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국에 밖으로?”…불만 최고조 달한 ‘이재명 리더십’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2.12.22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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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소환 통보로 ‘사법리스크’ 현실화
장외 민생행보에 비명계는 ‘부글부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했다. 검찰이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이 대표에 소환을 통보하면서다. 이 대표는 강경 대응 방침을 굳혔다. 동시에 장외 민생 투어에 박차를 가하면서 사실상 지지층 다지기 행보에 나섰다.

다만 당내에선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비명(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이 대표에 대한 비토 기류가 누그러지지 않는 분위기다. 특히 예산안 파행과 사법 리스크 고조 국면에 매주 기획된 이 대표의 장외 민생 행보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안 보인다”는 자조도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경북 안동시 중앙신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지지자와 시민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경북 안동시 중앙신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지지자와 시민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사법리스크 현실화, 이재명은 ‘장외 행보’

이재명 대표는 검찰의 소환통보 사실이 알려진 22일 “이재명을 죽인다고 무능함과 불공정함이 감춰지지 않는다. 가장 몰상식한 정권이 바로 윤석열 정권”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 대표는 “지금이 야당을 파괴하고 정적을 제거하는 데 힘 쓸 때냐. 내가 그렇게 무섭냐”고도 했다. 28일로 예정된 검찰의 소환통보에 이 대표가 응할지는 미지수다. 이 대표 측은 변호인단과의 조율 후에 소환에 응할지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현재 여의도를 비우고 고향인 경상도에 있다. 지난주부터 기획한 ‘국민속으로, 경청투어’ 일정의 일환이다. 이튿날엔 강원도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기로 했다. 지난주 충청권을 방문한 데 이어 두 번째 장외 민생 행보이며, 다음 주엔 민주당 텃밭인 호남권을 방문할 계획이다. ‘민생’을 고리로 윤석열 정부를 압박하고 민주당의 경쟁력을 부각시키기 위한 행보라는 게 이 대표 측의 입장이다. 

이 대표 측이 경청투어를 기획한 속내는 ‘지지층 다지기’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이 대표는 경청투어 일정 중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부각하거나 자신을 둘러싼 검찰 수사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가감 없이 내고 있다. 자신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고조되는 형국에 지지층과 밀접 호흡하며 결집을 호소하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경북 안동시 중앙신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지지자와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경북 안동시 중앙신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지지자와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균열 난 ‘단일대오’…“이재명 리더십이 안 보인다”

다만 당내에선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원내 사정에 밝은 민주당 초선 의원은 “이 대표의 경청 투어는 마치 대선 선거운동 같다. 지금 당 지도부는 ‘이재명 대선 캠프’나 마찬가지다”라고 비판했다. 한 민주당 원내 관계자도 “이 대표 측이 일방적으로 투어를 계획하고 발표했다. 당은 매일 같이 이 대표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대응하고 있는데 정작 당사자는 여의도를 떠나겠다고 하니 당직자들로선 힘이 빠지는 상황”이라고 했다.

특히 내년도 예산안 처리 정국이 파행을 거듭하는 국면에 당 대표가 원내 자리를 비우고 장외 행보를 나서는 게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팽배하다. 예산안 협상의 카운터파트는 원내대표인 게 사실이지만, 최악의 늑장 처리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국면에 당 대표로서 무게감을 보여야한다는 지적이다. 진중권 광운대 교수는 “예산안도 마무리 안 됐는데 당 대표가 밖을 돌아다는 게 말이 되나. 자신을 옥죄어오는 사법 리스크에 대한 시선을 돌리기 위해 기획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검찰의 소환 통보로 이 대표를 둘러싼 사법리스크가 현실화하면서, 비명계 사이 비토 기류가 거세질 전망이다.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일부 비명계 의원들 사이에선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시나리오도 언급되고 있다. 공개적인 집단행동 움직임은 포착되고 있지 않지만, 물밑에선 ‘포스트 이재명’ 체제에 대비한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미 민주당 지도부의 ‘단일대오’ 기류에는 상당 부분 금이 간 상태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이 대표가 당당하게 싸워나가길 원한다. 당이 당당하게 싸울 일은 아니다”라며 분리 대응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종민 의원도 20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당 대표 리더십이 안 보이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고, 이상민 의원도 19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지금 이 대표가 당 대표직을 수행하는 것은 당을 위해서도 별로 지혜롭지 않다”고 비판했다.

한편 성남FC 의혹 수사를 진행 중인 수원지검은 전날 이 대표 측에 이달 28일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받으라고 통보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임 시절 두산건설 등으로부터 자신이 구단주로 있던 성남FC 후원금을 내도록 하고, 그 대가로 기업들의 현안을 해결하는 데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고 '제3자 뇌물혐의'를 적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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