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재명 대선자금’ 전달책, 대장동 일당과 별개로 주택개발 추진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3.01.02 10:05
  • 호수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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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욱 집사’로 불린 천화동인4호 이사 이몽주씨, 올해 초 부인과 법인 세우고 최근까지 직원 뽑아
남욱→정민용→유동규→김용으로 전달된 대선 자금 기록한 당사자…수차례 연락에도 답 없어

‘대장동 일당’ 남욱 변호사의 집사로 불린 천화동인4호 이사 이몽주씨가 2022년 초 부동산 개발회사를 설립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씨는 앞서 부인을 내세워 대장동 개발사업을 지원하는 일종의 ‘형제회사’를 설립했는데, 이번에는 대장동 일당을 빼놓고 따로 개발회사를 차린 것이다. 또 이 회사가 최근까지 직원을 뽑아온 정황도 포착됐다. 이씨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대선 자금 수수 혐의와 관련해 자금 전달을 도와준 인물로 지목된 바 있다. 김 전 부원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이다.

이몽주씨는 2022년 2월 ‘이데아에셋’이란 법인을 설립했다. 부인 유아무개씨가 유일한 사내이사다. 등기상 설립목적은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부동산 개발을 위한 페이퍼컴퍼니) 관리·운용’ ‘부동산 개발·공급·매매’ ‘건설업’ 등이다. 이데아에셋은 온라인 채용 사이트를 통해 2022년 8월과 10월 연달아 부동산 개발사업팀 경력직 채용공고를 냈다. 제주도 공동주택 신축사업을 진행하는 데 필요한 직원을 뽑기 위해서다.

(왼쪽)이데아에셋과 아이디에셋이 같이 사무실로 쓰고 있는 논현동 K오피스텔, (오른쪽)아이디에셋이 소유하고 천화동인4호가 위치한 청담동 S상가 ⓒ시사저널 최준필

‘대장동 전초기지’ 아이디에셋과 닮은 이데아에셋

신축사업 무대인 제주도는 이씨와 천화동인6호 소유주 조현성 변호사의 접점이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이씨의 부인 유씨는 2020년 7월 제주도 서귀포시 L빌라로 집을 옮겼다. 당시 조 변호사도 L빌라로 이사를 갔다. 서로 이웃이 된 것이다. 조 변호사는 제주도에서 호텔 사업을 추진하던 투자자문사 킨앤파트너스를 남욱 변호사에게 소개한 인물이다. 이후 킨앤파트너스는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으로부터 400억원을 빌려 대장동 개발사업을 추진한 화천대유에 투자했다.

이데아에셋은 대장동 개발사업의 전초기지란 의혹을 받는 법인 ‘아이디에셋’과 사무실을 공유하고 있다. 이데아에셋 주소지는 서울 논현동 K오피스텔의 한 호실이다. 이 호실은 2022년 5월 아이디에셋도 주소지로 등록한 곳이다. 호실의 전세권은 아이디에셋 명의로 설정돼 있다. 이데아에셋과 등기상 설립목적이 같은 아이디에셋은 남 변호사가 소유한 천화동인4호와 인적 구성 등에서 밀접하게 얽혀 있다.

아이디에셋은 2015년 4월1일 설립됐다. 화천대유가 참여한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대장동 개발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 5일 만이다. 아이디에셋 대표는 정영학 회계사(천화동인5호 소유주)의 동생 정아무개씨와 이몽주씨 부인 유씨가 공동으로 맡았다. 아이디에셋은 2020년 3월 서울 청담동의 S상가를 54억원에 매입했는데, 이곳에 천화동인4호와 NSJ에셋이 2021년 9월 이사를 왔다. NSJ에셋은 남 변호사가 소유한 또 다른 법인이다. 검찰은 화천대유가 대장동 개발사업으로 챙긴 1010억원 상당의 배당금 추징보전을 위해 2022년 11월 S상가에 가압류를 걸었다.

아이디에셋은 지금의 논현동 K오피스텔로 이사 오기 직전에 서울 구로동 공유오피스에 주소지를 두고 있었다. 다수 언론에 따르면, 2021년 말 해당 오피스에 아이디에셋을 알리는 명패는 걸려 있지 않았다. 사무실 문은 닫혀 있었고 사람들의 왕래도 없었다고 한다. 유령회사란 추정에 힘을 실어주는 정황이다. 반면 이씨의 이데아에셋은 최근까지 채용공고를 내는 등 실무를 진행해 왔다.

시사저널은 2022년 12월26일 오후 K오피스텔을 찾았다. 사무실 호실이 있는 층의 공동 현관문이 잠겨 있어 접근은 불가능했다. 회사 내선번호로 공개된 연락처로 수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우편물은 쌓여 있지 않은 것으로 미뤄볼 때 방문 관리가 이뤄지고 있음을 짐작하게 했다.

이몽주씨는 대장동 개발사업에 얼마나 깊이 발을 들여놓았을까. 대장동 사업 진행 과정을 잘 아는 익명의 외부인은 “이씨가 호반건설 분양대행 업무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 남욱 변호사가 이씨를 영입했다”며 “호반건설과 대장동 일당의 연결고리가 이씨”라고 주장했다. 호반건설은 대장동 사업의 ‘예행연습’ 격인 위례신도시 개발사업에 시공사로 참여한 바 있다. 이 과정에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 대장동 일당이 똑같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있다. 검찰은 해당 의혹과 관련해 이들에게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 2022년 9월 추가 기소했다.

ⓒ시사저널 박정훈·최준필·이종현·김용 페이스북

“남욱이 부담하는 사람은 민용이와 몽주뿐”

이몽주씨의 이름은 2020년 10월30일 대장동 일당이 경기 분당의 노래방에서 나눈 대화가 담긴 ‘정영학 녹취록’에도 나온다. 재판 과정에서 공개된 해당 녹취록을 보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는 “남욱은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부담하는 사람이 우리가 아는 (정)민용이하고 (이)몽주뿐이 없다”고 말한다. 대장동 개발이익을 공조자들에게 누가, 얼마나 나눠줄 것인지 논의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다. 정민용씨는 남 변호사 추천으로 유 전 본부장 밑에서 전략사업실장을 지낸 변호사다.

또 검찰은 이몽주씨를 불법 대선 자금의 전달책 중 한 명으로 보고 있다. 검찰 조사 내용과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남 변호사는 2021년 2월 유동규 전 본부장으로부터 “경선 자금 20억원을 마련해 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이때 중간에서 돈을 나른 사람이 이몽주씨다. 남 변호사는 이씨를 통해 사업가 류아무개씨로부터 돈을 빌렸다. 류씨는 매출 1500억원대 화학제품 도매업체 대표로 이씨와도 친분이 있다. 류씨가 부동산 사업을 하는 데 이씨가 도움을 줘 수백억원을 번 것으로 알려졌다. 남 변호사는 류씨의 돈 5억원을 이씨 편으로 받았고, 그 외에 3억여원은 자체 준비했다.

이렇게 만든 8억여원을 이씨가 다시 정민용 변호사에게 전달했다. 정 변호사는 이를 수차례에 걸쳐 유 전 본부장에게 건넸다. 유 전 본부장은 이 중 6억원을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대선 자금 명목으로 줬다고 한다. 이 같은 돈 전달 과정은 이씨가 작성해 갖고 있던 메모에 나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김 전 부원장을 불법 대선 자금 수수 혐의로 2022년 11월 구속 기소했다. 남 변호사와 정 변호사, 유 전 본부장은 돈 전달 사실을 시인했다. 하지만 김 전 부원장은 혐의를 일절 부인하고 있다.

시사저널은 이몽주씨에게 수차례 전화와 문자로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조현성 변호사와 사업가 류씨 역시 답이 없었다. 조 변호사는 2021년 10월 한국일와의 인터뷰에서 천화동인 6호가 받은 대장동 사업 배당금 282억원에 대해 “정당한 보상”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의 주장은 배당금을 또 다른 부동산 개발 또는 투자에 써도 문제없다는 취지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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