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군복무, 왜 병역 특혜 논란으로 얼룩졌나
  • 하재근 문화 평론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10.22 11:05
  • 호수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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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이 바람 넣어 ‘부채질’… 자진 입대 결정으로 일단락됐지만 ‘대체복무제’ 문제는 그대로 남아

이른바 방탄소년단 병역 혜택 논란에 종지부가 찍혔다. 방탄소년단 측에서 스스로 입대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맏형인 진이 10월말에 입영 연기 취소를 신청하고 병무청의 입영 절차를 따른다고 했다. 진은 올해 말까지 입영이 연기된 상태였는데 조기에 취소한다는 것이다. 다른 멤버들도 순차적으로 입대할 예정이라고 발표됐다. 그리고 2025년 활동 재개를 희망한다고 했다.

보통 연예인들은 최대한 입영을 연기하는 경우가 많다. 방탄소년단도 멤버들이 입영을 연기하고 돌아가면서 입대해, 나머지 멤버들로 팀 활동을 상당 기간 이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2025년 활동 재개를 희망한다고 했기 때문에, 멤버들 모두 입영 연기를 최소화하고 근시일 내에 군복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2023년부터 2024년까지는 공백기가 될 것이다.

방탄소년단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기원 콘서트 ‘옛 투 컴 인 부산(Yet To Come in BUSAN)’이 10월15일 오후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열렸다.ⓒ뉴시스

입대 전까지는 멤버 모두 솔로 활동

방탄소년단은 원래부터 정상적인 군복무를 공언했었다. 일반적인 팝스타와는 달리 공익적 가치를 대변하는 팀이었기 때문에, 병역이라는 한국에서 매우 중요한 사회적 의무도 그대로 이행하는 것이다. 최대한 연기하면서 활동기간을 확보하는 여타 연예인들과 달리 조기 입영을 결정한 것은, 불확실성을 해소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병역 문제가 남아있으면 국제적 활동계획을 수립하기 어렵다.

차라리 조기 입대로 불확실성을 정리하고 조기 복귀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방탄소년단 병역 혜택 논란이 계속 이어지는 상황이 부담스럽기도 했을 것이다. 이대로 있으면 마치 병역 혜택 결정을 기다리는 것처럼 비칠 상황이기도 했다. 심지어 최근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기원 공익 공연을 한 것에 대해서도, 병역 혜택을 위한 봉사 아니냐고 보는 엇나간 시선들이 있었다. 이렇게 마치 혜택을 바라는 것 같은 구차한 모양새로 있는 것보다는 조기에 입대 발표를 하는 게 깔끔하다는 판단도 했을 것이다.

입대 전까지는 멤버들 모두 솔로 활동에 나서게 된다. 당장 조기 입대를 앞둔 진이 곧 신곡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인 슈퍼밴드 콜드플레이와의 협업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콜드플레이가 진에게 노래를 선물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다른 멤버들도 저마다 신곡을 내거나 프로듀싱 등에 나설 것이다. 팝스타와의 협업도 이어질 수 있다.

멤버들 한 명 한 명이 모두 세계적인 스타이기 때문에 솔로 활동도 주목받을 것이다. 하지만 팀으로 활동할 때보다는 동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미국의 포천지는 현대경제연구소 자료를 인용해 “BTS가 매년 한국 경제에 36억 달러(약 5조1696억원) 이상을 기여하고 있다”면서, 이번 입대 결정으로 한국은 그 정도의 달러를 벌 기회를 놓치게 됐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한 아침방송에서는 출연자가 “BTS는 왜 면제를 안 해주는 거죠? 한국에서 이 일곱 명보다 더 국제적으로 기여한 사람은 없거든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많은 외신이 방탄소년단의 입대 결정 소식을 일제히 전했다. 대부분은 한국에서 병역이 얼마나 중대한 사안인지, 방탄소년단 병역 혜택 관련 논란이 얼마나 컸는지, 방탄소년단이 한국에 얼마나 큰 기여를 했는지, 이런 것들을 알리는 내용이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수많은 외신이 방탄소년단의 입대 결정을 다뤘다는 점이다. 대한민국이 생긴 이래 우리 연예인이 한국에서 입대한다고 이렇게 전 세계에서 보도한 적은 없었다. 얼마 전에 부산에서 치러진 공익 공연도 세계의 매체들이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부산의 대규모 군중이 방탄소년단의 문화·경제적 영향력을 입증했다”고 했고, 워싱턴포스트는 “2030 세계박람회 부산 개최를 응원하기 위해 무료로 진행된 이번 콘서트는 5만 이상의 팬을 끌어모았다”고 했다. NBC도 “글로벌 슈퍼스타 방탄소년단이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기원에 힘을 보태며 부산에서 무료로 콘서트를 열었다”고 전했다. 이렇게 한국 가수가 한국에서 공연했는데 세계 매체들이 보도한 것도 매우 드문 일이다. 심지어 부산시의 국제행사 유치를 위한, 즉 우리의 이익을 위한 행사였는데도 해외 매체들이 앞다퉈 보도하며 사실상 홍보를 해준 셈이 됐다.

바로 이것이 방탄소년단의 세계적 위상이다. 그들의 활동으로 한국의 국가 브랜드 가치가 크게 상승했다. 이것은 한국의 모든 기업, 장차 국제적으로 활동할 모든 한국인에게 이익이 될 것이다. 세계인들이 한국에 대해 호의를 갖거나, 한국을 찾게 되면 결국 국내에 사는 한국인들에게도 이익이 될 것이다. 이런 팀을 군인으로 만드는 것이 우리 국익일까?

이 문제에 대해 정치권과 일부 언론이 논의를 왜곡했다. 앞에서 ‘이른바 방탄소년단 병역 혜택 논란’이라고 표현했는데, 그런 논란의 실체가 없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에 병역 혜택을 주자는 게 아니라, 대체복무제 개선에 대한 논의였다. 대체복무제가 1970년대에 만들어질 때 국위를 선양하는 예체능계 특기자를 대상으로 했는데 대중예술만 배제했다.

대중예술이 국위를 선양할 리 없다는 편견이고 차별이었다. 그 후 대중예술은 폭발적으로 발전했고 이젠 한국을 알리는 일등공신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대체복무제의 시대착오적인 대중예술 차별을 시정해야 하지 않을까? 국익의 관점에서 봤을 때 한류스타라는 자원을 군인으로 만드는 것과, 세계적으로 활동하게 하는 것 중에 어느 쪽의 국익이 더 크겠는가.

ⓒ방탄소년단 공식 페이스북 제공

대체복무제의 ‘차별 시정’ 위한 논의는 계속돼야

이런 논의를 해야 하는데 정치권과 일부 언론이 지속적으로 방탄소년단만 내세우면서, 마치 방탄소년단만 쏙 빼서 병역 혜택을 주자는 식으로 알려지게 됐다. 그래서 결국 방탄소년단 병역 혜택 논란이 된 것이고, 그에 따라 반발과 방탄소년단 측의 부담도 커졌다. 이것도 조기 입대 결정의 한 이유가 됐을 것이다. 

방탄소년단 혜택 얘기만 하다가 정상적인 논의는 해보지도 못했다. 이들은 입대를 결정했지만 그것과 별개로, 대체복무제의 차별 시정 문제는 앞으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병역 혜택 프레임만이 아니라 국익 극대화를 위한 자원배치, 자원활용이라는 프레임으로도 볼 필요가 있다.

비록 대체복무제 개선으로 이어지진 못했지만 방탄소년단의 입대 결정이 차선의 국익으로 이어질 순 있다. 바로 이번 일을 계기로 병역의 엄중함을 전 사회적으로 되새기는 것이다. 병역은 평등의 상징이다. 그런데 특권층이 병역 혜택을 받는다는 의혹 때문에 불신이 고조돼 왔다. 방탄소년단의 입대로 병역의 가치가 재조명 받으면서 사회적 신뢰가 제고되고 공동체가 결속할 수 있다면 그것도 국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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