계적으로 볼 때, 건축물의 건설 및 운영으로 인한 탄소 배출량은 전체의 37%를 차지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특히 심하다. 한국시멘트협회의 ‘2020 한국의 시멘트 산업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세계 시멘트 소비량에서 9위를 차지했다. 최병성 목사는 “국민 1인당 시멘트 소비량으로 계산하면 사우디아라비아 1위, 중국 2위, 한국이 3위”라면서 “국토 면적이 넓지 않은 나라에서 시멘트 소비량이 많은 이유가 무엇일까? 대부분의 건축물이 콘크리트 건축물이고, 20~30년마다 재건축이나 재개발을 추진해 건축물의 수명이 짧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자원 고갈도 큰 문제다. 일반적으로 콘크리트는 시멘트 1, 모래 4, 자갈 5의 비율로 혼합한다. 국토교통부의 ‘2022년도 골재수급계획’에 따르면 올해 전국의 골재 수요는 2억4920만5000㎥다. 이 중 수도권의 골재 소요량은 1억309만4000㎥(41.4%)로 집계됐다. 종류별로 살펴보면 모래는 전체의 48%인 1억1962만㎥, 자갈은 52%인 1억2958만5000㎥로 추산됐다.

그런데 제5차(2014~18) 골재수급기본계획 수립 연구에 따르면, 개발 가능한 전국 골재 부존량은 약 172억㎥(2013년 기준)에 불과하다. 매년 2만㎥ 골재를 사용한다고 봤을 때, 우리나라에 남은 골재량은 약 60년 사용량밖에 되지 않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연합뉴스
2019년 9월17일 세종시 다정동 ‘세종 블루시티’ 아파트 단지에서 열린 장수명 주택 준공식 에서 당시 박선호 국토교통부 1차관 등이 테이프를 커팅하고 있다.ⓒ연합뉴스

아파트, 벽식 구조에서 라멘 구조로 바꿔야

건설폐기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벽식 구조를 버리고 라멘 구조 형식의 아파트를 건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2019년 ‘주택 수명 100년’을 목표로 주택의 수명을 늘리고 설비를 쉽게 고쳐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장수명 주택 제도’를 도입했다. 쉽게 말해, 아파트 구조를 ‘벽식(벽이 기둥 역할을 하는 구조)’에서 ‘라멘(기둥과 보로 이루어진 구조)’으로 전환하기 위한 제도다. 그 결과, 세종시에 장수명 아파트 ‘세종 블루시티’가 건설됐다.

국토교통부는 “장수명 아파트는 비장수명 주택과 비교해 공사비용이 3~6% 증가하지만, 100년간의 생애주기비용(LCC)은 비장수명 주택 대비 11~18% 절약 가능하다”면서 “또한 철거와 재건축 횟수를 줄임으로써 비장수명 주택에 비해 온실가스 약 17%, 건설폐기물 약 85%를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라멘 구조는 위아래층의 소음이 벽을 타고 전달되지 않고, 층과 층 사이에서 무게를 떠받치는 보가 완충 역할을 해 층간소음에도 강하다는 장점이 있다. 각종 배관이나 설비의 교체가 쉬워 설비 노후화에 따른 녹물 문제 등도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최원철 교수는 “현재 재건축되는 아파트는 대부분 ‘장수명 주택 인증 4급(벽식 구조)’ 위주로 건설돼, 향후 30년 만에 또다시 재건축을 해야 한다”면서 “이를 막기 위해선, 새로 추진되는 서울 및 국내 모든 아파트에 ‘장수명 주택 인증 1급(라멘 구조)’이 도입될 수 있도록 강력한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재건축을 라멘 구조로 하는 경우 200%의 용적률 인센티브를 지급한다면 재건축을 추진하는 모든 단지가 라멘 구조를 채택할 것”이라면서 “1급(라멘 구조)을 도입할 경우 분양가 상한제에서 건축비를 10% 이상 상향시켜 주고, 각종 대출 규제 역시 10% 완화해 주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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