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먹통’ 플랫폼 기업에 칼 빼든 정부…번지수 틀렸다?
  • 박나영 기자 (bohena@sisajournal.com)
  • 승인 2022.10.19 14:1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장 지위남용 아닌 서비스 안정성 책무 다하지 않은 것이 문제”
공정거래위원회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 및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심사지침'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11월까지 마무리하고 이를 토대로 관련 지침을 제정한다.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 및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심사지침'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11월까지 마무리하고 이를 토대로 관련 지침을 제정한다. Ⓒ연합뉴스

'카카오 먹통' 사태가 대국민 피해를 야기하면서 대통령실은 물론 정부와 국회를 중심으로 플랫폼 독과점 규제에 대한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자율 규제' 지침을 천명하며 들어선 정부가 카카오 사태로 방침을 바꾼 것이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독과점이 아닌데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급하게 꺼낸 규제가 국내 플랫폼 성장과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19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 및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심사지침(온라인 플랫폼 심사지침)'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다음달 마무리하고 이를 토대로 관련 지침을 제정한다. 전통산업 중심의 잣대를 온라인 플랫폼 시장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따로 지침을 만들어 현행법을 보완한다는 방침이다. '카카오 먹통'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사실상 손 놓았던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관련 심사지침 제정을 서두르는 것이다. 

공정위가 앞서 추진해온 '온라인 플랫폼 심사지침' 제정은 카카오 사태 전까지 교착상태였다. 공정위는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와 전문가 연구용역 등을 거쳐 현행 공정거래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경쟁제한 행위의 심사 기준을 구체화한 제정안을 마련했고, 올해 1월 행정예고를 실시했다. 그러나 관계부처와 이해당사자 간 이견 조율에 시간이 걸렸고, 5월 출범한 윤석열 정부가 '자율 규제' 원칙을 천명하면서 결과물을 내놓지 못했다.

그러나 카카오 먹통 사태를 계기로 플랫폼 기업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면서 정부가 팔을 걷어붙인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만약에 독점이나 심한 과점 상태에서 시장이 왜곡됐을 경우 국민의 이익을 위해서 당연히 국가가 제도적으로 필요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한 이후 심사지침 제정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 심사지침이 구체적으로 제시한 부당행위 유형은 경쟁 온라인 플랫폼 이용을 직·간접적으로 방해하는 행위인 '멀티호밍 제한'과 거래 조건을 다른 유통채널보다 유리하게 적용하도록 요구하는 '최혜 대우 요구', '자사 우대', '끼워팔기' 등이다. 

카카오의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카카오톡을 비롯해 카카오페이, 카카오내비 등 계열사 다수 서비스가 10월15일 오후 판교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화재 영향으로 장애를 일으켜 많은 사용자가 불편을 겪었다. ⓒ 연합뉴스
카카오의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카카오톡을 비롯해 카카오페이, 카카오내비 등 계열사 다수 서비스가 지난 15일 오후 판교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화재 영향으로 장애를 일으켜 많은 사용자가 불편을 겪었다. ⓒ 연합뉴스

그러나 카카오와 같은 유형의 서비스에 대한 독과점 규제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 교수는 "카카오가 독점적 상태인 것은 맞지만, 무료 애플리케이션(앱)이라는 특이한 형태를 갖고 있다"면서 "미국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시장지배력을 제한하기 위해 기업분할을 한 적이 있는데, 컴퓨터 운영체제(OS)는 유료 시장이라는 차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무료 앱에 시장 점유율 개념이 들어갈 수 있을지, 이를 막기 위해 정부가 다른 앱을 사용하라고 강요할 수 있을지 등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다"고 짚었다. 또 " IT기업의 M&A(인수합병) 규정을 강화하는 방안이 있겠지만, 이는 스타트업 기업들의 성장을 막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카카오 사태의 핵심은 독과점 문제가 아닌데 번지수가 틀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경진 가천대 법대 교수는 "이번 사태의 핵심은 독점사업자인지 여부나 시장 지위를 남용했는지 여부가 아니라 해야될 의무를 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요한 서비스일수록 기초가 중요한데, 그 기초인 서비스 안정성에 대한 책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면서 "어떤 서비스에 어떤 의무를 강화해야 할지에 문제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위 교수 또한 "이번 사태는 독점 사업자에 대한 규제 여부가 아니라 중요 서비스의 데이터를 통신사에 준하는 수준으로, 안정적으로 관리하도록 감독을 강화하는 쪽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