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출 부진 여파로 지난달 수출금액지수가 7%가까이 떨어지며 2년 만에 처음으로 하락전환했다. 반면 수입금액지수는 유가 강세로 10% 늘면서 교역조건은 19개월 연속 악화됐다.
한국은행이 30일 발표한 ‘10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수출금액지수는 125.02(2015년=100)를 기록하며 전년 동월보다 6.7% 하락했다. 수출금액지수 하락은 2020년 10월(-3.4%) 이후 24개월 만에 처음이다. 하락률도 2020년 8월(-9.3%) 이후 최대였다.
품목별로는 섬유·가죽제품(-19.0%), 1차금속제품(-16.2%), 화학제품(-14.1%), 컴퓨터·전자·광학기기(-13.0%) 등에서 특히 많이 줄었다. 반면 자동차 등 운송장비 수출금액지수는 19.6% 급증했다.
수출물량지수는 116.43을 기록하며 전년 동월 대비 3.4% 떨어졌다. 물량지수도 금액지수와 마찬가지로 2020년 8월(-3.7%) 이후 최대 하락폭을 보였다. 섬유·가죽제품(-20.1%), 석탄·석유제품(-12.4%)이 부진했던 반면, 운송장비는 20.5% 급등했다.
수출지수가 금액·물량 모두 줄어든 반면 수입지수는 증가하는 흐름을 보였다. 10월 수입금액지수는 165.10으로 전년 동월 대비 9.8% 오르며 23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수입물량지수도 130.29로 전년 동월 대비 5.3% 오르며 4개월째 상승했다.
수입금액지수를 품목별로 보면 석유 등 광산품(28.6%), 운송장비(32.4%) 등에서 수입금액이 크게 늘었다. 수입물량지수는 운송장비(52.8%)와 컴퓨터·전자·광학기기(23.2%)가 증가하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우리나라 교역조건을 가늠해보는 지표인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84.74를 기록하며 전년 동월보다 7.4% 떨어졌다. 수출가격은 낮아지고 수입가격만 오르면서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19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수출상품 한 단위 가격과 수입 상품 한 단위 가격의 비율로, 우리나라가 한 단위 수출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나타낸다.
소득교역조건지수(98.66)는 수출물량지수(-3.4%)와 순상품교역지수(-7.4%)가 모두 떨어지면서 전년 동월 대비 10.6% 하락했다. 소득조건교역지수는 우리나라 수출 총액으로 수입할 수 있는 전체 상품의 양을 나타내는 지표로, 9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서정석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수출금액은 반도체 등 컴퓨터·전자·광학기기 제품과 화학제품을 중심으로 감소했고, 수출물량 기준으로는 석탄·석유제품 등이 많이 줄었다”면서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가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친환경 자동차와 관련 2차전지류 등의 수출은 호조를 보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