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의 ‘이준석 딜레마’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10.11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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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당권 도전설에 ‘정치 깐부’ 이준석 지지 여부 주목
“2030 당심 모일 것” vs “지지기반 같아 시너지 없을 것”

“여기가 멈출 곳이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4월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바보처럼 또 졌다. 권력의 뒤끝이 대단하다”며 이같이 적었다. 6·1지방선거에 출마할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를 뽑는 경선에서 초선인 김은혜 의원에게 패배하자 정계 은퇴를 시사한 것이다. 유 전 의원은 “사랑하는 이 나라를 위하는 새로운 길을 찾겠다”며 전직(轉職)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그로부터 5개월, 유 전 의원의 정계 복귀설이 대두되고 있다. 재야에 머물던 유 전 의원이 SNS를 통해 당권 도전 의사를 피력하면서다. 여권 일각에선 당원권이 정지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유 전 의원의 지원군으로 나설 것이란 구체적인 전망까지 제기된다. 다만 ‘탄핵 정국’ 이후 당심을 잃은 유 전 의원과 ‘가처분 사태’로 코너에 몰린 이 전 대표의 ‘동맹 시너지’에 대한 정치권의 평가는 엇갈린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왼쪽)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연합뉴스·시사저널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왼쪽)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연합뉴스·시사저널

구심점 잃은 친이계, 유승민에게로?

유 전 의원이 공식적으로 ‘당권 도전’을 천명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류가 심상치 않다. 유 전 의원은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 경제, 외교뿐 아니라 당내 현안에 관해서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이에 여권 일각에선 유 전 의원이 차기 전당대회를 기점 삼아 정계 복귀 무대를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유 전 의원이 당권에 도전할 시 이준석 전 대표가 지원군으로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두 사람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같은 정치 노선을 걸었다. 바른정당과 바른미래당, 그리고 새로운보수당을 거쳐 미래통합당에 복귀하기까지 동고동락한 정치적 동반자다. 이에 유 전 의원은 이 전 대표가 ‘성 접대 논란’과 당내 친윤 그룹과의 정쟁으로 코너에 몰린 뒤에도 ‘우군’을 자처했다.

유 전 의원은 지난 4일 당 윤리위원회가 이 전 대표를 추가 징계하자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 전 대표가 발언한) 양두구육이 징계사유라면, ‘이xx들, x팔린다’는 막말을 한 윤석열 당원은 왜 징계하지 않나”라고 반문하며 당 지도부와 윤리위를 동시에 직격했다.

이 전 대표의 징계 위기로 구심점을 잃은 친이준석계도 유 전 의원의 동태를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김웅 의원과 김병욱 의원, 허은아 의원, 김용태 전 최고위원 등이 대표적인 친이준석계로 분류된다. 이들 중 일부는 당 대표 출마를 시사한 안철수 의원의 대항마로 유 전 의원을 지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이준석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한 의원은 “(유 전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를 예단하기에는 시기적으로 이른 감이 있다”면서도 “유 전 의원이 출마 결심을 굳힌다면 당내 지지세력은 결코 적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 전 대표가 끌어모은 2030 젊은 당원들이 안철수 의원이나 기존 친윤 의원들을 지지할 가능성은 없다. 결국 유 전 의원에게 표를 몰아주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 전 의원이 이 전 대표와 총선을 넘어 대권까지 겨냥한 ‘비윤(非尹) 텐트’를 구성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당권 경쟁 구도는 친윤과 비윤의 구도일 가능성이 크다”며 “유 전 의원이 물론 당권 경쟁에 밀릴 수도 있다. 그러나 지더라도 비윤계의 좌장으로 남으면 된다. 앞으로 윤석열 정부가 크게 흔들리면 차기 대선 경선 때 유력 주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페이스북 캡쳐
ⓒ페이스북 캡쳐

‘당심’ 중요한데…“시너지 없을 것” 회의론도

다만 유 전 의원과 이 전 대표 간의 동맹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두 사람이 손을 잡더라도 ‘시너지 효과’(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분석에서다. 유 전 의원이 당권에 도전하려면 ‘탄핵 사태’ 이후 등을 돌린 보수층 민심을 최대한 되돌려놔야 하는데, 이 전 대표와 이 난제를 해결할 수 있겠냐는 의심어린 시선이 존재한다.

실제 유 전 의원은 지난 경기도지사 경선에서 ‘당심’에서 외면받으며 고배를 마셨다. 당시 총 55.44%의 득표율을 기록한 김은혜 의원은 현역의원 5% 페널티가 반영된 총 52.67%로 44.56%를 기록한 유 전 의원을 제쳤다. 경선은 당원 선거인단 투표 50%, 일반 국민 여론조사 50%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에 당원을 대상으로 한 조사와 일반여론조사를 50:50 비율로 했는데도 경선에서 패배한 유 전 의원이, 당원 조사와 일반여론조사 비율이 70:30인 전당대회에서 승리하긴 쉽지 않을 거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의원은 지난 9일 MBN과의 인터뷰에서 유 전 의원의 당권 출마를 두고 “힘들 거라고 보고 있다”며 “지난번에 경기지사 경선 때 50:50 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졌다. 그러다 보니 당에서 신뢰를 얻지 못했다는 것을 본인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유 전 의원이 당권 도전을 공식화한다면 이른바 ‘이준석 마케팅’을 전면에 내세우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대신 ‘비윤석열’과 ‘반이재명’ 계를 동시에 규합하는 ‘제 3의 길’을 모색할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 유 전 의원은 최근 친윤그룹뿐 아니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날선 비판을 가하며 차기 여당 대표 후보로서의 입지를 굳혀가는 모습이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이 전 대표와 유 전 의원의 동맹은) 현실적으로 힘들지 않나 싶다”며 “현재 유 전 의원은 ‘배신자’, 이 전 대표는 ‘밉상’ 프레임에 갇힌 상황이다. 유 전 의원으로서는 이 전 대표와 엮이는 게 그렇게 좋은 그림은 아닌 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만약 두 사람이 모두 힘을 가지려면 당이 ‘윤핵관 천지’가 되어서 엉망진창으로 굴러가야 한다”며 “그런 상황이 아니고서는 유 전 의원에게 (이 전 대표가) 큰 카드가 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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