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팔트 우파 결집 노리나”…김문수 ‘입’에 파국 치닫는 노·정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2.10.13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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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결별 못한 김 위원장 발언에 노동계·野 ‘부글부글’
윤석열 대통령이 9월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에게 위촉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9월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에게 위촉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일성주의자, 총살, 수령, 주사파, 공산주의, 노조는 자살특공대…'

12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국정감사장에서 쏟아져 나온 말이다.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의 과거 발언과 이를 둘러싼 여야의 날선 공방이 오가며 국감은 성토장이 됐다. 

문제는 김 위원장의 발언이 과거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김 위원장은 취임 직후부터 기다렸다는 듯 강성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사회적 갈등을 조율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떠안은 김 위원장이 오히려 갈등의 씨앗을 키우면서 노·정 관계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13일 김 위원장은 전날 불거진 논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재차 노동계와 야당을 자극하는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을 만나 노동조합의 불법행위에 대한 사용자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제한하는 이른바 '노란봉투법' 입법 추진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했다. 그는 "노동권도 중요하지만 재산권도 중요하다"며 "소유권을 침해하면 공산주의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김 위원장 주장에 동의하며 "지금 노조를 누를 수 있는 게 손배소인데 그것까지 뺏어가면 아무 힘이 없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당초 전날 환노위 국감에서는 최대 현안인 노란봉투법을 둘러싼 정치권의 격돌이 예상됐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문재인 전 대통령과 전 정부 인사를 향해 쏟아낸 막말 등이 재점화 되면서 묻혔다. '극우 성향' 논란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직속 대화 기구 수장으로 장관급 고위공직을 맡은 만큼 김 위원장이 과거와는 다른 태도를 보일 것이란 기대도 있었지만 결과는 '고성'과 '파행'이었다.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이 10월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 연합뉴스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이 10월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 연합뉴스

김 위원장 행보에 노동계는 들끓는 분위기다. 노동계는 김 위원장의 발언을 지극히 계산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사노위원장으로서가 아닌 보수 지지층 결집을 노린 '자기 정치'를 하기 위해 반(反) 노동정서를 자극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대화와 타협, 중재' 역할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점을 의식한 듯 "민주노총 산별위원장과 만나 대화했다"고 밝힌 점도 불쏘시개가 됐다. 김 위원장은 국감에서 경사노위 참여를 거부하는 민주노총의 산별위원장을 따로 만나 장시간 식사와 대화를 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이 즉각 이를 반박하고 나오면서 진실공방이 벌어졌다. 민주노총 측은 김 위원장을 향해 "뱀 같은 교활함"이라고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은 "김 위원장이 따로 만났다고 하는 인물이 누군지 파악했다"며 "그가 산별위원장이 아니라는 것은 김 위원장 자신이 더 잘 알고 있을 텐데 국감에서 민주노총을 끌어들여 억지 주장을 한 저의가 무엇인가"라고 쏘아붙였다. 

민주노총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성명을 내고 김 위원장에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이들은 "김문수씨의 생존 방식은 결국 색깔론인가. 극단적 이분법 논리로 세상을 구분하는 언행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라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노동계를 겨냥한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경제계 인사를 만나고 공개된 장소와 시간을 활용한 계산된 언행을 통해 소위 아스팔트 우파의 결집을 노리고 본인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확인시키고 싶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출발과 동시에 파열의 중심에 선 김 위원장의 행보가 지지율 하락으로 고전하는 윤석열 정부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커졌다. 야당은 김 위원장을 국회 모욕죄나 위증죄로 고발을 검토하는 한편 '인사 참사'로 규정하고 대정부 공세 수위를 바짝 조이고 있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후 김 위원장이 문 전 대통령을 '김일성주의자'로 칭하는 등 논란의 중심에 선 상황에 대해 "김 위원장께서 스스로 설명할 기회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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