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는 건설사, 1년 전보다 34% 늘어…내년 더 위험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2.12.21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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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수주 4년 만에 감소로 돌아설 듯
내년 기업어음 만기만 13조원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의 모습 ⓒ연합뉴스

올 하반기 종합건설사의 폐업신고가 지난해보다 34%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와 미분양 증가에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마저 막히면서 유동성 위기가 급증하고 있는 탓이다. 문제는 내년 만기가 돌아오는 건설사 신용·유동성 공여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잔액이 13조원이 넘는다는 점이다. 내년 상반기 건설사 연쇄부도가 현실화되면 금융권 부실 등 한국 경제에 빨간 불이 들어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21일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종합건설사의 폐업 신고는 182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135건) 대비 34% 늘어난 수치다. 올 상반기(150건)와 비교해도 20% 이상 폐업신고가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주택시장 침체에 따른 미분양 증가 등으로 유동성이 급격히 나빠지면서 나온 결과”라고 밝혔다.

유동성 부족으로 인한 부도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 9월 충남지역 종합건설업체 6위인 우석건설이 부도가 난 데 이어 업력 20년 이상의 경남 중견 종합건설업체 동원건설산업은 지난달 도래한 총 22억원의 어음을 결제하지 못해 최종 부도 처리됐다. 대한건설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2곳이었던 부도 건설사는 올해 5곳으로 늘었다. 지역별로 경남 2곳, 부산 3곳 등이다.

문제는 건설사의 자금난이 더 가중될 것이란 점이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내년 만기가 돌아오는 건설사 신용·유동성 공여 PF ABCP 잔액은 지난달 24일 기준 13조4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대형 건설사인 롯데건설의 경우 연말까지 약 3500억원, 내년 1분기에도 1조8700억원 가량의 PF 유동화증권 만기가 돌아온다. 이에 오는 26일 25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연말까지 1417억원, 내년 1월 5358억원 규모의 PF 유동화증권 만기를 기다리고 있다. 산업은행(산은)과 신용보증기금(신보)은 지난달 말부터 1조원 규모 ‘건설사 신용보강 PF ABCP 매입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지만 지원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부동산 전망 또한 밝지 않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달 ‘2023년 건설·부동산 경기전망 세미나’를 통해 내년 국내 건설수주가 전년 대비 7.5% 감소한 206조8000억원을 기록하며 2019년부터 4년간 지속된 증가세를 마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과 한국은행 총재를 비롯한 경제 관련 부처장들이 지난달 2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 거시경제 금융회의를 마친 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유동성을 지원하기로 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과 한국은행 총재를 비롯한 경제 관련 부처장들이 지난달 2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 거시경제 금융회의를 마친 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유동성을 지원하기로 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건설사 줄도산, 2금융권 부실 전이 가능성

업계에서는 내년 상반기 건설사 연쇄 부도가 현실화될 경우 한국 경제에도 빨간불이 들어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주택산업연구원은 ‘2023년 주택시장 전망’에서 “고금리와 집값 급락으로 주택시장 침체가 가속화되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거의 중단되는 등 건설업체의 자금난이 커지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내년 상반기 중 보유현금이 부족한 건설업체부터 부도가 속출하고, 하반기에는 이들 업체에 자금을 지원한 2금융권의 부실로 전이돼 우리 경제에 2차 충격이 가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건설업계발 경제위기가 초래하지 않기 위해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자금난에 처한 건설사 지원 확대와 미분양 주택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경록 신영증권 연구원은 “아파트 가격의 하락률과 미분양 증가속도가 너무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건설사의 운전자금 부담과 PF 연계 금융기관의 연쇄 충격이 우려된다”며 “정상으로 분류될 수 있었던 사업장이 부실 사업장으로 분류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동산 침체에 따른 금융과 실물의 역파장을 막기 위해 대출과 세제 관련 과감한 부동산 연착륙 정책이 동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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