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어스테핑은 尹정부 철학” 발언 무색하게 만든 5가지 장면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2.11.21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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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평’ 사라진 자리에 ‘잡음’ 남은 도어스테핑
소통 늘리려다 특정 언론과 전면전까지

“도어스테핑은 윤석열 정부 철학처럼 돼서 안 하면 안 된다.”

지난 7월22일 대통령실 관계자가 윤석열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출근길 약식 기자회견)의 존치 여부를 묻는 질문에 내놓은 답이다. 이 관계자의 말대로, 도어스테핑은 윤석열 정부의 트레이드마크로 통한다. 도어스테핑을 통해 언론과의 접점을 늘려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한다는 취지였다. 윤 대통령이 숱한 말실수 논란에 휩싸였는데도 도어스테핑을 멈추지 않은 배경이다.

그로부터 4개월 뒤 대통령실은 도어스테핑을 돌연 잠정 중단했다. 사유는 대통령실 출입 기자와의 설전이다. 언론과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가 오히려 갈등을 촉발한 계기로 작동한 셈이다. 대통령실은 도어스테핑 제도를 보완한 뒤 재개한다는 방침이지만, 여권 내부에서조차 “완전히 중단하라”는 조언이 이어진다. 도어스테핑 찬반 논란을 촉발한 다섯 가지 장면을 꼽아봤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월2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0월2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 연합뉴스

“尹대통령 트레이드마크” 호평 어디가고 잡음 일색 된 도어스테핑 

윤 대통령은 5월10일 취임 이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집무를 시작하면서 역대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도어스테핑을 도입했다. 최초로 집무실 출퇴근을 하고 최초로 도어스테핑을 진행하는 모습에 초반엔 호평도 적지 않았다. 여권 내에선 “도어스테핑이 윤석열 정부의 트레이드마크”라는 반응도 나왔다.

그로부터 한 달 정도 지난 시점에 윤 대통령의 출근길 발언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김건희 여사의 봉하마을 사적 지인 대동 논란이 불거졌던 6월15일 윤 대통령이 “대통령을 처음 해봐서 (잘 모르겠다)”고 답하면서다. 즉각 “나와선 안 될 말”이란 비판이 쏟아졌다. 대통령답지 않은 무책임한 발언이었단 취지다. 윤 대통령의 정제되지 않은 답변이 국정운영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가 처음으로 불거진 계기다.

이후 인사 실패 논란에 대한 윤 대통령의 답변 태도가 본격적으로 도어스테핑 관련 회의론에 불을 댕겼다. 윤 대통령은 박순애 당시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음주운전 전력 등에 대해 “여러 상황을 따져봐야 한다”(6월10일)고 말하는가 하면, “전 정권 장관 중 이렇게 훌륭한 사람 봤나(7월5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인사 실패 논란을 인정하지 않고 음주운전자를 옹호했다는 질타를 받은 배경이다. 이 때부터 정치권에선 한목소리로 “대통령이 말을 다듬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이 7월1일 영접 나온 당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등 지도부와 인사하는 모습. 이 대표의 성 상납 및 증거인멸 교사 의혹을 심의할 당 중앙윤리위원회 회의를 앞둔 시점이었다. ⓒ 연합뉴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이 7월1일 영접 나온 당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등 지도부와 인사하는 모습. 이 대표의 성 상납 및 증거인멸 교사 의혹을 심의할 당 중앙윤리위원회 회의를 앞둔 시점이었다. ⓒ 연합뉴스

“해도 문제, 안 해도 문제”…도어스테핑 지속 여부 중대 기로에

윤 대통령이 해야 할 말을 하지 않아서 논란에 휩싸인 적도 대다수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징계 국면으로 정부여당 지지율이 최저점을 달리던 지난 7월, 정치권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나서서 사태를 중재해야 한다”고 요구했으나 윤 대통령은 침묵을 유지했다. 대신 도어스테핑 자리에서 연이어 “당무 불개입이 원칙”이라고만 했다. 이 전 대표의 징계에 따른 여당 지도부 난맥상은 이후 약 3개월 동안 지루한 법적 공방으로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9월 북미 순방길에서 스스로 촉발한 비속어 논란 관련한 야당의 사과 요구에도 침묵했다. 야당은 윤 대통령이 야권을 향해 ‘이 XX’라 말한 것으로 여기고 대국민 사과를 강하게 요구했으나, 윤 대통령은 현재까지 사과의 뜻을 밝히지 않았다. 오히려 언론을 겨냥해 “사실과 다른 보도로 한·미 동맹을 훼손했다”고 발끈했다.

해당 논란은 언론과의 전면전으로 치달은 상태다.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 MBC 취재진을 향해 “사실과 다른 가짜뉴스로 동맹 관계를 이간질하려고 아주 악의적인 행태를 보였다”고 쏘아붙였다. 이에 MBC 기자 “뭐가 악의적이냐”고 따져 물었고, 대통령실 관계자 사이 말다툼으로 번졌다. 이는 대통령실과 언론이 처음으로 직접 충돌한 계기이자, 194일 만에 도어스테핑을 잠정 중단하게 된 배경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 출국을 앞둔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한국기자협회, 전국언론노조, 방송기자연합회 등 언론 단체들이 MBC 취재진에 대한 대통령실의 전용기 탑승 불허와 관련해 긴급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 출국을 앞둔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한국기자협회, 전국언론노조, 방송기자연합회 등 언론 단체들이 MBC 취재진에 대한 대통령실의 전용기 탑승 불허와 관련해 긴급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 연합뉴스

여권 내에서는 “도어스테핑을 중단하기로 한 것은 잘한 결정이다(홍준표 대구시장)”이란 반응이 나온다. 대통령실 참모진 사이에서도 도어스테핑 제도 관련 재정비를 거치지 않는 한 중단하는 게 맞는다는 취지의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후문이다. 

다만 재정비 방안으로는 MBC 기자 교체 및 출입금지 조처가 거론된다. 이에 대해 야권은 “선택적 언론관이자 언론 탄압”이라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 때문에 실제 해당 후속 조치가 실현된다면 도어스테핑 자체가 정쟁의 한복판에 놓이게 될 전망이다. 대통령실은 “소통 취지를 잘 살릴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된다면 재개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마친 뒤 집무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마친 뒤 집무실로 향하는 모습. 이후 사흘이 지난 21일 대통령실은 도어스테핑 잠정 중단 결정을 내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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