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독감에 메타뉴모까지…‘동시 유행’ 대책은?
  • 박나영 기자 (bohena@sisajournal.com)
  • 승인 2022.10.13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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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의료체계 전환 시급”
지난 3월 16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병원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응급실 진료에 앞서 받도록 했던 코로나19 검사를 진료 후에 의료진 판단에 따라 받도록 지침을 개정한다. 지난 3월 16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병원 모습 Ⓒ연합뉴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최근 다시 3만 명대로 올라서고, 인플루엔자(독감) 환자 또한 45%의 증가율을 보이면서 우려했던 '트윈데믹'이 현실화하고 있다. 정부는 응급실에서 발열시 코로나19 검사를 의무화했던 시스템을 변경하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동시 유행이 본격화할 경우에 대비해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제언이다. 

13일 질병관리청의 감염병 표본감시 주간소식지에 따르면, 지난달 마지막 주(9월25일~10월1일) 독감 의사환자(의심 증상을 보이는 환자)는 외래환자 1000명당 7.1명으로 한 주 전보다 44.9%나 증가했다. 독감 의사환자 분율은 36주차 4.7명, 37주차 5.1명, 38주차 4.7명 등으로 한동안 이번 절기 유행 기준인 4.9명 전후 수준을 기록했지만, 지난달 하순부터 급격히 증가했다.

특히 여섯 살 이하 영유아는 1000명당 12명 정도로 53%나 늘었다. 1~6세에서 의사환자는 12.1명으로, 유행기준의 2.47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이 연령대의 의사환자 분율은 36주차 6.3명, 37주차 6.5명, 38주차 6명을 기록하다가 39주 7.9명으로 증가했으며 다시 40주에는 직전주 대비 52.2%나 늘었다.

주춤했던 코로나19 확진자수도 다시 반등하려는 기미를 보인다. 지난 11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3만535명을 기록하며 다시 3만 명대로 올라섰다. 연휴기간 감소했던 진단검사 건수가 평일 수준을 회복한 영향이 있지만, 코로나 유행이 진정세로 접어들었다고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평가다.

이에 더해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병 중 하나인 메타뉴모(hMPV) 바이러스 환자 수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달 마지막 주 신고된 바이러스성 급성호흡기 감염증 환자 940명 중 메타뉴모 바이러스 환자가 296명(31.5%)나 차지했다. 이에 따라 3개 이상의 바이러스가 동시 유행하는 '멀티데믹'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정부는 동시 유행의 위험에 대비해 코로나 2가 백신 접종과 독감 예방 접종에 전국민적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 응급실 감염병 대응지침도 개정한다. 기존에는 응급실 내원 시 발열증상이 있다면 무조건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했으나, 앞으로는 진료부터 받은 후 의료진 판단에 따라 검사가 필요한 경우에만 신속 유전자증폭(PCR) 검사 또는 신속항원검사를 활용하도록 할 예정이다. 

'독감 유행주의보'가 발령된 가운데 만 75세 이상 독감 예방접종이 시작된 12일 서울 종로구의 한 소아청소년과에서 시민들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독감 유행주의보'가 발령된 가운데 만 75세 이상 독감 예방접종이 시작된 12일 서울 종로구의 한 소아청소년과에서 시민들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코로나19 대응의 일반 의료체계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일반 의료체계로의 전환이 시급하다"면서 "응급실에서 PCR검사는 시간이 오래 걸리니, 결과를 금방 확인할 수 있는 신속항원검사 체계로 전환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병동에 코로나 환자들이 많이 들어오고 병동 내에서 확진자들이 나오는데, 의료진들이 병실에 들어갈 때마다 보호장구를 입었다 벗었다 해야해서 상당히 비효율적"이라면서 "확진자를 완전히 격리하던 과거와 달라진 현실과 맞지 않는 의료체계"라고 지적했다. 

독감 유행과 관련해서는 감염시 빠른 대체가 중요하다는 제언이다. 천 교수는 "영유아들은 독감에 걸렸을 때 빨리 진단을 끝내고 치료에 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독감 유행이 없었기 때문에 감염 이력이 없는 영유아들의 감염률이 높은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천 교수는 "독감 바이러스에 한번도 노출되지 않은 아이들은 어차피 감염될 수밖에 없다"면서 "감염시 빠른 치료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제약업계에서 생산할 수 있는 감기약이 한계점에 근접했다는 우려도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트윈데믹에 대비해 업계에 감기약 생산을 독려하고 나섰다. 식약처는 해열진통제, 기침가래약 등 감기약의 생산·수입이 최근 다소 감소했다며, 업계에 감기약 증산을 위해 업계에 신속한 생산을 협조 요청했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도 트윈데믹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코로나19 대응을 이끌어온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지난 10일 "독감 시즌으로 상황이 더 복잡해질 겨울철에 접어든 탓에 갈 길이 멀다"며 "코로나19든 다른 것이든 어떤 호흡기질환이 늘어날 위험이 상존하는 추운 계절에 진입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독감이 문제"라며 먼저 겨울을 보낸 남반구의 호주에서 올해 독감이 심각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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