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줄 잣대’ 징계?…與 윤리위 두고 내부서도 ‘부글부글’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9.29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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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김성원 ‘당원권 6개월 정지’, 유죄 김성태 ‘당원권 3개월 정지’
윤리위원 객관성‧형평성 둔 논란 지속…권은희 “정당이 동아리냐”

# 7월8일,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이준석 대표의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과 관련, 이 대표에 대한 ‘당원권 정지 6개월’을 결정했다. 윤리위가 밝힌 이 대표의 징계 사유는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과 관련한 ‘품위 유지 의무 위반’이다. 이양희 윤리위원장은 징계 이유를 “당원으로서 예의를 지키고 자리에 맞게 행동하여야 하며 당의 명예를 실추시키거나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언행을 해서는 아니 된다는 것에 근거했다”고 밝혔다.

# 7월18일, 국민의힘 윤리위는 김성태 전 의원과 염동열 전 의원에게 ‘당원권 정지 3개월’ 징계를 의결했다. 김 전 의원은 ‘KT 채용 청탁’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염 전 의원은 ‘강원랜드 채용 비리’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을 받았다. 당시 윤리위 관계자는 “당에 대한 기여와 헌신, 문재인 전 대통령의 특별지시에 따른 수사였던 점 등도 고려해 징계 수위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 9월29일, 국민의힘 윤리위는 ‘수해복구 실언’ 논란을 일으킨 김성원 의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내렸다. 김 의원은 지난달 11일 서울 동작구 수해복구 현장에서 “솔직히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라고 말해 논란을 불렀다. 이양희 윤리위원장은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실언으로 당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다”면서도 “세 차례에 걸친 공개 사과, 19일에 걸친 수해복구 봉사활동, 수해복구 지원을 위한 3개 법률 제안 등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징계 기준’ 등을 두고 당 내부의 불만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비리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아든 전 의원보다, 의혹에 휘말린 당 대표와 실언을 한 현직 의원이 더 높은 수위의 징계를 받으면서다. 당 일각에선 윤리위 위원들의 중립성과 징계의 형평성 등을 문제삼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국민의힘 이양희 윤리위원장이 2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당 중앙윤리위원회 전체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양희 윤리위원장이 2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당 중앙윤리위원회 전체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심’이 영향? 위원 객관성 두고 논란 가열

국민의힘 윤리위는 8명으로 구성돼 있다. 윤리위원장인 이양희 성균관대 교수 외 하윤희 고려대 에너지환경대학원 교수, 박진호 방위사업추진위 위원, 장영희 아스트라제네카 전무, 박기성 KL파트너스 변호사, 김윤정 화안 변호사, 양윤선 건국대 특임교수 등이다. 윤리위원 임기는 1년이다. 현 윤리위원들은 지난해 10월14일에 임명돼 다음 달 13일에 임기가 끝난다.

윤리위는 국민의힘 내 사법부, 윤리위원들은 배심원 및 판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윤리위의 징계 수위는 제명, 탈당 권고, 당원권 정지, 경고 등 4단계다.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결론을 내지 못할 경우 표결을 하게 된다. 위원장을 포함해 과반인 4명 출석에 3명이 찬성하면 징계안이 가결된다.

윤리위의 ‘힘’은 지난 이준석 전 대표 징계로 확인됐다. 사법부의 판단이 나오지 않았어도, 윤리위원들의 판단에 따라 당 대표도 ‘쳐낼’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난 셈이다.

문제는 윤리위원들의 객관성, 정치적 편향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단 점이다. 당 일각에선 막대한 권한을 가진 윤리위원이 ‘특정 의도’를 갖고 징계를 의결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그 우려가 현실화되기도 했다. 윤리위원이었던 유상범 의원이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준석 전 대표의 징계와 관련된 문자를 주고받은 내용이 언론에 포착된 것이다. 유 의원은 검찰 출신으로 대표적인 ‘친윤계’로 분류된다. 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정무·사법·행정·분과 인수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 탓에 이른바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당 윤리위에 영향을 끼친 것 아니냐는 의심 어린 관측이 제기됐다.

논란이 커지자 유 의원은 지난 19일 페이스북을 통해 “당 윤리위원회의 공정성, 객관성이 조금이라도 의심받아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사퇴했다. 윤리위도 유 의원이 촉발한 공정성 문제를 일정 부분 인정했다. 윤리위는 19일 입장문을 통해 “유상범 윤리위원이 이준석 당원 징계에 대한 개인적 의견을 당내 인사와 나눴고 이러한 사실이 외부로 공개된 건 본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결론적으로 향후 중앙윤리위 직무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상식적인 판단”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권은희 의원이 28일 국회에서 열린 당 중앙윤리위원회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권은희 의원이 28일 국회에서 열린 당 중앙윤리위원회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각종 논란에도 윤리위 권한 더 확대?

다만 윤리위는 공정성 시비를 해소할 마땅한 비책을 내놓지 못하는 모습이다. 그러는 사이 당내 의원들의 불만도 가중되고 있다. 윤리위원의 선정 기준과 징계 사유로 등장하는 ‘품위 유지’, ‘당의 명예 훼손’ 등의 정의 등이 모호하다는 불만에서다.

국민의힘 한 초선의원은 “윤리위는 당내 민주주의 수호하는 마지막 보루다. 윤리위를 향해 목소리를 내는 것 자체가 그들에게 제약이 될 수 있어 (비판을 하는 게) 조심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분명한 것은 윤리위의 권위를 위해서라도 객관성과 형평성을 담보할 수 있는 추가적인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큰 힘에는 그만큼의 책임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재선의원실의 한 보좌관은 “당원이기에 당을 비판할 수도 있는 것인데, 최근 징계 추이를 보면 당론을 따르지 않는 것도 문제 삼는 분위기”라며 “이러면 당에서 이견을 내기 어려워진다”고 우려했다.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을 비판하고 이상민 장관의 탄핵 소추를 주장했다는 이유로 윤리위에 회부돼 ‘엄중 경고’ 처분을 받은 권은희 의원도 윤리위를 작심비판했다.

28일 권 의원은 국회에서 열린 윤리위 소명 절차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윤리위가 도대체 어떤 사고구조를 가지면 헌법에 따른 국회의원 역할을 윤리위 안건으로 상정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정당조직은 헌법상 조직이고, 국민의 의사형성을 위한 국민의 조직”이라며 “정당이 동아리가 아니지 않나”라고 비판했다. 권 의원은 윤리위가 이 전 대표를 중징계 처분한 것을 언급하면서 “지금 국민의힘 (윤리위) 징계는 그 누구든 수용해야 하는 것 아닌가. 당대표도 날리는 윤리위인데”라고 비꼬기도 했다.

국민의힘 혁신위원회도 윤리위 개혁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권한 축소보다는 윤리위의 역할과 권한을 확대하는 방향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 23일 당시 비대위원장이었던 주호영 원내대표는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열린 세미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 1호 혁신안으로 공천 후보자의 부적격 심사 권한을 윤리위에 부여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윤리위의 권한을 강화한다고 보면 되는지’ 묻는 질문에 주 원내대표는 “비대위나 의총에서 논의해서 확정짓도록 하겠다”며 “전반적으로 윤리위원회 권한 강화도 들어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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