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향응 수수·성희롱 등 징계에도 성과급 주는 카지노 공기업 GKL
  • 이원석 기자 (lws@sisajournal.com)
  • 승인 2022.10.10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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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받은 직원에 지급된 성과급만 5년간 7억4600여억원
거래처로부터 골프 접대·신체적 성희롱 행위 등 징계 사유도 다양
GKL은 한국관광공사의 자회사로, 사행산업보다 관광 인프라 역할이 요구되는 공기업이다. ⓒ 사진=연합뉴스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운영하는 공기업 그랜드코리아레저(GKL)가 향응 수수·성희롱 등으로 징계를 받은 직원들에게도 꼬박꼬박 성과급을 챙겨준 것으로 확인됐다. ⓒ연합뉴스

국내 외국인 전용 카지노 ‘세븐럭’을 운영하는 공기업 그랜드코리아레저(GKL)가 징계를 받은 직원들에게도 그해 성과급을 꼬박꼬박 챙겨줘 온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예상된다. 징계를 받은 직원이 해당 연도에 챙겨간 성과급은 5년간 총 7억4600여억원에 달한다.

GKL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관광공사가 지분 51%를 보유하고 있는 공기업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이용 국민의힘 의원이 GKL로부터 제출받은 2017년부터 최근까지의 징계 관련 자료에 따르면 징계가 이뤄진 횟수는 총 95회로 나타났다. 징계 처분은 견책이 32회, 근신이 11회, 감봉이 23회, 정직이 19회, 면직이 10회였다.

그런데 GKL은 견책·근신·감봉 등의 경징계는 물론 정직·면직 등의 중징계를 받은 이들에게도 성과급을 지급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경징계의 경우에도 성과급을 전부 지급했고, 중징계를 받은 인원들에게도 성과급이 일부 나갔다. 정직 처분을 받은 경우 정직 기간을 제외한 기간의 성과급이, 면직된 직원에게는 면직일 이전까지의 성과급이 전부 지급됐다.

구체적으로는 2017년에 징계 처분을 받은 21명에게 1억9500여억원, 2018년엔 20명에게 1억6000여억원, 2019년엔 20명에게 2억6900여억원, 2020년엔 9명에게 5800여만원, 2021년엔 8명에게 6200여만원이 성과급으로 나갔다. 2022년에 징계를 받은 이들 다수도 추후 성과급을 받게 된다. 현재 정부에선 부처는 물론 공공기관, 공기업 등이 징계를 받은 이들에게 성과급을 주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5급 이상 고위직이 전체 징계의 72%

GKL은 2021년 4월부터는 특정 내용의 징계를 받은 직원에 대해선 ‘경영평가 성과급’이라는 항목의 성과급은 지급하지 않기로 했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영평가 성과급은 매년 실시되는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 따라 지급되는 성과급인데, 2017년부터 올해까지 지급된 전체 성과급의 20%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직급별로는 5급이 37회, 4급이 15회, 3급이 15회, 2급이 6회, 1급이 3회 징계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징계 내용도 다양했다. 거래처로부터 골프 접대 등 향응 수수를 한 경우가 12회로 눈에 띄었고, 고객에게 제공하는 항공료, 숙박 및 식음료비, 기타 접대 및 서비스 등을 뜻하는 ‘콤프’를 사적으로 유용한 사례가 8회나 됐다. 직원 간 성희롱, 성적 소문 유포 등 성 관련 징계 7회, 직원 간 폭행·폭언이나 괴롭힘도 6회 이상 있었다. 이외에도 개인 채무 변제를 위해 회사 자금을 횡령하거나 재택근무 중 근무지를 이탈해 강원랜드에 출입해 직접 도박을 하는 등의 이유로 징계를 받은 사례도 있었다.

이용 의원은 “GKL이 공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보다는 직원 배불리기에 더 몰두한 것 같다. 무엇보다 관광산업 육성 지원과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누구보다 모범적 행보를 보여야 할 구성원들이 골프 접대, 성희롱 등의 문제를 일으킨 것도 모자라 성과급까지 챙기는 행태는 국민 모두에게 지탄받아야 할 일”이라며 “징계자에 대한 성과급 지급 제도개선을 통한 효율적 예산 활용으로, 사회공헌 분야에 책임을 다해주기를 바란다.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GKL이 국민에게 신뢰받는 공기업으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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