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롯데가 푸르밀, 사업 종료·전 직원 정리해고 결정한 까닭은?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2.10.18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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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준호 회장 차남 대표이사 오른 뒤 실적 급락
푸르밀은 지난 17일 임직원 370여 명에게 사업 종료와 정리해고 통지문을 발송했다. ⓒ푸르밀 제공
푸르밀은 지난 17일 임직원 370여 명에게 사업 종료와 정리해고 통지문을 발송했다. ⓒ푸르밀 제공

범 롯데가인 유제품 전문 기업 푸르밀이 사업을 종료하겠다고 밝혔다. 푸르밀 전 직원은 하루 아침에 정리해고 대상이 됐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푸르밀은 전날 사내 이메일을 통해 임직원 370여 명에게 사업 종료와 정리해고 통지문을 발송했다. 4년 이상 매출 감소로 인한 적자가 누적돼 자구노력으로 회사 자산의 담보 제공 등 특단의 대책을 찾아봤지만 성과가 없었다는 것이 푸르밀이 밝힌 사업 종료의 이유였다. 푸르밀이 통보한 사업 종료 및 정리해고일은 11월30일이다.

푸르밀은 1978년 설립된 롯데우유가 모태다.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의 넷째 동생 신준호 푸르밀 회장이 2007년 롯데우유를 롯데그룹에서 분리해서 독립했고, 2008년 푸르밀로 사명을 변경했다. 이후 푸르밀은 경쟁사 대비 저가에 유제품을 판매하는 전략으로 사업을 영위해 나갔다.

푸르밀은 업계에서 도태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저출산·고령화 추세로 유업계 전반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푸르밀은 변화의 흐름에 올라타지 못했다. 반면 경쟁 유업체들은 성인건강기능식품 등으로 외연을 넓히며 기업의 지속가능성 확보에 나섰다. 실제 경쟁사들이 연구개발비로 매년 10억원 이상을 사용한 반면, 푸르밀은 약 1억원을 지출하는 데 그쳤다.

푸르밀 실적 하락은 신준호 회장의 차남인 신동환 푸르밀 대표가 대표이사에 취임한 2018년부터 가속화됐다. 그해 15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이후 2019년 88억원, 2020년 113억원, 2021년 124억원으로 매년 적자폭이 커졌다.

계속된 적자에 푸르밀은 매각을 시도했지만 이마저도 불발됐다. 지난달 LG생활건강에 매각을 추진했지만 실패했고, 이후 SPC그룹에도 협상을 시도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설비 노후화와 실적 부진 등을 매각 무산의 배경으로 지목했다.

해고를 통보받은 푸르밀 임직원들은 반발하고 있다. 별다른 협상 절차와 보상 방안도 없이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직원들은 직원들은 사측과 보상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집단행동에 나설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푸르밀 노동조합은 18일 입장문을 내고 “신준호·동환 부자의 비인간적이고 몰상식한 행위에 분노를 느끼고 배신감이 든다”며 “강력한 투쟁과 생사기로에 선 비장한 마음을 표출한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적자 원인이 오너 경영 무능함에서 비롯됐지만 전 직원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불법적인 해고를 진행하고 있다”며 “회사 정상화를 위한 어떤 제시나 제안도 듣지 않고 노사 간 대화 창도 닫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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