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이나 국수 먹으면 금방 배고파지는 이유 [강재헌의 생생건강] 
  •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11.15 11:05
  • 호수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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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당지수와 첨가물로 열량 높지만, 식이섬유는 매우 적어

28세 직장인 A씨는 오후 2시에 예정된 회의 자료 준비에 바빠 점심을 먹으러 갈 시간이 없어 단팥빵 2개와 우유로 점심을 대신했다. 회의가 끝난 후, 빵을 먹은 후 2시간도 안 되었는데 너무 배가 고파 편의점으로 달려가 주먹밥과 음료수를 사 먹어야 했다. 단팥빵 2개와 우유 1팩의 열량은 600kcal가 넘어 제대로 차려진 백반 한 끼와 비슷한데 이처럼 심한 공복감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첫 번째 이유는 밀가루의 당지수가 높기 때문이다. 밀은 가루로 만들어 다양한 식재료로 사용되는데, 통밀을 빻아 껍질을 벗겨 정제하는 과정에서 원래의 통밀에 존재하는 식이섬유를 포함해 많은 영양소가 상당 부분 제거된다. 소화와 흡수가 쉬워져 위장관을 통해 빠르게 흡수되므로 혈당을 더 빨리, 더 많이 올린다. 

당지수란 포도당 50g을 섭취한 후 2시간 동안 혈당 반응 곡선을 100으로 보고, 다른 식품에 함유된 탄수화물 50g이 혈당치에 미치는 영향 정도를 상대적으로 나타낸 값이다. 당지수가 55 이하일 때는 당지수가 낮은 식품으로, 70 이상일 때는 당지수가 높은 식품으로 분류한다. 따라서 같은 양의 탄수화물 식품을 먹더라도 당지수가 낮을수록 섭취 후에 당질의 흡수 속도가 느려 식후 혈당의 변화가 적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먹는 밀가루 음식의 당지수를 살펴보면 도넛 86, 가락국수 85, 바게트 93, 식빵 91로 대부분이 당지수 70 이상인 고당지수 식품이다. 혈당이 급격히 올라가면 췌장에서 인슐린을 분비해 혈당을 낮추게 되면서 공복감을 느끼게 된다. 과식을 했는데도 배가 고파 또 먹게 되는 악순환이 벌어지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밀가루 음식에 첨가된 당류 때문이다. 밀가루는 다양한 첨가물과 잘 어울리기 때문에 인기 있는 빵이나 과자 등 식품에는 밀가루 외에도 다량의 당류가 포함되어 있다. 케이크 한 조각에는 당류가 20~30g 들어있고, 단팥빵 1개에는 당류가 15g 들어있다. 당류가 많이 들어가면 열량은 높아져도 포만감이 매우 낮아 섭취한 후에도 음식을 제한하기보다는 오히려 단 음식 혹은 고탄수화물 음식에 대한 식욕을 자극함으로써 과식을 유발할 수 있다.

ⓒ시사저널 사진 자료

밀가루 음식보다 밥 중심으로 식사해야

세 번째 이유는 밀가루 음식에 식이섬유가 매우 적기 때문이다. 식이섬유가 많은 식품은 음식 양에 비해 열량이 낮으며 위장관 내에서 수분을 흡착해 부풀어 오르게 된다. 이 때문에 포만감을 주어 배불리 먹으면서도 섭취 열량이 상대적으로 낮아 과식을 막아준다.

네 번째 이유는 밀가루 음식엔 백반의 반찬에 해당하는 식품군이 없거나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밥을 먹을 때는 부식으로 국이나 찌개, 채소를 이용한 나물과 반찬, 고기나 생선을 이용한 단백질 반찬을 함께 섭취한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외에도 비타민, 무기질이 다량 함유된 다양한 음식을 쌀과 함께 섭취하기 때문에 혈당도 천천히 오르고, 쌀로 채우기 부족한 영양소도 함께 보충된다.
 
한국인은 빵을 먹을 때 단순히 빵만 먹는 경우가 흔하며, 외국보다 단백질과 채소 함량이 훨씬 적은 국수를 많이 먹는 경향이 있다. 우리 민족에게 국수나 빵은 주식이 아니라 간식이나 기호식품 또는 바쁠 때 먹는 간편식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양학적으로 부족한 식사를 할 뿐만 아니라 포만감이 낮아 쉽게 허기가 지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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