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 독감이 더 걱정스러운 이유 있다 [강재헌의 생생건강] 
  •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1.03 13:05
  • 호수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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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엔자 면역력 없어 환자 증가세…개인 방역 더욱 철저히 해야

47세 남성 A씨는 지난 2년여 동안 마스크 쓰기, 손 씻기, 식사 모임 피하기 등 사회적 거리두기를 철저히 실천하고 코로나19 백신도 추가접종까지 모두 마친 덕분에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고 잘 지내왔다. 하지만 최근 갑자기 고열·두통·근육통이 나타나고 기침·가래·콧물이 동반돼 병원을 방문했다. 진단 결과는 코로나19가 아닌 독감이었다.

1918년 발생한 스페인 독감은 A형 독감 H1N1 아형이었는데, 전 세계를 휩쓸어 세계 인구의 약 3분의 1이 감염됐고 무려 5000만 명이 사망했다. 당시에는 예방 백신이 없었기에 집 안에 머무르고, 극장·교회·학교를 폐쇄하며, 대중교통 이용을 금하고, 마스크를 쓰는 것 이외에는 특별한 예방 방법이 없었다. 1933년 인체에서 독감 바이러스를 처음 발견한 후 독감백신 개발이 시작돼 군인들에게만 접종되다가 1945년 최초로 일반인 대상 독감백신이 허가되었다.

1957~58년 발생한 아시아 독감은 새로운 변종인 H2N2 아형이었으며 전 세계적으로 약 11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1968년 대유행한 홍콩 독감은 새로운 변종인 H3N2 아형의 독감이었으며 전 세계적으로 약 100만 명이 사망했다. 그리고 약 40년이 지난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 A(H1N1) 대유행으로 최소 1만8500명이 사망했다.

2022년 12월27일 서울 성북우리아이들병원에 독감 예방 접종 안내문이 붙어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바이러스의 지속적 변이 탓에 유행 반복

인플루엔자 유행이 반복되는 이유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항원 소변이(antigenic drift)나 항원 대변이(antigenic shift)를 통해 계속 변화하기 때문이다. 항원 소변이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표면 항원의 작은 변화인데, 매년 인구의 10~20%가 감염되는 이유다. 항원 대변이는 바이러스의 항원성에 큰 변화가 생기는 것을 말하는데, 10~40년마다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A형 인플루엔자 대유행의 원인이 된다.

항원 변이로 인해 해마다 유행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바뀔 수 있어 세계보건기구(WHO)는 매년 봄 회의를 개최해 그해에 유행할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예측해 발표하고 제약사들은 이를 바탕으로 독감백신을 생산하고 공급한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인플루엔자 감염이 급감했으나 이번 겨울부터는 인플루엔자 감염이 다시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 2~3년간 인플루엔자 유행이 없었던 탓에 인플루엔자에 대해 면역력이 없는 어린이들이 증가하고, 기존 감염자들도 항체 역가가 감소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최근 들어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코로나19 환자도 다시 급증하고 있어 감염병 동시 유행 우려가 점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9월16일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 발령 이후 유행 기준인 외래환자 1000명당 4.9명을 초과해 발생하고 있으며, 코로나19 유행 이전 시기와 유사한 유행 양상을 보인다. 코로나19 역시 하루 확진자 수가 6만 명을 웃돌며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이러한 감염병 동시 유행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개인 방역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었더라도 마스크 쓰기, 손 씻기 등 개인위생을 더욱 준수하고, 백신 미접종자는 지금이라도 인플루엔자 예방접종과 코로나19 추가접종을 마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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