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후 2주…민심은 세월호 때와 달랐다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2.11.14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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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뒤 2주, 朴 지지율 10%p 넘게 폭락
이태원 참사 후엔 尹대통령‧與野 지지율 ‘동반 정체’
“참사의 정쟁화에 예민한 민심, 與野 모두 역풍 우려해야”

“세월호 ‘분노’에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 폭락”

“세월호 참사 여파에 박 대통령 지지율 최저 수준 기록”

2014년 4월 마지막 주 언론 보도를 장식한 주요 헤드라인이다. 304명의 사상자를 낸 세월호 참사 이후 시행된 첫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10%포인트 넘게 떨어진 데 따른 반응이다. 참사 직전까지 박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60%대 탄탄한 지지율을 보였던 만큼, 세월호 참사는 박근혜 정부에 대한 민심 이반의 결정타로 여겨졌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난 2022년 윤석열 정부에선 158명이 희생된 이태원 압사 참사가 벌어졌다. 비슷한 규모의 대형 참사여서 두 사건은 비교선상에 놓였다. 그러나 민심의 흐름은 사뭇 다른 양상이다. 이태원 참사 이후 진행된 2주 동안의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여야 지지율 모두 정체된 흐름을 보여서다. 

2022년 10월30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을 둘러보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왼)과 2014년 4월17일 전남 진도군 세월호 침몰 현장을 찾아 구조 활동을 독려하는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모습 ⓒ 연합뉴스
2022년 10월30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을 둘러보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왼)과 2014년 4월17일 전남 진도군 세월호 침몰 현장을 찾아 구조 활동을 독려하는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모습 ⓒ 연합뉴스

세월호 참사 정부 심판한 민심, 이태원 참사엔 ‘관망세’

14일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미디어트리뷴 의뢰, 7~11일, 2510명 대상) 결과,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평가는 34.6%를 기록했다. 2주 연속 30% 중반대이다. 일간 지지율 흐름을 살펴봐도,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이태원 참사 이후 2주 동안 오차범위 이내인 3.2%포인트 사이의 변동 폭만 보였다.

주요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대부분 30%선에서 횡보하는 흐름이다. 11일 발표된 한국갤럽(8~10일, 1006명 대상) 조사에서도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률은 30%였다. 해당 조사에서 긍정률은 10월1주차 때 29%를 기록한 이후 6주 연속 2%포인트 내외의 변동 폭을 보여 왔다. 오차범위를 고려하면 사실상 변동이 없는 수준이다.

ⓒ리얼미터
ⓒ리얼미터

정당 지지율도 마찬가지이다. 리얼미터 조사 기준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주 대비 1.3%포인트 하락한 36.1%, 더불어민주당은 전주와 동일한 46.8%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에선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각각 32%와 34%로, 전주 대비 변동을 보이지 않았다. 

이는 세월호 참사 때와는 정반대의 양상이다. 참사 2주 뒤이던 4월3주차에 첫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박 전 대통령과 여당(새누리당) 지지율은 동시에 큰 폭으로 하락했다. 박 전 대통령 지지율은 한국갤럽에선 11%포인트(59%⟶48%), 리얼미터에선 11.8%포인트(64.7%⟶52.9%) 폭락했으며, 새누리당은 한국갤럽 조사 기준으로 같은 기간 45%에서 39%로 하락했다.

5일 시청역 인근에서 핼러윈데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및 정부 규탄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 연합뉴스
5일 시청역 인근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및 정부 규탄 촛불집회가 열린 모습 ⓒ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책임소재 불분명”…“역풍 우려, 정쟁 자제해야”

두 참사에 대한 민심의 반응이 다르게 나타난 이유는 무엇일까. 차이점은 ‘책임소재’에 있다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해석이다. 세월호 참사 당시엔 비난의 화살이 오롯이 박 전 대통령을 포함한 정부를 향했지만, 이태원 참사에선 다각도로 분파돼있다는 분석이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이태원 참사를 두고 “정부의 사태 수습‧대응이 적절하지 않다”고 답한 응답자는 70%에 달했으나 “책임 소재가 누구에게 있다고 보나”라는 질문에는 응답이 갈렸다. ‘대통령/정부’ 20%, ‘경찰/지휘부/청장’ 17%, ‘본인/당사자/그곳에 간 사람들’ 14% 순이다. 정부 책임론과 일선 경찰 및 개인에 대한 비판이 비등하게 나온 셈이다.

ⓒ 한국갤럽 제공
ⓒ 한국갤럽 제공

이 때문에 이태원 참사를 둘러싼 과도한 정쟁은 여야 모두에 득 될 게 없다는 자조도 나온다. 세월호 참사 때 10%포인트 가까이 빠진 여당 지지율은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으로 흐르지 않고 태도 유보로 이어졌다. 한국갤럽 조사 기준 민주당 지지율은 1%포인트만 떨어졌고, 무당층 비율이 26%에서 34%로 크게 늘었다. 당시엔 참사를 정쟁화 하는 태도에 민심이 민감하게 반응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왔다.

현재에도 야권에선 역풍을 우려하는 기류가 읽힌다. 민주당 지도부는 윤석열 내각 총사퇴와 이태원 참사 관련 국정조사 도입을 촉구하기 위한 장외 행동에 돌입한다는 계획이지만, 내부에선 “과도한 공방은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수도권 의원실 관계자는 “이태원 참사를 추모하고 진실을 명확히 규명해야 하는 건 맞지만, 정쟁으로 비칠 경우 민심에 거부감을 줄 수 있다. 표현의 수위를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기사에 언급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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