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절반에도 못 미친 카카오 시설투자, 디지털 재난 불렀나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2.10.17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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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자체 데이터센터 완공 앞둔 네이버…지난해 첫 삽 뜬 카카오
지난 15일 오후 판교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화재의 영향으로 오류가 발생한 카카오톡 ⓒ연합뉴스
지난 15일 오후 판교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화재의 영향으로 오류가 발생한 카카오톡 ⓒ연합뉴스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비롯해 카카오의 주요 서비스가 마비됐다. 함께 피해를 입었던 네이버는 3시간 만에 순차적으로 정상화에 돌입한 데 비해 카카오는 30시간 넘게 복구에 어려움을 겪었다. 카카오가 그간 시설 투자에 미흡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화재가 발생한 같은 판교 데이터센터를 이용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네이버는 라이브커머스 서비스인 ‘쇼핑라이브’를 비롯해 일부 서비스에서 장애가 발생했지만 대부분 화재 당일 밤 복구됐다. 하지만 카카오는 카카오톡, 카카오페이, 카카오T 등 주요 서비스가 동시에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를 수습하는데 거의 이틀 가량 소요됐다.

업계에서는 두 기업이 상반된 결과를 낳은 데에는 결과적으로 자체 데이터센터 보유와 이중화 서비스 구축의 차이 때문이라고 꼽고 있다. 네이버는 2013년 강원도 춘천에 완공한 자체 데이터센터에 메인 서버를 두고 전국 각지에 데이터센터에 데이터를 분할 저장하고 있다. 만약을 대비해 다른 데이터센터에도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저장하는 데이터 서비스 이중화를 통해 서비스 중단을 막는 식이다.

반면 카카오는 자체 데이터센터가 없었다. 4개의 데이터센터를 임차해 서버를 운영하고 있는 카카오는 이번 화재가 발생한 판교 데이터센터가 사실상 메인 서버 역할을 맡고 있었다. 양현서 카카오 부사장은 지난 16일 “이곳(판교)에 서버를 3만2000대 정도 두면서 메인 데이터센터로 삼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백업하는 이중화 시스템이 있지만 이번에 이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던 셈이다. 카카오의 서버 관리 취약성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이미 자체 데이터센터를 보유하고 있는 네이버는 두 번째 자체 데이터센터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2017년 미래 IT 수요 데이터 증가를 고려한 대용량 데이터센터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제2데이터센터 건설을 발표했다. 당초 4800억원이었던 투자 규모도 2020년 6500억원으로 늘렸다. 제2데이터센터는 2023년 세종에 완공될 예정이다.

반면 카카오는 지난해 3월에서야 자체 데이터센터 구축을 결정했다. 2029년 말까지 4249억원을 투자하는 계획이다. 카카오는 내년 한양대 에리카 안산캠퍼스에 첫 자체 데이터센터를 준공할 예정이다.

 

시설 투자에 소극적 행보…네이버 절반 수준 못 미쳐

데이터센터 보유 유무에서 알 수 있듯이 시설 투자에서도 네이버와 카카오는 큰 차이를 보였다. 양사는 데이터센터 건설 및 건물, 토지, 업무공간 확보 등을 위해 시설 투자에 나서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양사의 실적 발표에 따르면 지난 3년 동안 네이버의 시설투자(CapEx)는 1조8000억원을 웃돌았다. 네이버는 지난 3년 동안 분기 평균 1500억원이 넘게 시설 투자에 나섰다.

반면 카카오의 최근 3년간의 시설 투자 규모는 약 7200억원 수준이다. 네이버의 시설투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분기 평균으로 따지면 600억원을 갓 넘는다. 카카오가 공시를 통해 “토지 및 건물 등의 유형자산보다 인터넷상의 정보를 연결하고 저장할 수 있게 하는 서버 등의 기계장치가 온라인, 모바일 사업을 영위하는데 물적재산이 더 중요하다”고 밝힌 것 치고는 시설 투자에 소극적이었다는 평가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올 상반기 각각 3208억원과 2747억원을 시설 투자에 투입했다.

IT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톡을 토대로 삼아 고객의 데이터를 활용해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는 카카오가 정작 데이터를 관리하고 보호하는 데 소홀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사업 확장보다는 IT 기업의 기본을 먼저 지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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