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책임 언제 가리나…‘부실 대응’ 속속 드러나는데 갈 길 먼 ‘윗선’ 수사
  • 박나영 기자 (bohena@sisajournal.com)
  • 승인 2022.12.06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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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前용산경찰서장 구속 기각…추가 수사 불가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2월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 연합뉴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2월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 연합뉴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과 송병주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이태원 참사 책임 윗선을 향한 수사에 급제동이 걸리게 됐다. 정보보고서 은폐 및 회유 의혹을 받는 이들에 대한 영장은 발부됐지만 해당 의혹은 진상 규명을 위한 수사의 본류는 아니다. 경찰청특별수사본부 수사의 첫 신병확보 시도가 절반의 성공에 그침에 따라 향후 특수본 수사에 난항이 예상된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유미 서울서부지법 영장전담 판사는 전날 "증거인멸과 도망할 우려에 대한 구속 사유와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피의자의 충분한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어 이태원 참사의 핵심 피의자로 꼽혀온 이 전 서장과 송 전 실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특수본은 이 전 서장과 송 전 실장을 이번 참사의 핵심 책임자들로 판단하고 있지만 영장이 기각되면서 수사 전략을 다시 짜야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 전 서장은 핼러윈 기간 경찰 인력을 더 투입해야 한다는 안전대책 보고에도 사전 조치를 하지 않고, 참사를 인지하고도 적절한 구호조치를 하지 않아 인명피해를 키운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를 받는다. 송 전 실장은 참사 직전 압사 위험을 알리는 112 신고에도 차도로 쏟아져나온 인파를 인도로 밀어올리는 등 적절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를 받는다.

다만 법원은 핼러윈 위험분석 보고서 삭제 의혹의 당사자인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경무관)과 김진호 전 용산서 정보과장(경정)은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며 구속했다. 그러나 보고서 삭제 의혹은 이태원 참사 책임 규명 수사의 지류에 불과하다. 절반의 성공에 그친 수사에 특수본은 이 전 서장에 대한 영장을 재청구할지 등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재청구한다면 구속 필요성을 입증하기 위해 비교적 뚜렷하다고 봤던 혐의를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확보된 증거만으로는 이 전 서장 등을 구속할 필요성이 적다는 게 법원 판단인 만큼, 추가 수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총경)이 조사받기 위해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이태원 사고 특별수사본부(특수본)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총경)이 조사받기 위해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이태원 사고 특별수사본부(특수본)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 전 서장과 송 전 실장의 영장 기각 사유에 '범죄 혐의 소명이 부족하다'는 내용은 없었던 만큼,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을 가리는 수사의 큰 줄기는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특수본은 6일 오전 10시 경찰 간부 중 최고위직인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을 나흘 만에 재소환했다. 특수본은 김 청장을 상대로 참사를 처음 인지하고 보고받은 시점, 참사 직후 대처 과정, 기동대 배치를 결정하지 않은 경위 등을 캐물을 예정이다. 특수본은 용산서의 기동대 요청 여부와 무관하게 서울지역 치안·경비 총괄 책임자인 김 청장에게 핼러윈 안전대책을 세울 책임이 있었다고 판단한다. 

특수본은 조만간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등 구청과 소방 등 피의자 신병 확보에도 나설 예정이었지만 이 또한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특수본은 박 구청장과 최 소방서장 또한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는 만큼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들의 혐의 소명도 문턱이 높아진 분위기다. 특수본은 "주최자가 있든 없든 지역 축제에 대한 안전관리 책임은 1차적으로 지방자치단체에 있다"며 "(박 구청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초 특수본은 초기 입건 피의자들에 대한 수사를 마친 후 서울시와 행정안전부 등 윗선 수사를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지난달 14일과 지난 5일 연이어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고발돼 수사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행안부 등에 수사력을 집중하기 어려워 보인다. 특수본이 다음으로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하고 있는 박 구청장과 최 소방서장에 대한 영장도 기각될 경우 특수본 수사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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