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방탄’ vs ‘이재명 방탄’, 출구 없는 프레임 전쟁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2.12.12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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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조사‧예산안 줄줄이 연기에 멍드는 민생

국회가 멈췄다. 여야 간 강 대 강 대치로 내년도 예산안은 표류하고 있는 데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는 파행될 위기다. 여야 간 대치 국면을 촉발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에 대통령실은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야당은 이 장관 탄핵까지 추진한다는 계획이라, 연말 국회는 ‘시계제로’ 상태에 접어들고 있다.

여야의 기 싸움은 여론전으로도 확산됐다. 해임건의안 정국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프레임 싸움으로 해석된다. 여당은 야당의 이 장관 탄핵 움직임에 ‘이재명 방탄’ 프레임을 씌웠고, 야당은 ‘이상민 지키기’ 프레임을 내세웠다. 그런데도 여야 지지율은 팽팽한 수준이다. 여야가 “민생을 외면한다”는 비판 속에서도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는 배경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개의에 반대하며 피켓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민의힘 의원들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개의에 반대하며 피켓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 연합뉴스

연말 정국 ‘시계제로’…해임건의‧예산안‧국정조사 줄줄이 ‘파열음’

12일 여야 간 기 싸움은 일촉즉발의 상태로 치달았다. 전날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통과시킨 이 장관 해임건의안이 발단이다. 국민의힘은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전원 사퇴로 보이콧을 시사했다. 여야는 앞서 국정조사 본조사 돌입 전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끝내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 장관의 거취에 국정조사와 예산안 문제까지 줄줄이 연계된 이유다. 

여야는 한 치도 양보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오히려 상대 진영을 향한 날선 비판을 이어갔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이라는 목적은 온 데 간 데 없어지고 ‘이재명 지키기’를 위해 참사를 악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야당이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각종 사법리스크에 여론이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해임건의안 정국을 주도했다는 취지의 비판이다.

반대로 야당은 “이상민 장관 한 명 지키는 게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보다 중요하냐”면서 공세 수위를 높였다. 서영교 민주당 최고위원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이재명 방탄 국회가 아니라 이상민 방탄 여당”이라며 “해임건의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다음 단계는 탄핵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예산안 스텝도 더욱 꼬이는 형국이다.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예산안 관련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지만, 예산안 감액 규모와 법인세 인하 등을 두고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김진표 국회의장 주도로 예산안 통과의 새로운 시한이 오는 15일까지로 연장됐으나, 전망이 밝진 않다. 여야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을 경우 민주당은 감액 예산안 단독 처리를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11일 국회 로텐더홀 계단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 건의안 강행 처리를 규탄하는 피켓을 들고 있는 가운데 본회의 표결을 마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계단을 내려오고 있다. ⓒ 연합뉴스
국민의힘 의원들이 11일 국회 로텐더홀 계단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 건의안 강행 처리를 규탄하는 피켓을 들고 있는 가운데 본회의 표결을 마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계단을 내려오고 있다. ⓒ 연합뉴스

출구 없는 기 싸움…실타래 풀까

정치권에선 저마다 역풍을 우려하면서도 “출구가 없다”는 자조가 나온다. 예산안과 국정조사, 해임건의안 정국에 대한 여야의 셈법이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있어서다. 게다가 꼬인 정국을 풀기 위한 리더십도 마땅히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여당의 경우 주호영 원내대표는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로부터 “국정조사 합의부터 잘못됐다(장제원 의원)”는 지탄을 받고 있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사법 리스크로 인해 운신의 폭이 넓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통령실은 공식적으로는 “입장이 없다”며 침묵 기조를 유지 중이다.

여야 간 대결의 판정승을 가려줄 민심의 향방도 현재로선 파악하기 어렵다. 해임건의안 정국이 본격화한 이후 여야의 지지율이 동시에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이날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미디어트리뷴 의뢰, 5~9일 조사, 2504명 대상,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전주 대비 0.8%포인트 하락, 국민의힘은 0.1%포인트 하락했다. 이 같은 흐름에 대해 리얼미터 측은 “이태원 국정 조사와 예산안 합의 처리 불발 등 국회 공전 사태가 여야를 막론하고 질타를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일단 여야는 예산안 처리 시한인 오는 15일까지 숨고르기에 들어가기로 했다. 국민의힘은 국정조사 전면 보이콧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민주당도 윤 대통령의 해임건의안 거부 시 즉각 추진하겠다는 탄핵소추안 발의도 15일 뒤로 미루기로 했다. 양당 모두 예산안 협상을 최우선적으로 임한다는 계획이다. 그 사이 여론 추이를 살피며 후속 조치를 강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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