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부진으로 신사업에 눈 돌리는 삼성 협력사들
  • 이호길 시사저널e. 기자 (always@sisajournal-e.com)
  • 승인 2022.10.16 08:05
  • 호수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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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2차전지 고성장 예상 따라 해당 시장 진출 ‘잰걸음’
삼성전자도 과거 스탠스와 달리 신사업 발굴 독려

삼성전자 스마트폰 부품 협력사들이 신성장동력 발굴 및 강화에 나섰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성장세가 꺾이면서 ‘새 먹거리’에 생존이 달렸기 때문이다. 협력사 신규사업을 바라보는 삼성전자 시각도 달라졌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공급망 내 협력사들을 밀착 관리해 왔지만, 최근 경기 침체 분위기 속에 “책임지기 어려우니 각자도생하라”는 쪽으로 태도를 바꿔 사업 확장을 권장하는 분위기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2016년 14억7300만 대로 정점을 찍은 뒤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해 출하량은 13억5000만 대로 집계돼 2016년 대비 8.35% 감소했다. 올해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 등 경기 침체 여파로 12억7000만 대까지 출하량 급감이 예상된다.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이 13억 대 이하로 떨어진 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은 2020년 이후 2년 만이다.

ⓒ연합뉴스
최근 스마트폰 시장이 축소되면서 신시장 개척을 위한 삼성전자 협력업체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사진은 자사 전기차 ‘CEVO(쎄보)’를 소개하는 캠시스 박영태 대표ⓒ연합뉴스

시장 축소에 중국 업체 약진까지 ‘이중고’

스마트폰 시장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부품업체 사정은 더 어려워졌다. 시장은 줄어들고 업체 간 경쟁은 더 치열해지면서 공급단가는 낮아졌다. 재고라도 줄이기 위해 출혈경쟁을 마다하지 않는 기업마저 나타났다. 부품업체들의 수익성도 악화일로다. 중국 업체의 약진도 부품 업계에 위협 요인이다. 중국 카메라 모듈 제조사인 써니옵티컬은 삼성전자 폴더블폰 ‘갤럭시Z폴드3’에서 전면 카메라 부품만 납품했지만, 지난 8월 출시된 ‘갤럭시Z폴드4’에는 전면에 이어 후면 카메라 공급망에 합류했다. 중국 업체는 고부가가치 제품인 폴디드줌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 중이고, 원가 경쟁력까지 갖춰 입지가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써니옵티컬이 물량을 많이 가져갈수록 국내 부품사들의 몫은 줄어든다.

부품사들의 신사업 강화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협력사를 대하는 태도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협력사 제품 품질뿐만 아니라, 경영전략에도 관여하며 철저하게 관리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기류가 바뀌고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업황 악화와 스마트폰 수요 부진으로 삼성전자도 제품 생산량을 줄일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협력사들의 실적을 책임질 수 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부품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상당히 딱딱했던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오히려 협력사들을 대상으로 신사업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독려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협력사들은 전장과 배터리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글로벌 전장 시장 규모는 2020년 3033억 달러(약 433조원)에서 2028년 7000억 달러(1000조원)로 2배 이상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2020년 461억 달러(66조원) 규모이던 2차전지 시장이 2030년에 3517억 달러(502조원)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 규모가 10년 뒤 8배 가까이 커지는 셈이다.

때문에 삼성전자에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는 엠씨넥스는 전장사업 매출 비중을 높일 계획이다. 엠씨넥스는 현대자동차 제네시스와 기아 셀토스 등에 카메라를 납품하면서 지난해 현대차 1차 협력사로 이름을 올렸다. 전장사업 매출 비중도 2019년 9.24%, 2020년 11.7%, 지난해 15.87%로 매년 상승세다. 엠씨넥스는 이 비중이 올해 18% 수준으로 높아지고, 내년에는 20%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기존 전장용 제품은 보기만 하는 뷰잉 카메라였다면, 이제는 주변 정보를 인식하는 센싱 카메라 부문으로 수요가 증가했다”며 “자율주행의 핵심인 센싱 카메라 분야에서 차량 간 거리 측정, 차선 인식 제품 등으로 기술을 계속 고도화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원가 절감 등으론 수익성 개선에 한계”

관련 업계의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 자동차에만 카메라가 9개 적용되고, 포드 자율주행차에는 14개가 탑재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전장용에서 카메라 개수와 쓰임새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스마트폰 카메라 대비 판매가도 2~3배 이상 높은 고부가가치 제품이어서 수익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협력사인 카메라 모듈업체 캠시스는 전기차 확대에 이어 배터리 시장에도 진입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예정이다. 캠시스는 전기차 부문에서 틈새시장인 1톤 이하 소형급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지난해 4월 자회사 ‘쎄보모빌리티’를 설립한 데 이어 올해 초소형 전기차 판매량 목표를 1800대로 설정했다. 지난해 판매량 800대보다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또 2차전지 분야에서는 배터리 수명과 불량 여부를 사전에 확인할 수 있는 전기차 배터리 진단키트를 자체 개발했다. 이 진단키트는 진동 신호로 데이터를 파악하는 초음파 기술 기반 제품이어서 외부 단자를 통해 계산값을 확인하는 기존 방식보다 정확도가 높다. 캠시스는 국내외 배터리업체와 상용화 테스트 후 쎄보모빌리티를 비롯한 전기차업체와 협업에 나설 계획이다.

액추에이터 전문기업으로 삼성전기 1차 협력사인 액트로도 배터리 시장에 뛰어든다. 액트로는 배터리 중 실리콘 기반 음극재 소재 생산장비 개발을 연내 마무리하고, 내년 하반기부터 양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흑연을 활용한 기존 2차전지 음극재 소재를 실리콘으로 대체하면 충전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충전 시 부피가 팽창할 수 있다는 것이 단점으로 지목되지만, 액트로 내부에서는 그래핀 코팅 공정을 활용하면 내구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외에도 삼성전자 협력사인 파트론, 파워로직스도 각각 전장과 배터리팩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파트론은 전장용 부품뿐만 아니라, 웨어러블과 전자담배 등으로도 사업 영역 다각화를 시도 중이다. 전자부품 업계의 한 관계자는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 시장에서 주요 부품 내재화나 원가 절감 강화 등으로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업체들이 다양한 분야의 신사업에 진출해 활로를 모색하려는 시도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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