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있을 때 한쪽 손이 떨린다면? 파킨슨병 의심!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2.11.14 11:05
  • 호수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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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 치료로 50%, 많게는 80~90%까지 증상 완화돼…일상생활 유지할 수 있어”

미국 영화 《백 투 더 퓨처》의 주인공 마이클 J 폭스가 최근 모습을 드러내 세간의 관심을 끈 이유는 그가 30년째 파킨슨병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파킨슨병과 유사한 증상을 보인다는 소식이 있어 이 병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파킨슨병은 어떤 병이기에 오랜 세월이 지나도 극복하지 못하는 것일까. 1817년 이 병을 처음 보고한 영국 의사 제임스 파킨슨의 이름을 딴 파킨슨병은 신경계 퇴행성 뇌질환이다. 한마디로 신경이 퇴화하는 병이지만, 이 병 자체로 사망하는 일은 거의 없다. 다만 신체 움직임이 자연스럽지 않아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 

파킨슨병 환자 10명 중 7명에게 나타나는 대표적인 신체 증상은 손 떨림이다. 손을 떠는 원인은 다양하다. 선천적으로 손을 조금 떠는 경우가 있고, 알코올·중금속 중독, 약물 부작용, 금단 현상, 목디스크 등으로 손이 떨리기도 한다. 파킨슨병에 의한 손 떨림은 ‘안정 떨림’이다. 가만히 앉아있거나 움직이지 않을 때 한쪽 손이나 팔 또는 한쪽 발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떨린다. 신혜원 중앙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떨림은 한쪽 손이나 발에서 먼저 시작되는 비대칭성을 보인다.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을 비비는 듯한 동작을 특징적으로 보이다가 종종 팔과 다리 전체에서 떨림이 나타난다. 때로는 턱, 혀 혹은 머리에서도 그런 증상이 나타난다. 떨림은 몸을 움직일 때는 일시적으로 사라졌다가 안정 시에 다시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행동이 느려지고 작아지는 증상(운동 완서)도 파킨슨병에서 나타난다. 걸을 때 팔을 흔드는 폭과 보폭이 줄어들고 다리를 끄는 현상도 생긴다. 말이 느려지고 자신이 쓰는 글씨 크기가 예전보다 작아진다. 근육 경직 증상으로 얼굴이 무표정하게 보이기도 한다. 몸이 구부정하며 첫걸음을 떼기 힘든데 일단 걷기 시작하면 서서히 빨라져 종종걸음으로 내달리다가 넘어지는 경우도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시사저널 최준필

과격한 잠버릇 있다면 진료 필요

비운동 증상도 나타난다. 비운동 증상은 크게 인지 장애(치매·환각 등), 감각 장애(후각·시각 저하 등), 자율신경 장애(변비·소변 장애), 수면 장애(불면·렘수면 행동장애)가 있다. 렘수면 행동장애는 수면 중 꿈을 꾸면서 큰 소리를 지르거나 과격하게 팔다리를 움직이는 등의 이상 행동을 말한다. 단순한 잠꼬대가 아니라 렘수면 행동장애는 파킨슨병의 전조 증상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따라서 잠을 자다가 자신의 움직임이나 고함에 놀라 깬 적이 있거나, 주변 사람에게 잠꼬대와 움직임이 심하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면 한 번쯤은 수면 클리닉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문제는 이런 증상들이 있어도 파킨슨병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점이다. 파킨슨병은 이런 증상을 보이는 하나의 질환일 뿐이기 때문이다. 파킨슨병 외에도 여러 질환(다계통위축·진행성 핵상마비·피질기저핵 변성·약물유도성 파킨슨증후군 등)이 파킨슨 증상을 보인다. 신혜원 교수는 “파킨슨병은 비교적 특징적인 임상 양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파킨슨병의 초기에는 특징적인 증상들이 나타나지 않거나, 증상이 있다 하더라도 같은 증상을 보이는 다른 질환과의 감별이 쉽지 않아 병이 한참 진행된 후에야 파킨슨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파킨슨 증상을 보일 때는 파킨슨병 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학자들이 오랜 기간 파킨슨병 환자들을 관찰하면서 발견한 공통점은 도파민 분비가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사실이다. 도파민은 뇌에서 분비하는 다양한 신경전달물질 중 하나다. 도파민을 분비하는 뇌의 신경세포가 오랜 세월에 걸쳐 점차 사라지고 60% 이상 없어지면 증상이 나타난다. 도파민 신경세포가 왜 사라지는지를 알면 파킨슨병 치료법이 개발될 텐데, 아직은 그 이유를 모른다. 다만 유전자 이상과 환경적인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유전 이상에 의한 파킨슨병 발병률은 10%를 넘지 않고 나머지는 환경(독성 단백질·살충제·중금속·일산화탄소·머리 외상 등)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파킨슨병은 다른 질환과 구별하기 쉽지 않고 그 원인도 명확하게 모르기 때문에 특정한 한 가지 검사만으로 파킨슨병을 확진하기가 쉽지 않다. 이상 증상으로 병원에 가면 의사는 환자의 병력을 듣고 증상을 관찰한 후 국제 임상적 진단기준에 따라 진단한다. 또 뇌 MRI(자기공명영상) 검사나 뇌 PET(양전자 방출 단층촬영) 검사 등으로 다른 질환과 구별하는 과정을 거친다. 여러 검사를 통해 파킨슨병이 강하게 의심되면 도파민 약물을 소량 사용해 변화를 관찰한다. 도파민 약물을 투여하면 파킨슨병 증상이 호전되기 때문이다.  

파킨슨병 환자는 몸이 구부정하며 첫걸음을 떼기 힘든데 걷기 시작하면 서서히 빨라져 종종걸음으로 내달리다가 넘어지는 경우도 있다.ⓒ
파킨슨병 환자는 몸이 구부정하며 첫걸음을 떼기 힘든데 걷기 시작하면 서서히 빨라져 종종걸음으로 내달리다가 넘어지는 경우도 있다.ⓒ시사저널 사진자료

약물 치료 장기화로 약효 안 나오면 수술도

예전에는 증상을 일으키는 뇌 부위를 제거하는 수술을 진행했으나 부작용 위험이 컸다. 이런 수술은 1940년대 도파민 약물이 개발된 후 사라졌다. 도파민 약물을 사용한 환자는 그러지 않은 환자보다 증상이 매우 좋아져 삶의 질이 개선됐다. 현재까지 파킨슨병을 완치하는 방법은 개발하지 못했지만 도파민 약물로 환자가 일상생활을 유지할 정도로 증상을 개선할 수는 있다. 신혜원 교수는 “도파민을 사용하면 50%, 많게는 80~90%까지 증상이 좋아진다. 물론 모두 그렇지는 않지만 도파민 치료를 하면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따라서 치료를 적극적으로 받는 것이 삶의 질 측면에서 이롭다”고 말했다. 

파킨슨병 증상을 개선하는 치료법도 다양하게 개발됐다. 어떤 치료법을 선택할지는 환자의 증상, 장애 정도, 운동 능력, 약물 반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다. 예를 들어 파킨슨병을 진단했을 때 20~30%는 경도인지장애가 있는데 이런 사람에게는 인지 장애를 완화하는 약물도 사용한다. 

파킨슨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하기 위해서는 도파민 신경세포가 사라지는 것을 막거나 도파민 신경세포를 재생하는 기술이 개발돼야 한다. 실제로 배아 줄기세포를 이용해 도파민 신경세포를 재생하는 연구가 활발하며, 국내 연구진도 2010년 줄기세포를 신경세포로 분화하는 방법을 찾아내 세계적인 관심을 받은 바 있다. 이런 연구들이 누적되면 파킨슨병 치료에 새로운 이정표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도파민 약물 치료를 받을 때 동시에 복용하면 효과를 떨어뜨리는 약물(일부 소화제 등)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자신을 담당하는 신경과 의사에게 자신이 평소 복용하는 약을 밝히고, 다른 진료과에서 약을 처방받을 때도 자신이 도파민 약을 먹고 있다는 사실을 해당 의사에게 알리는 것이 좋다. 

도파민 약물 치료는 1~2년 만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그런데 약물 치료를 5년쯤 하다 보면 약효가 나타나지 않는 부작용이 생긴다. 이런 경우 수술을 고려한다. 현재 가장 많이 시행하는 수술(뇌심부 자극술)은 뇌의 특정 부위에 전기 자극 장치를 이식해 비정상적인 전기 신호를 차단하고 정상적인 전기 신호를 주는 치료다. 이 수술도 파킨슨병을 완치하는 것이 아니라 증상을 호전시키고 약물 치료 효과를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

 

파킨슨병에 강도 높은 유산소 운동은 필수

약물 치료에 효과가 없는 모든 환자가 이 수술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모든 환자에게 수술 치료 효과가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시간, 노력, 돈을 투자해 수술했는데 효과가 없거나 이전보다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수술 전에 의료진은 수술 이후 효과를 보일 환자를 면밀히 선별한다. 

치료 외에 신경과 의사들이 거의 모든 파킨슨병 환자에게 권고하는 것은 운동이다. 파킨슨병 때문에 행동이 느려지거나 몸이 뻣뻣해지더라도 운동해야 일상생활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로 규명됐다. 운동할 때 기억할 점은 꾸준함과 강도다. 전문의들은 특히 꾸준한 유산소 운동을 권하는데, 일주일에 3차례 이상 숨이 차고 땀이 날 정도로 해야 한다. 혼자서 운동을 실천하기가 어렵다면 재활의학과에서 운동하는 법을 배워도 된다. 재활치료를 받으면 걷기, 균형, 일상 행동 등 운동 장애뿐만 아니라 언어 장애 개선에도 효과를 볼 수 있다. 효과가 있다고 치료를 중단하면 다시 증상이 악화하므로 재활치료 역시 꾸준히 받아야 한다.

운동을 열심히 해도 자칫 넘어져 뼈에 이상이 생기면 오랜 시간 운동을 못 하고 누워 지내야 한다. 그동안 운동했던 노력이 헛수고가 될 수 있으므로 실내외에서 넘어지지 않도록 신경을 쓰는 것이 좋다. 예컨대 파킨슨병 환자가 있는 가정에서는 발이 걸려 넘어지기 쉬운 물건이나 가구 등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파킨슨병 환자가 특별히 피하거나 먹어야 할 음식은 없다. 다만 운동하는 데 필요한 영양분을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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